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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우 나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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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0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168쪽 | 276g | 146*206*20mm
ISBN13 9791156623229
ISBN10 115662322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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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기가 예년보다 너무 일찍 찾아왔다. 땡볕 내리쬐는 날이 그만큼 더 늘어난 것이다. 며칠 전 우리는 널따란 강가의 한 자그마한 마을에 배를 댔다. 욕이 절로 터져 나올 만큼 이 마을에는 마실 물이 거의 없었다(마치 우리가 기나긴 땅 위를 걸으면서도 편히 머물 땅 한 뼘 없는 것처럼). 주민들 모두가 극심한 가려움증에 시달렸다. 아이들은 피가 나올 때까지 온몸을 긁어댔다. 주민들은 나룻배를 몰고 가서 마실 물을 사왔다. 먼 길을 가서 비싸게 사오는 물이어서 배를 몰 때는 물이 흘러넘치지 않도록 숨을 멈추고 조심스레 노를 저었다. 날품을 팔고 돌아온 오후에 사람들은 물때가 가득 끼고 시큼한 냄새가 진동하는 썩은 연못에 뛰어들어 정확히 두 양동이의 물을 몸에다 쏟아 붓는 것으로 목욕을 끝냈다. 쌀 씻고 난 물은 야채를 씻기 위해 남겨 두었고, 야채 씻고 난 물은 생선을 씻기 위해 모아 두었다. 세 살배기 아이들도 물 귀한 걸 알아 오줌이 마려우면 뜰로 열심히 뛰어나가서 고추나 파 화분에 오줌을 누었다
--- p.25

서로를 애틋한 눈길로 바라보고, 손을 부여잡고, 머리를 매만지고, 서로를 위해 견디고 희생하는 사랑은 단지 소설 속에서나 존재했다. 디엔이 사랑하는, 현실 속의 그 여자는 하루에도 수많은 남자를 필요로 하는 여인이었다. 이 세상의 모든 남자를 집어삼키는 상상을 펼칠 만큼 끔찍하게 많은 수의 남자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일이었지만, 나중에는 몸 파는 일에 중독되어 다른 일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디엔은 그런 여자에 절망했다.
--- p.78

― 자네가 우리를 감동시키는군. 그래, 계속 얘기 해봐요. 봉기의 그날 밤에 대해서 말이야.
― 할아버지는 말씀하셨죠. 혼 섬의 우두머리를 죽인 뒤에(달이 대낮처럼 환한 그 밤) 덤 모녀를 잡아서 해변으로 끌어냈다고. 스승님께서는 아저씨들에게 등댓불이 꺼지지 않게 하라고 일렀대요. 그래서 배를 타고 락 마을로 돌아온 후에도, 등대는 사람들의 눈길 속에 타올랐대요. 한없이, 한없이, 한없이…….
--- p.108

사우 노인의 집에는 술이 항상 있었다. 노인은 자신이 알코올중독이 아니라, 친한 친구와 조금씩 즐기기 위해 비축해 놓은 것이라고 했다. “자네가 놀러오는 게 좋아서 초대한 거지.” 몇 잔을 주고받은 후 노인이 물었다.
― 자네는 지금 마음속이 아픈 거지, 그렇지? 아픈 사람만이 이렇게 조금씩 끊어 마시지.
피는 웃었다. 그는 본래 말 수가 적다. 게다가 주절주절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노인은 강요하지 않았다. 노인은 팔수록 깊어지는 호수 같은 슬픔을 말했다. 역시 조금씩 마시면서 슬픔에 젖어들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술이 들어가자 노인은 잔을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
--- p.143~144

동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삶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 것은 절대 아니다. 집을 멀리 떠났을 때 방황을 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낯선 사람의 행동거지에 특별히 깜짝 놀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낯선 사람들의 무리 속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섞여 들어가려고 한다. 나는 편리한 방, 번쩍이는 공간, 격식을 갖춘 인사말을 선택하지 않는다. 때때로 나 자신을 되돌아보려면 익숙함보다는 낯선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나는 낯선 흔적이 완전히 소모되었을 때에만 다른 낯선 것으로 바꾼다. 삶이 점점 엄중해지고 냉철해지고 끝도 없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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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문학사에서 100년 만에 한 번 나올 법한 작가가 탄생했다.
_소설가 바오 닌(『전쟁의 슬픔』 저자)

응웬 옥 뜨가 불러일으킨 논란으로 인해, 베트남 문학은 더욱 진일보하게 될 것이다.
_소설가·영화감독 반 레(『그대 아직 살아 있다면』 저자)

베트남 문학은 한마디로 상흔에서 피어난 생명의 문학이다. 저 대지의 도저한 낙관성이며 생명력의 근원은 무엇인가? 베트남을 생각할 때면 항상 어떤 미망처럼 가슴에 남았던 의문이 이 시 같은 소설에 이르러 비로소 해소되는 느낌이다. 결핍의 나이 십대를 겪는 두 남매에게 인생이란 끝없고 거친 벌판이 아니겠는가. 때로는 어른들의 잘못도 용서할 줄 아는 속 깊은 메콩 강 아이들의 상처와 그리움, 그리고 열망 앞에 누가 감히 인생을 안다 하겠는가.
_시인 안도현

작가가 생각하는 것처럼 지금 베트남 사회에 필요한 것은 어쩌면 여성성, 여성성이 주는 평화와 안식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모성적 가치에 내재되어 있는 사랑과 배려, 따듯한 손길, 상처를 씻어주고 다독여주는 위안과 위로, 배고픔과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돌봄과 보살핌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지 젊은 여성 소설가는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_시인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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