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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은 허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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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은 허밍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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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1월 06일
이용안내 ?
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16.01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2.4만자, 약 0.5만 단어, A4 약 16쪽?
ISBN13 9788954647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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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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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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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척이다


갓 결혼한 신부가 처음 여보, 라고 부르는 것처럼
길이 없어 보이는 곳에서 불쑥 봉분 하나 나타난다
인기척이다
여보, 라는 봉긋한 입술로
첫 발음의 은밀함으로
일가를 이루자고 불러 세우는 저건 분명 사람의 기척이다
기어코 여기 와 누운 몸이 있었기에
뒤척임도 없이 저렇게 인기척을 내는 것
새 신부 적 여보, 라는 첫말의 엠보싱으로
저기 말랑히 누웠다 일어나는 기척들
누가 올 것도 누가 갈 것도
먼저 간 것도 나중 간 것도 염두에 없이
지나가는 기척을 가만히 불러 세우는 봉분의 인기척

--------------------------------------

파도의 귀를 달고 개화하는 튤립


파도의 귓바퀴 속을 걸어들어가봐
튤립 싹이 왜 귀부터 여는지 알게 될 거야
파도와 파도 사이
그 조용한 시간을 견디는 게
튤립의 전(全), 생(生)이거든

코끼리 코로 겨울을 견디는 오동나무 둥치나
손바닥 펴 보이는 맨주먹의 어린 싹들도
전생을 맡긴 땅에다 귀부터 갖다대거든

왼쪽으로 세 번 오른쪽으로 두 번 또 왼쪽으로 한 번
길을 몇 번 꺾다보면
번호를 잊어버린 녹슨 금고 앞에 선 것처럼 아득해져서
어디 먼 데를 향해 귀부터 열게 되거든

파도의 귓바퀴를 한 바퀴 굴러나오는 윈드서퍼가
다음 파도를 기다리며 귀를 열듯이
튤립은 그 어디를 향해 귀를 열면서
죽은 새 대가리 하나를 쑤욱 낳았던 거야

----------------------------------

저 산 간다 저 산 잡아라


겨울 산에 걸쳐져 있는
딱딱한 시멘트 계단
누가 저 비쩍 마른 산에 안장을 얹어놓았나

안장만 얹어놓고 주인은 없다

혼자 뚜벅뚜벅
저 산 간다 저 산 잡아라

저만치 말이 달아나버린 도시에는
온통 안장만 수북하다

지하철 입구에 거꾸로 처박히거나
허공중에 덩그렁 놓이기도 한다

잠깐 멈췄다가 또 저 산 달아난다
저 산 간다 저 산 잡아라

말잔등이 움찔거릴 때마다
툭툭 떨어져 계단이 되는
저 각질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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