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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뿌리는 소녀

우주를 뿌리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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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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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년 10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60g | 128*188*20mm
ISBN13 9791185306537
ISBN10 1185306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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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에는 어느 날 갑자기 아카쓰키칸에 왔다.
고즈에의 엄마라는, 고즈에와 마찬가지로 피부는 뽀얗지만 전혀 닮지 않은 여자가 아카쓰키칸의 입주 종업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엄마’라는 표현이 이상할 수도 있다. 고즈에의 엄마는 엄마라고 하기에는 어딘지 어색한 구석이 있었다. 둘의 얼굴이 닮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고즈에의 엄마는 왠지 전혀 ‘엄마’답지 않았다. ‘엄마로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 그런 인상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고즈에도 마찬가지였다. 고즈에는 ‘딸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여자애’였다. --- p.10

하지만 고즈에는 지금 나를 똑바로 보고 있다. 그 번진 듯한 갈색 눈동자로 똑바로.
“집에 같이 가자.”
고즈에 너머에 있는 아이들을 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몇은 얼굴이 빨개져 시선을 피했고, 몇 명은 진지한 눈으로 내 눈길을 되받았다. 모두 필사적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이런 특별 대우를 받은 적이 없었다. --- p.23

갈대발 너머로는 벌거숭이들이 우글우글했다. 남탕에는 녹아 내린 양초 같은 성기를 늘어뜨린 할아버지며 수영 선수 같은 다부진 체격을 한 아저씨가 있었고, 여탕에는 젖가슴이 수박 같은 사람이며 배꼽 위까지 늘어진 할머니도 있었다. 우리는 그걸 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몸이 다른 것이 무척이나 신기했다. 어느 날 갑자기 센마쓰 뒤뜰에 가면 안 된다는 금지령이 떨어졌다. 작년, 우리가 열 살이 됐을 때다. 그리고 5학년이 되자마자 우리는 그 끔찍한 성교육이란 걸 받았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점점 이해하게 되는 내가 싫었다. 벌거벗은 누군가의 몸을, 특히 여자의 벌거벗은 몸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어쩐지 몹시 더러운 것으로 여겨졌다. --- p.64

“사토시, 너도 알갱이로 돼 있어.”
“나도?”
“그래. 너는 알갱이가 모여 이뤄진 거야. 이 돌담처럼. 돌 부스러기가 모이고 모이고 계속 모이면 형태가 생기잖아. 그런데, 그 알갱이가 변하기 때문에 넌 나이를 먹는 거고, 나무는 마르고, 건물은 무너지는 거야.”
“내가 나무나 돌담과 같은 알갱이로 돼 있단 말이야?”
“그래, 작디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알갱이는 다 같은 거야. 우리는 같은 알갱이로 돼 있어.”
“말도 안 돼.”
“너의 알갱이는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해. 네가 성장해 가는 건, 자신의 알갱이를 내놓고 다른 알갱이를 얻기 때문이야.”
“다른 알갱이를 얻어?”
“그래. 너나 지구에 있는 것들은 그 알갱이를 서로 주고받으며 살아가. 서로 변해 가는 알갱이를 주고받으면서.” --- p.99

주방에 있는 아버지는 작아져 있었다. 워낙에 홀쭉했던 사람이 더 야위었다. 그렇다, 그때의 아버지와 엄마는 참 장관이었다. 뚱뚱한 사람과 마른 사람, 그런 조합은 웃기는 개그맨 콤비처럼 보였지만 나는 둘이서 개그맨처럼 나란히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날부터 누군가에게 아버지를 닮았다는 말을 들을 때면 가슴이 아팠다. 강한 힘에 짓눌린 것처럼 바스러질 듯이 아팠다. 이를테면 키가 작았던 나에게 누군가가, “아버지처럼 키가 크면 좋겠구나.” 그런 식으로 말하면 나는 얻어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 바보 같겠지만 나는 진심이었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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