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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피라예

내 이름은 피라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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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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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1년 08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464쪽 | 576g | 148*210*30mm
ISBN13 9788962602807
ISBN10 896260280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자난 탄
터키 앙카라 출신으로 앙카라국립대학 약학과를 졸업했다. 아동소설과 수필로 출발한 그녀는 터키 최대의 언론사 「예니아시르Yeni Asir」의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2003년 『내 이름은 피라예』를 시작으로 대중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작가가 되었다. 2010년 터키 도서관협회로부터 ‘가장 많이 읽힌 작가상’을 수상했으며, 아직 불법복제본이 판치고 있는 터키의 특성 때문에 언론으로부터 ‘터키의 불법복제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라는 수식어를 받기도 했다.『내 이름은 피라예』는 출간 이후 계속해서 터키 베스트셀러 순위를 지키고 있는 그녀의 대표작이다. 이 책은 그녀에게 터키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라는 칭호를 선물했다. 또한 미국,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으로 판권이 팔리자 터키 언론에서는 “디야르바키르의 신부, 피라예의 여행”을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 현재 드라마로도 제작 중인 『내 이름은 피라예』는 2012년 방영 예정이며, 다시 한 번 ‘피라예 열풍’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저자 공식웹사이트_www.canantan.com)
역자 : 김현수
고려대학교 한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성균관대학교 번역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한국 방속작가협회의 정회원으로 MBC 라디오, 예능국, KBS TV문화기행 등에서 7년간 방송작가 생활을 했다. 옮긴 책으로 『아이는 책임감을 어떻게 배우나』 등이 있으며, 현재 바른번역을 통해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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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사랑해, 피라예!"
군더더기 없는 진실한 말이 그의 입술에서 튀어 나오고, 나는 어느새 그의 것이 된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이런 따뜻한 기분은. 이렇게 열정적인 사랑의 고백도 처음인 것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서일까, 아니면 말로는 지금 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고 느껴서일까, 나는 아무 말도 않기로 한다. 나의 침묵은 무시한 채 마치 돌아 나올 수 없는 길을 들어선 것처럼, 그의 내면을 다 드러내 보이고 싶어 안달이 난 것처럼, 그는 쉴 새 없이 말한다. 나의 감정이 그의 강렬함에 맞닿을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내가 감동을 받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p.113

사랑은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 머리가 전면에 나서버리면 가슴의 작용은 뒤로 밀려나고, 이성과 논리가 감정을 막아선다. 나는 늘 그래왔고, 아마도 그래서 나는 사랑에 빠지지 못했으리라…. 그 결과, 내가 할 수 있던 건 나에게 제공되는 사랑을 나눠 갖는 것뿐이었다.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하심의 사랑이 우리 둘이 나누기에 부족하지는 않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내가 그에게 감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니까. 나를 향한 그의 사랑과 그의 깊숙한 감정까지 내보이려는 그의 노력에 내가 황홀함을 느끼는 건 분명하다. 나는 그가 나를 사랑하는 방식을…, 사랑한다. ---p.117

내가 함께 영화를 보러 가고 캠퍼스에서 함께 밥을 먹는 친구는 딱 한 명, 하심뿐이다. 우리를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하심이 어떤 식으로도 나를 통제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나 자신이 그 없이는 아무 데도 가지 못하도록 스스로 금지해버린 것 같다.
친구들과 함께 영화관에 간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수업이 일찍 끝나고 친구들이 함께 뭔가 하자고 제안이 오고 갈 때면, 나는 그들과 함께하지 못하도록 내가 스스로 쌓아올린 장벽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과 함께 가기보다는 수업이 끝나고 나올 하심을 기다리기로 한다. 내가 그를 놔두고 가버리면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 그의 얼굴이 확 밝아지는 것은 확실히 알겠다. 그래서 서서히, 하지만 확실하게 나는 스스로와 타협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기로 했다. 그러자니 좀 짜증이 나기도 한다. 이런 나의 기분을 숨기고 모든 게 좋은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해야 할 것만 같다는 생각 때문에 더 힘이 든다. ---p.133

현실과 타협하라고 언니가 끝도 없이 해대는 말을 나는 늘 무시하곤 했다. 그런 얘기는 적당히 타협한 결과 더 불행해진 언니의 결혼생활만을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언니 말에 일리가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잘 생각해봐. 네 자신을 탓하게 될지도 몰라. 갈 걸 그랬다고 후회하며 한숨짓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 있어? 가. 그 집에 며느리로 들어가서 살 작정으로 가라는 게 아니야….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 위해 먼저 봐야 될 필요가 있는 걸 보기 위해 가라는 거야.”
언니 말이 맞아. ‘만약 그랬다면…’이라고 말하며 어느 날 쓰디쓴 한숨을 짓는 내가 되기보다는, ‘이렇게 하길 잘했지’라고 안도의 숨을 쉴 수 있는 내가 될 거야. ---p.243

“정말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면, 이 결혼이 불러올 고난들을 모두 극복해낼 만큼 네가 강하기만 하다면…. 우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네 삶을 결정지을 용단은 네가 내리는 거야. 다만 한 가지, 네가 선택한 삶 때문에 네 자신을 원망하지 않을 확신만은 있어야 해. 네가 무엇을 하든, 마음으로 머리로 씨름을 할 때 절대로, 단 1초라도, 너의 결정이 식구들을 실망시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하지 마. 우리는 네가 행복하면 그걸로 된 거야.” ---p.244

“내가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 유리로 만든 성, 너무 아름답고 너무 깨지기 쉬운… 평생을 두고 조금씩 쌓아 올린 성. 눈이 멀어버릴 만큼 아름다운.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걸 산산조각 내는 거야. 그럼 그 폐허 위에서 다시 성을 지어 올릴 수 있을 만큼 너는 강하니? 또 다시 똑같이 아름다운 걸 지어 올릴 수 있겠어?”
“아무것도 산산조각 나지 않아! 그냥 디야르바키르에서도 내가 잘 살아낼 수 있나 보려고 옮겨 가는 것뿐이야.”
“이스탄불에 있던 걸 뿌리째 뽑아서 디야르바키르로 옮겨도 잘 자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좀 무리 아닐까?”
그 순간 내가 원하는 건 오직 외메르가 입을 다무는 것뿐이다. 그의 비유를 듣는 것도 이제 지겹다. 아니 사실, 그의 말들은 과녁에 제대로 꽂혔다. 세상을 속이고 나를 속이려고 애써봤지만, 내 마음 저 깊은 곳에, 의심이 잠식해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나를 잘 아는 외메르는 나의 아픈 구석을 자극하는 법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기가 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외메르는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p.261

바닥을 친다는 것, 더 이상은 나빠질 여지도 없음을 안다는 것도 나름대로 긍정적인 면이 있다. 내게 있는 줄도 몰랐던 용기와 결기를 발견하게 된다. 피가 나는지 아픈지도 모른 채 꽉 막힌 벽들을 손톱으로 긁고 파내다 보면 벽이 긁히기도 하고, 홈도 파이고, 틈이 생기면서 마침내 출구를, 활로를, 탈출로를 내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 확신도 없지만 저 지평선 너머 아주 희미한 불빛 하나가 반짝일지도 모른다는 신념 하나로 결연하게 계속 전진하는 거다.
삶은…, 이끼일 수도 있고, 잡초일 수도 있고, 늘 만개한 장미 꽃밭일 수도 있다. 나 혼자만의 삶이라면 계속 가든 그만두든 양단간에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다른 누군가를 살게 해야 한다는 책임이다.
---p.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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