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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낯섦

내 마음의 낯섦

리뷰 총점9.5 리뷰 47건 | 판매지수 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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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각국소설 30위 | 세계각국소설 top20 18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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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652쪽 | 786g | 148*220*35mm
ISBN13 9788937434785
ISBN10 8937434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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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이 시점에서 우리 이야기를 좀 더 잘 이해하게끔 하기 위해서는 먼저 보자가 무엇인지 모르는 세계 독자들, 그리고 앞으로 이삼십 년 안에 안타깝지만 잊게 될 거라 추정되는 미래의 터키 독자들에게 이 음료는 기장을 발효시켜 만든 것으로 걸쭉하며, 좋은 향기가 나고, 짙은 노란색의 약간 알코올기가 있는 아시아 전통 음료라는 사실을 이야기해 두어야겠다. --- p.34

“맛 좋은 보오자자!”
그는 곧 윗동네에 도착해 이내 탁심에서 그날 어디로 가든지 그 방향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찻집에서 담배 한 대를 피우는 삼십 분간의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는 쉬지 않고 보자를 팔았다. --- p.37

마을의 모든 개들이 메블루트를 알았다. 가장 고요하고 어두운 한밤중에 나가 봐도 한 마리도 짖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메블루트는 자신이 마을에 속해 있다고 느끼곤 했다. 개들은 오로지 마을 밖에서 온 사람들에게, 위험하고 생소한 사람들에게만 짖었다. 만약 개가 마을 사람들 중 누군가에게, 예를 들어 메블루트의 가장 친한 친구인 사촌 쉴레이만을 보고 짖으면 사람들이 “이놈 쉴레이만, 너 마음속으로 사악한 생각을 하고 있구나!” 하고 놀렸다. --- p.58

1954년에 우리 귀뮈쉬데레 마을에서 이스탄불로 간 키가 크고 어깨가 넓은 거인 유수프는 처음에는 공사판에서 일했다. 그러더니 우연히 요구르트 장수가 되어 이 거리 저 거리 돌아다니며 요구르트를 팔아 많은 돈을 벌었다. 그는 먼저 형제들과 사촌들을 이스탄불로 불렀고, 이들은 독신자 숙소에서 먹고 자며 일했다. 우리 귀뮈쉬데레 사람들은 그때까지 요구르트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하지만 곧 우리 대부분이 이스탄불로 가 요구르트를 팔았다. --- p.59

“네가 일을 시작하는 기념으로 면도를 하고 있단다, 얘야.”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메블루트에게 아버지가 말했다. “첫 번째 교훈: 요구르트를 팔려면, 특히 보자를 팔려면 깨끗해야 한다. 어떤 손님들은 네 손과 손톱을 본단다. 어떤 손님들은 셔츠, 바지, 신발을 보고. 집 안에 들어가면 즉시 신발을 벗어라. 양말에 구멍이 나도 안 되고 발 냄새가 나도 안 된다. 하지만 용감한 내 아들, 천사 같은 마음을 가진 내 아들은 어차피 깨끗한 냄새가 나지, 그렇지 않니?” --- p.83

고향에 살다가 십이 년 전에 아버지 곁으로 왔을 때 둣테페의 절반과 다른 언덕들은 거의 비어 있었다. 그때는 우리처럼 오갈 데 없고 이스탄불에서 잠잘 곳도 없는 사람들이 아니라 도시 중심부에 사는 돈 있는 사람들도 이 언덕에 있는 땅들을 약탈했다. 간선 도로에 있는 제약 회사, 전구 회사, 매일 새롭게 문을 여는 제조 공장에서 싼값에 일할 노동자들이 지낼 공짜 토지가 필요했기 때문에 정부는 아무나 공터를 차지해도 모른 척했다. 이렇게 해서 불법으로 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소식이 퍼졌고, 도시 중심부에서 사무원, 교사, 약삭빠른 상점 주인 들까지 언젠가는 돈이 될 거라고 생각하며 우리 언덕에 토지를 소유했다. --- p.141

페르하트는 말했다. “내일 신문은 ‘퀼테페에서 알레비 대량 학살’이라고 쓰지 않을 거야. ‘조직의 반란이 진압되었다. 공산주의자들이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스스로 불을 지르고 자살했다.’라고 쓰겠지.”
“어차피 끝이 안 좋을 거면 왜 전쟁을 하는데?” 하는 메블루트의 질문에 페르하트는 말했다. “그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항복하라는 거야?” --- p.155

“넌 라이하에게 푹 빠졌구나. 모르는 걸로 할게.”
“정말 예쁜 애지, 안 그래? 그 애한테 편지를 쓰면 전해 줄 거야?”
“이제 둣테페에 없는걸. 시골로 갔다고 했잖아…….”
하지만 메블루트가 너무나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는 말했다.
“널 위해 힘이 닿는 한 도울게. 그나저나 발각되면 어쩌지?”
메블루트의 애원하는 눈빛이 가슴에 와닿았다.
“알았어, 무슨 방도가 있는지 보자.” --- p.189

다른 사병이 말했다. “군대는 얼굴이 잘생기고 못생기고 따위는 구별하지 않아. 모든 사람을 다 공평하게 때린다고.” 또 다른 사병은 말했다. “동부 출신, 피부가 검은 사람, 음침한 눈빛을 한 사람은 더 많이 맞는다니까, 스스로를 속이지 마.”
메블루트는 구타 논쟁에 동참하지 않았다. 자기 잘못으로 기인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따귀를 맞아도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다고 억지로라도 믿었다. --- p.210

석 달 만에 얼마나 많이 사랑을 나누고, 얼마나 많이 가까워지고, 얼마나 많이 이야기하고 웃었는지 자신이 이 세상에서 라이하를 가장 많이 안다는 것에 놀랐고, 젊은 여자들에게 으스대는 남자들이 인생을 모르는 아이들처럼 보였다. 메블루트는 라이하를 오랫동안 알고 지냈으며, 또 사실은 편지를 그녀 같은 사람에게, 어쩌면 그녀에게 썼다고까지 점점 믿기 시작했다. --- p.269

가끔은 도시로 온 모든 사람들이 부유해지고 재물을 축적하고 집과 토지를 갖는데 자신은 이렇게까지 열심히 일하고도 겨우 먹고 살아가며, 사실은 밥장사로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럴 때면 신이 자신에게 준 행복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배은망덕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주 드물지만 어쩌다 메블루트는 지나가는 황새들을 보고 계절이 바뀌고 겨울이 끝났다는 것을 알았으며, 서서히 나이가 들어 가는 것을 느꼈다. --- p.359

“걱정 마, 우린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어. 커튼이나 혼수감에 자수를 놓아 달라고 주문하는 사람들이 많아.”
메블루트는 무엇보다도 파트마와 페브지예가 오후에 식당에서 소시지와 체다 치즈가 들어간 토스트를 먹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직원들도 딸들을 예뻐했고, 언제나 그 애들에게 달콤한 말들을 해주었다. --- p.417

아내를 일으켜 품에 안고 서둘러 택시를 잡으러 뛰쳐나갔다. 메블루트는 지금 이 순간을 삶이 끝날 때까지 잊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들의 행복한 삶이 사라지지 않기를, 라이하가 아프지 않기를 바라며 끊임없이 기도했다. 땀에 젖은 아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백지장처럼 하얀 얼굴을 보고는 두려워졌다. 오 분쯤 떨어진 응급실로 가는 동안 라이하의 얼굴에 오래전 함께 도망치던 날 저녁에 보았던 죄책감과 당황한 표정이 어린 것을 보았다. --- p.476

나는 친구의 순진함에 괜히 화가 났다. “지금 내 말 잘 들어, 메블루트. 이 일을 하려면 사람을 잘 볼 줄 알아야 해. 항상 방심하지 말고 약삭빨라야 해. 문 앞에서 나를 보면 ‘아이고, 전기료 징수원!’ 하며 애원하는 사람들 있잖아…… 모두 연기하며 나를 시험하는 거야. 그걸 알아야 해. 자신을 억누르면서 부드러운 사람인 양 행동할 줄도 알아야 해. 필요할 경우에는 들이받아. 가난한 사람이고 과부고 봐줄 것 없이 보란 듯이 전기를 끊어…….” --- p.497

모든 빛 뭉치들 사이에서 보스포루스는 아주 먼 배의 탐조등이 (멀리서 지나가는 비행기의 불빛처럼) 순간적으로 밝아졌다 사라질 때만 그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메블루트는 그의 머릿속에 있는 빛과 어둠이 도시의 풍경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게 돈을 얼마나 벌든지 간에 사십 년 동안 밤마다 도시의 거리로 보자를 팔러 나가는 이유인지도 몰랐다.
--- p.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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