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들어가서 또래들과 어울림으로써 저절로 인간관계를 배우고 사회성을 터득하는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이가 처음 배우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관계는 바로 부모와의 관계다. 가정에서 부모와 어떤 관계를 형성하느냐에 따라 친구들과의 관계는 물론 선생님과의 관계, 심지어는 성인이 된 후 사회생활을 할 때 직장동료, 상사와의 관계까지 영향을 미친다. 놀이대화를 통해 부모는 아이에게 건강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법,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며 지켜야 할 규칙과 규범 등을 알려줄 수 있다.
--- 본문 중에서
대부분 아이가 두려워할 때 부모들은 “무섭긴 뭐가 무서워? 이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어?”, “아기들이나 무서워하는 거야. 다 커서 이런 걸 무서워하다니 창피한 줄 알아야지”라며 두려움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오히려 핀잔을 준다. 부모가 보기에 아이가 무서워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더라도 아이 입장에서는 엄청난 공포일 수 있다. 따라서 두려워하는 아이의 마음을 부정하거나 억지로 극복시키려 하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가 두려움을 호소할 때는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물론 부모의 말이나 행동으로 아이의 두려움을 없앨 수는 없다. 그 대신 아이의 마음을 함께 공감하고 이해하는 데 최대한 초점을 맞추어 대화를 나누어보자.
--- 본문 중에서
언어표현 능력이 완전히 발달되지 않은, 어린아이들은 말로 하는 설명을 100퍼센트 이해하지 못한다. ‘미리 하기 놀이’는 놀이를 통해 이런 설명을 눈으로 보여줄 수 있어 효과적이다. 놀이의 과정 속에서 어떨 때 병원에 가야 하는지, 병원은 어떤 곳이며 의사와 간호사는 어떤 일을 하는 분들인지 설명해 주는 동시에 눈으로 보여주어 아이가 ‘미리’ 경험하도록 돕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와 공격성을 혼동한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전혀 다른 별개의 것이므로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분노는 일시적으로 화가 나는 정신적인 ‘상태’로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이에 반해 공격성은 우리 의지로 얼마든지 조절이 가능한 ‘행동’이다. 즉, 전자는 마음속에서 화가 저절로 나는 것이지만 후자는 내가 주체가 되어 화를 내는 것이다.
똑같이 화가 나더라도 어떤 사람은 주먹으로 벽을 치고 어떤 사람은 음악을 크게 듣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소리를 지르는 등 사람마다 각각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다. 여러 가지 표출 방법 중에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에게 좀더 편하거나 익숙한 것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화가 나기 시작할 때 이러한 몸짓을 하면 분노의 강도가 점점 세지기 전에 이를 방해하고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분노의 감정이 느껴질 때 이를 그대로 내버려두면 점점 강도가 세지면서 즉각적으로 공격적인 말이나 행동을 하기가 쉽지만 화가 조금씩 나기 시작할 때 스스로 이를 인지하고 감정을 미리 차단하면 문제행동 대신 마음을 가라앉혀 그 다음 단계인 분노 대처방법을 적용하기가 더 수월해진다. 분노의 제스처 연습을 통해 분노라는 감정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분노가 일어나는 순간 감정을 나에게서 따로 떼어내어 관찰하도록 연습하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아기를 출산한 혜령 씨 곁에 남편 대신 다른 가족들이 많이 와 있다면, 낯선 지역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채림 씨에게 친한 친구 대신 직장 동료들이 많이 와 있다면 울적하고 슬픈 마음이 다 사라지고 기쁘고 즐거울까? 그렇지 않다.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많다고 해도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면 슬픈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처럼 상실은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특수성을 갖는데, 그 이유는 모든 관계가 특별하기 때문이다. 특별한 대상을 잃음으로써 슬픔을 느끼는 사람에게 그 대상을 무조건 다른 것으로 대체하라고 권유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 본문 중에서
1주일 뒤 다시 만난 컬비에게 나는 그림 한 장을 그려보라고 했다. 컬비가 그린 그림 속에는 니모가 누운 휴지 배가 물에 떠내려가고 있고 푸른 하늘과 푸른 물의 배경이 평화로워 보였다. 혼자만의 이별의식을 가진 후 컬비는 더 이상 화장실 가는 일을 거부하지 않았다. 어른이 보기에는 하찮아 보이는 관계라도 아이에게는 큰 상실과 슬픔을 줄 수 있다. 슬픔은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적절한 이별의식을 가지는 것은 아이가 슬픔을 털어버리고 마음을 정리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마음을 표현할 수 있도록 그림을 그리거나 이별하는 대상을 향해 편지를 쓰는 것도 좋은 이별의식이 될 수 있다.
--- 본문 중에서
“걱정을 안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불안해할 때 어떻게 하면 불안감을 없애줄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걱정을 전혀 ‘안 하게’ 하거나 불안감을 완전히 ‘없애줄’ 수는 없다. 다만 이런 불편한 감정을 느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가르침으로써 아이가 감정에 지배되지 않고 감정을 다스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조건 “걱정하지 마. 괜찮아”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아이 스스로 대처법을 찾을 수 있도록 격려해 주어야 한다.
우선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할 때 걱정되고 불안해지는지를 알아낸다.
“키미는 엄마와 아빠가 자동차를 타면 어떤 일이 생길 것 같아서 걱정되니?”
“자동차 사고가 나서 엄마 아빠가 죽을까봐서요.”
아이가 걱정하는 이유를 알아낸 뒤에는 아이의 말을 그대로 반복해 주어 이해했음을 알려주고 아이 스스로 감정에 대처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음을 알려준다.
--- 본문 중에서
나를 제외한 주변의 다른 부부나 가족들은 모두 행복해 보이는가? ‘저 친구는 아무런 걱정도 없이 행복하게 잘사는데 난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큰 오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어느 가정이나 크든 작든 ‘문제’를 갖고 있으며 또한 그것이 정상이다. 어려움을 겪는 고민의 분야와 깊이는 다를지라도 누구나 어려움을 가지고 산다. 다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가정의 행복은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 즉, 가족이 함께 힘을 합쳐 극복하느냐, 아니면 서로 분열하느냐에 달려 있다.
--- 본문 중에서
짜증을 잘 내거나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생떼를 쓰는 아이를 위한 작전으로는 ‘예고제’가 특히 효과적이다. 매번 비슷한 상황에서 아이가 짜증을 낸다면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예고하여 마음의 준비를 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장 보러 갈 때마다 초콜릿, 사탕 등 먹고 싶은 것을 사려는 아이와 실랑이를 벌여 결국 짜증과 울음으로 마무리된다면 장 보러 가기 전에 아이에게 미리 살 것과 사지 않을 것을 알려준다.
“유진아, 엄마가 유진이랑 같이 장 보러 갈 텐데, 화장실 휴지가 다 떨어졌기 때문에 휴지를 사러 가는 거야. 휴지 이외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사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과자나 사탕, 초콜릿 같은 것도 살수 없어. 사달라고 아무리 졸라도 엄마는 절대 사주지 않을 거야. 엄마는 유진이가 이런 것은 사지 않고 엄마를 도와서 휴지 사는 걸 잘 도와줄 거라고 믿어.”
물론 이런 사전 교육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충동심을 억제하지 못해 아이가 생떼를 부리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럴 때는 아이의 행동에 동요되지 말고 단호하게 대처하자. 아이의 마음은 읽어주고 인정해 주되 행동은 용납되지 않음을 알려준다.
“네가 초콜릿 과자를 사고 싶은 마음은 엄마가 알겠어. 먹고 싶은데 그럴 수 없으니 짜증이 나는 게 당연해. 하지만 엄마는 휴지를 사러 왔기 때문에 다른 것은 사지 않을 거야. 짜증나면 울어도 돼. 짜증이 다 풀릴 때까지 엄마가 옆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다 풀리면 얘기해. 알았지?”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