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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

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

: 릴케의 로댕, 그 절대성과 상실에 관하여

리뷰 총점9.3 리뷰 8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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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 top2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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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1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404쪽 | 508g | 140*210*30mm
ISBN13 9791161110080
ISBN10 1161110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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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댕은 학우들과의 교제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공부만 하고 싶어했다. 예외라면 특별히 다정했던 친구 레옹 푸르케와 인생의 의미,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 등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즐겨 나누었다는 점이다. 이 두 십대 소년은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도 자신들처럼 인정받기를 갈구했을지 궁금해하며 뤽상부르 공원을 거닐곤 했다. 둘 다 명성을 꿈꾸었으나, 푸르케는 그것은 로댕에게만 허락된 운명임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그는 로댕이 습득하지 못한 대리석 조각 기법에 숙달했지만 로댕을 둘러싸고 있는 어떤 숙명의 분위기를 늘 보았고, 훗날 로댕을 도와 몇 년 동안 함께 일하기도 한다. “네가 예술을 위해 태어났다면, 나는 네 머릿속에 싹트는 대리석을 깎기 위해 태어났지. 그게 우리가 늘 함께할 수밖에 없는 이유야.” 푸르케가 로댕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분이다.--- p.23

로댕은 어쩌면 지금 견디고 있는 단조로운 노동이 벽돌을 한 장씩 올리며 그들만의 대작을 짓던 성당 건축 인부들의 노동과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들처럼 신에게 헌신하는 건 아니었지만 자연에 대해서는 치열한 애정이 느껴졌다. 나뭇잎 한 장 빚어내는 일을 경배의 행위처럼 한다면 자연의 겸손한 종으로 서 긍지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성당을 지은 사람들 중 특정인 이 특별한 칭송을 받지 못한 것처럼, 일개 건물 장식공에게 영광은 찾아오지 않을 터였다. 성당은 그것을 함께 지은 모든 장인들의 개가이고 그 무명의 장인들 모두보다 오래 살아남을 터였다.--- p.28

학적만 유지하면 그곳에서도 연금을 쓸 수 있었으므로, 릴케는 1896년 가을 뮌헨대학교에 등록했다. 그때까지 자신을 규정해온 모든 것을 부정하겠다는 의지와 함께였다. 어머니의 광신적 천주교 신앙, 아버지의 군사적 야망, 프라하의 향토주의, 그리고 자신의 이름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과 결별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p.41

릴케는 어쩌면 로댕이야말로 러시아에서 찾아 헤맸으나 실패한 바로 그 거장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로댕에게 보낸 그의 또 다른 편지에 이런 희망이 암시되어 있다. “시인이나 화가나 조각가가 아니고는 살 수 없을 것 같은 젊은이들이 참된 조언을 얻지 못하고 절망의 늪에 처박히는 것은 가장 비극적인 운명입니다. 강력한 대가를 찾는 사람들은 말이나 정보를 찾는 것이 아니라 본보기를, 위대함을 만드는 뜨거운 가슴과 손을 찾는 것입니다. 그들은 바로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 p.119

릴케는 논문을 거의 마쳐가고 있었다. 로댕의 예술을 모든 각도에서 관찰하고 숙고한 그는 세상을 보는 방식마저 달라져 있었다. “이미 꽃들은 나에게 훨씬 의미가 커졌고, 동물들에게서도 색다른 종류의 기쁨을 느낀다. 그리고 때때로 사람들로부터도 그런 것을 느낀다. 손들이 어딘가에 살아 있고 입들은 말을 한다. 그리고 나는 모든 것을 보다 조용히, 훨씬 더 정당하게 본다.” 예술가처럼 보는 법을 배우고 있었으나 아직 예술가의 기예는 습득하지 못한 릴케였다. “내 예술의 도구는, 망치는, ‘나의’ 망치는” 어디에 있을까? 그는 물었다. 어떻게 하면 말을 가지고 작품이라는 물체를 지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로댕의 예술 원칙을 시에 적용할 수 있을까?--- p.150

릴케에게는 삶 자체가 교육이 되었다. 모든 도시와 모든 감정이 숙달해야 할 주제였다. 학습 요목을 다듬던 중, 릴케는 사랑도 탐구의 주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 그것도 교양 과정이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을 편지에 써서 카푸스에게 보냈다. “사랑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기도 하고요.” 왜냐하면 사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아마도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어렵고 궁극적인 과제이고, 최종적인 시험이자 증거이며, 다른 모든 일은 그것을 위한 준비 과정일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모든 것을 막 시작하는 젊은이들은 아직 사랑을 모릅니다.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p.184

릴케는 로댕이 자기 논리가 불공평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우선은 자신이 최소한 의견을 피력했다는 것에 흡족했다. 릴케는 더이상 듣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목소리는 로댕의 실체 안에 크고 확실하게 울려 퍼졌다. 그는 베스트호프에게 보낸 편지에 그것이 “다시는 소실되지 않을” 거라고 썼다.--- p.286

오텔 비롱에서 로댕과 재회한 다음날 베스트호프에게 보낸 편지의 추신에서 릴케는 그 자신의 ‘신격’은 어떤 경로로 펼쳐질지 상상했다. 더이상 나무가 태양을 올려다보듯 로댕을 숭배하며 서성일 수만은 없었다. 이제 천국을 향해 스스로의 길을 터야 할 때였다.
---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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