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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인생

두번째 인생

: 삶의 고비에서 만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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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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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1년 09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64g | 148*210*20mm
ISBN13 9788955333848
ISBN10 8955333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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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곳 후라노에서 태어났고 성장했다. 스물한 살에 맞는 여름이라고 해서 각별한 의미는 없었다. 지금까지 시간은 시냇물처럼 흘러갔고,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삶은 무수히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계절처럼 반복된 삶이야말로 그에겐 인생의 순리였고 앞으로도 순순히 따라야 할 길이었다. 오직 한 길밖에 없었기에 이정표에 새겨진 방향은 뚜렷했다. 거기에는 ‘농사’라고 적혀 있었다. 적어도 ‘라벤더’라는 다른 이정표가 출현하기 전까지는.
사람은 너무 아름다운 광경을 보면 1차적으로 몸이 반응한다. 숨이 막혔다. 그날은 그가 인근 지역의 농업시찰을 나가는 날이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보랏빛 망사. 분명 처음 본 풍경이었다. 농촌에 파도가 밀려왔을 리 없다. 하지만 파도에 실린 바람처럼 꽃들이 무수히 흔들렸다. 보랏빛 파도가 흔들릴 때마다 코끝으로 생전 처음 맡아보는 향기가 스며들었다. 이미 두 발은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지 않았다. 불가사의는 운명과 쌍둥이다. 운명은 늘 불가사의하다. 현기증이 났다. 저 식물을 키워보자. 열병은 도둑처럼 갑자기 찾아온다. ---‘후라노 라벤더 이야기’ 중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은 변하고 있다. 사회도 변한다. 우리는 저절로 그 변화에 반응하게 된다. 바람이 불면 옷깃을 여미듯 아주 자연스럽게. 하지만 그 변화의 바람에도 결코 변하지 않는 뿌리가 있다. 그가 만난 이탈리아의 가죽 장인들은 완고하고 확실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의 미소 속에 가려진 내면에는 혼을 불사르는 뜨거운 아집이 담겨 있었다.
“기계의 발달도 나쁘진 않다. 하지만 가죽의 미묘한 멋과 질감은 기계가 만들어내지 못한다. 사람의 손이라야만 한다.” 이렇게 말한 이탈리아의 장인은 가죽을 꼭 햇빛에 널어 말렸다.
운명은 그 모습을 달리해 어디서든 우리를 기다린다. 그 높고 견고한 벽을 통과하는 방법은 딱 하나다. 그 벽이 되는 것 외에는 다른 묘안이 없다.
---‘이비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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