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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베른하르트 슐링크
관심작가 알림신청Bernhard Sch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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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살 소년과 36살 여인의 사랑을 통해 조명된 독일 현대사의 아픈 기억
황달에 걸려 몸이 몹시 허약해져 있던 소년은 어느 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구토를 한다. 낯선 담장 밑에서 토사물을 내려다보며 속수무책으로 서 있던 그에게 한 여인이 다가와 손을 내민다. 여인은 소년을 자기 집으로 데려가 더러워진 옷을 벗기고 몸을 씻겨준다.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기 위해 다시 찾아간 여인의 집, 그날부터 열다섯 살 미하엘 베르크와 서른여섯 살 한나 슈미츠의 사랑이 시작된다. 책 읽어주기, 샤워, 사랑 나누기, 그러고 나서 잠시 나란히 누워 있기. 이는 어느새 두 연인의 사랑의 의식이 되고, 미하엘의 모든 생활은 한나라는 태양을 중심으로 새로운 공전을 시작한다. 『에밀리아 갈로티』(레싱) 『간계와 사랑』(쉴러) 『전쟁과 평화』(톨스토이) 등 책 읽어주기로 시작되는 둘만의 사랑의 의식이 계속되는 동안, 미하엘에게는 점차 그가 한나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싹 트기 시작한다. 하지만 미하엘이 그녀에 대해 뭐든 묻기만 하면 한나는 번번이 대답을 회피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달리 한나는 책을 읽어달라고 하지 않고, 사랑을 나눈다. 한나의 집을 나와 친구들과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미하엘은 멀찌감치 서 있는 한나를 발견한다. 그녀에게 인사를 하러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는 그 잠깐 사이에 한나는 이미 자리를 뜨고 없다. 그것이 한나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날 이후 미하엘은 다시는 한나를 만날 수 없었고, 미하엘은 자신이 그녀를 모른 척하고 배반했다는 죄책감과 상실감에 몹시 괴로워한다. 그리고 몇 년 뒤 미하엘은 법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되었다. 나치 시대의 전범 재판에 관한 세미나의 일원으로서 미하엘은 어느 재판을 방청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그곳에서 한나와 재회한다. 나치 시절 강제 수용소의 여자 감시원이었던 한나는 수용소의 여자들을 교회에 가둬놓고 불을 질러 몰살시킨 죄목으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재판이 점차 진행되면서 미하엘은 한나가 무언가 비밀을 숨기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그녀가 전범으로 법정에 서게 된 것, 과거에 자신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했던 것, 언젠가 함께 떠났던 여행에서 자신이 남긴 쪽지를 그녀가 끝내 못 보았다고 우겼던 것, 전차 회사에서의 승진 기회를 거부하고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것… 이 모든 일이 그녀의 비밀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미하엘은 그녀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 자신이 그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한나는 마치 살인범이라는 낙인보다도 그 비밀이 밝혀지는 것이 더 수치스럽기라도 한 듯, 없는 죄까지 뒤집어쓰고 실형을 받는 쪽을 선택한다. 결국 그녀는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이후 법학자로 살아가면서도 미하엘은 늘 무기력증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워한다. 잠 못 이루는 밤 괴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미하엘은 그가 좋아하는 책들을 소리 내어 읽기 시작하고, 곧이어 한나를 위해 카세트테이프에 녹음을 하면서 읽게 된다. 그는 감옥의 한나에게 이 카세트테이프들을 보내고 이 새로운 의식은 한나가 사면될 때까지 계속된다. 하지만 미하엘은 카세트테이프를 보내면서 단 한 줄의 편지도 보내지 않는다. 마침내 한나가 사면되기 전날, 거의 20여 년 만에 둘은 재회한다. 그리고 사면되는 날 아침, 한나는 스스로 목을 매달아 죽은 채로 발견된다. 한나의 유품 한가운데에는 신문에서 오려 낸 듯한 소년 미하엘의 고등학교 졸업 사진이 고이 간직되어 있다. 미하엘은 한나의 유언에 따라 그녀가 그동안 모은 돈을 유대인 관련 단체에 기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