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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하셨어요?

식사하셨어요?

: 도시락이 필요한 모든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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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8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498g | 190*210*20mm
ISBN13 9788997189007
ISBN10 899718900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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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진희원
천천히 요리를 하고, 맛있게 담는 일을 하는 사람. 영화에 빠진 10대를 보내고 영화를 돈 내고 공부하고 영화로 돈 버는 일을 한 20대를 보냈다. 먹는 걸로 친구 사귀던 기막힌 취미가 이제 직업이 되어 버렸고 계동 작은 언덕 위에서 ‘식사하셨어요?’라고 질문만 던지는, 요리하고 스타일링 하는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다.
주로 광고 속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만들고, 종종 잡지 속 맛난 이야기와 음식을 만들고, 가끔 제대로 맛난 음식들을 만들어 주위를 기쁘게 한다. 그리고 늘 맛있는 음식으로 재미난 일들이 시작되는 걸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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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식사하셨어요?
저는 당신이 오늘 무엇을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이 단순하고 원초적인 궁금증이 호기심을 넘어서는 순간,
질문은 관심으로 변합니다.
끼니를 놓쳤다거나 맛없는 밥을 먹었다는 애처로운 투정이 들리기라도 하면
제 가슴은 툭 하고 가라앉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눈앞에 두면 당신 얼굴이 떠오르고,
이 맛난 것들을 곱게 싸서 당신 앞에 펼쳐 놓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
이미 제 마음이 당신을 향해 한참을 걸어 나왔다는 증거입니다.
내일 아침을 챙겨 주고 싶고
모레 점심에 예고 없이 도시락을 보내 주고 싶고
주말 저녁밥을 함께하고 싶다면,
이건 분명 사랑……이 시작되었다는 신호일 테지요.

도시락의 순간 3
친구를 위한 나이팅게일 도시락
이국적인 느낌의 버터에 구운 꽃빵 샌드위치, 막힌 속을 뚫어 주는 오렌지와 키위, 탄산수 한 병

“올 때 웃기는 만화책 열 권 빌려 오고, 캔 맥주 두 개만 몰래 감춰 와.”
‘다리만 부러진 것이 틀림없군.’
밝고 명랑해 심지어 힘이 넘치는 친구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울립니다. 이틀 전 술 마시고 집에 가다 넘어진 친구가 다리에 깁스를 했다며 새집으로 이사 가 집들이할 때보다 더 신나게 수다를 떱니다.
“병원 밥 정말 맛없어. 복숭아 통조림 같은 거 사오지 말고, 뭐 냄새 안 나고 맛난 것 좀 만들어 와봐.”
나! 원! 참!
몹시 어이없어하면서도 주섬주섬 마트에 갈 준비를 합니다. 아, 먼저 찬장에서 제일 화사한 도시락통을 꺼내 놓아야 합니다. 친구가 좋아하는 고추잡채를 넣은 이국적인 샌드위치를 만들어 가야겠습니다. 누워만 있어 소화가 잘 안 될 테니 키위도 한 쪽 까고 시원한 탄산수도 한 병 넣어야지요.
웬수 같은 친구지만 배꼽 친구가 붕대를 칭칭 감고 누워 있는 건 어쩐지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다만 측은지심일 뿐이라고 해두며 병원으로 친구를 만나러 갑니다.

도시락의 순간 5
사내 커플이라면 꼭 필요한 해장 죽 도시락
된장으로 간을 맞춘 대합죽, 부드러운 알감자 조림, 시원한 나박김치

회사 규정에 ‘사내 연애 금지’ 조항은 없지만 어쩐지 ‘우리 사귀는 사이예요’라고 공개하기가 좀 불편한 것 같아 몇 달째 비밀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사내 커플입니다. 다른 직원들 앞에서 덤덤한 척하기가 왜 그리 어려운지. 몰래 연애가 이리 짜릿할 줄은 몰랐지요.
어젯밤 회식 자리에서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는 모습에 슬슬 화가 나기도 했지만 알고 있었답니다. 저에게 돌아올 술잔들을 중간에서 남들 모르게 대신 마셔 주느라 본인의 주량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는 것을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북어 육수를 내고 그 뽀얀 국물에 해장에 좋다는 대합을 듬뿍 넣어 부드러운 죽을 끓여 서둘러 출근을 합니다. 다행히 사무실에 1등으로 도착했네요. 온 마음을 다해 꼬옥 안고 온 보온병을 그 사람의 책상 위에 살며시 내려놓습니다. 그러고는 얼른 그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냅니다. 눈치 없이 책상에 버젓이 앉아 먹는 일이 없도록 말이지요.
“조용히 옥상에 올라가 해장하세요.”

도시락의 순간 10
야구 하러 가는 아들아!
단호박 스프레드를 듬뿍 바른 달콤한 맛과 미트소스를 잔뜩 넣은 고기 맛의 두 가지 맛 소시지빵, 꽁꽁 얼린 카프리선과 얼음물

잠옷 대신 야구 유니폼을 입고 잔 아들이
깨우지 않아도 혼자 일어나 새벽부터 서두르네요.
오늘은 야구 교실에 가는 날이거든요.
간식으로 뭘 싸줄까 고민하다
먹기도 편하고 푸짐한 핫도그를 만들어 봅니다.
아마도 녀석은 얼음물과 꽁꽁 얼린 음료수를 먼저 찾겠지만요.
“아들! 신나게 놀다 와.
친구들이랑 핫도그 나눠 먹고.
엄마는 혼자 먹는 애들이 제일 싫더라.”

도시락의 순간 13
출근길 남편에게 주고 싶은
참치마요와 김뿌셔뿌셔 알알이 주먹밥, 검은콩 두유 한 병, 청포도와 방울토마토

결혼 전, 아침밥을 평생 먹을 수 있게 해주마 약속했더랬습니다.
그러나 이런 핑계, 저런 사정 덕에 대선 공약만큼이나 지켜지지 않는 이 약속을 조금 지켜 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느닷없이 좋은 아내가 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기보다는 항상 좋은 남편인 그에게 작은 기쁨은 주고 싶은 진심이 뽀글뽀글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막히는 출근길, 운전하는 중간중간 한입에 털어 먹을 수 있도록 작은 컵들에 알알이 주먹밥과 동그란 과일을 담았습니다.
그의 취향대로 컵은 투명한 일회용 소주잔! 이 정도의 이해심과 센스는 있어야 사랑받는 아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오늘도 동글동글 잘 지내다 만나자.”

도시락의 순간 18
나의 군인 아저씨에게
호프집 스타일 닭튀김, 경양식집 돈가스와 양배추채, 치킨 무 절임, 망고, 미니 맥주

“비 오는 날과 흐린 날, 맑은 날 중 어떤 걸 제일 좋아해?”
'추억은 방울방울'에 나오는 명대사를 따라 하며 내게 관심을 보이던 그날.
너무 안 어울려서 웃기기는 했지만, 꽤 오랫동안 너의 여자 친구일 거라는 직감이 들었지.
그동안 얼마큼 씩씩해졌니?
새까맣게 타버려서 초코파이 얼굴이 되어 있는 건 아니겠지?
나의 군인 아저씨를 만나러 가는 날은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며 우리가 매일 가던 맥줏집 안주를 만들어 가기로 했어. 식어도 맛있던 그 집의 닭튀김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벌써 2주일이나 그 집 주방에서 알바하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감동해도 좋아.
센스 넘치는 너의 여자 친구답게 안주만 싸갈 수는 없지.
한 손에 쏙 감춰지는 미니 사이즈 맥주도 구해 놓았어.
얼음팩에 꽁꽁 싸가서 먹여 줄게.
자, 이제 스물세 밥만 자면 니 얼굴을 볼 수 있는 거네.
오늘은 다 갔으니…… 스물두 밤 남았다.

겨울 소풍
단호박과 밤고구마 구이, 어묵 꼬지, 베트남 커피

'러브 레터'의 눈밭을 걷고 싶은 날엔 겨울 소풍
“좋은 추억이 가득해.. 그런데도 아직 아쉬운 것이 많아.” ―?러브 레터? 중에서
첫 키스는 하늘이 깨질 듯이 맑고 추운 겨울날,
유리로 된 식물원 안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 늘 상상해 왔었지요.
온 세상이 눈에 덮인 고요한 어느 날이라면 몇 번이라도 좋습니다!
진짜 첫 키스를 기약하며 눈밭으로 겨울 소풍을 나서 봅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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