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할 때는 후보자를 실제로 아는지와 상관없이 이름을 많이 들어본 후보에게 더 많은 표가 몰린다. 잘 모르는 분야에서 결정을 내릴 때 소비자는 제품의 실제 품질이 떨어지더라도 잘 알려진 브랜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생생하게 묘사된 사건은 (생생한 묘사와 실제 사건의 발생 확률에 아무런 영향이 없어도) 간략한 설명에 그친 사건보다 자주 일어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 뇌의 자동 시스템, 즉 도마뱀은 통계나 확률보다는 고정관념이나 생생한 예시를 쉽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놀라운 통계치보다 놀라운 개인사가 더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48쪽, 2장 도마뱀의 언어 배우기 : 문법 편, 심리적 가용성
K마트보다 월마트를 더 좋아하는 소비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집 근처에 K마트가 생긴다면 월마트를 선호하는 태도는 달라지지 않더라도, K마트에서 더 자주 쇼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황이 행동을 바꿨지만, 태도는 달라지지 않는다.
반드시 1+1 이벤트를 하거나, 새로 점포를 차려야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과보다 쿠키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배고픈 상황에서 사과는 있는데 쿠키가 없다면 사과를 먹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쿠키를 선호한다는 사실이 변하지 않아도 행동은 달라질 수 있다. (중략)
1899년, 미국의 유명한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인간활동의 99퍼센트는 순전히 자동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최근의 심리학 연구 결과는 제임스의 이 말을 뒷받침한다. 대부분의 인간 행동은 의식적인 심사숙고가 아니라 환경의 신호에서 비롯된다.
마트 계산대 옆 진열대에 사과 바구니가 놓여 있다면, 집에 오는 길에 사탕이나 스낵이 아닌 사과를 사게 될 수 있다. 선택은 달라질 수 있지만, 사과나 사탕에 대한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설득하려고 할 때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마음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라고 접근하면 안 된다. 대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행동 변화에는 마음을 돌려놓는 수고가 필요할 수도,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 113쪽, 4장 태도가 아닌 행동의 변화를 목표로 하라, 행동과 태도, 어느 쪽이 바꾸기 쉬운가?
행동 변화가 태도 변화로 이어진다는 사실 때문에 ‘약속 받아내기(gaining commitment)’나 ‘문 안으로 발 밀어 넣기(foot-in-the-door)’ 같은 접근법이 설득 테크닉으로써 놀랄 만한 효과를 발휘한다.
‘약속 받아내기’는 사람들에게 어떤 행동을 하겠다고 말하게 하는 테크닉이다. 즉 입 밖으로 말함으로써 실제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효과가 있다.
인디애나대학 심리학 및 뇌과학 교수 짐 셔먼(Jim Sherman)은 입 밖으로 말하는 행동의 효과를 연구했다. 그는 인디애나 주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암학회 기부금 모금을 위해 3시간을 할애해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뭐라고 대답하겠는지 물었다. 많은 사람이 모금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며칠 후 실제 미국암학회 관계자가 전화로 사람들에게 참여 의사를 묻자 질문에 대답했던 10명 중 3명, 그리고 참여하겠다고 말했던 사람은 거의 전부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 며칠 전 자신의 행동을 예상할 기회가 있었던 사람들은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보다 봉사활동에 참여할 가능성이 일곱 배나 높았다.
- 121쪽, 4장 태도가 아닌 행동의 변화를 목표로 하라,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은 태도인가?
100달러와 110달러 중에서 고르라고 한다면 누구나 110달러를 선택한다. 그런데 시간이 변수가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지금 100달러를 받을 것인지, 한 달 후에 110달러를 받을 것인지를 선택하라면 지금 100달러를 받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경제학자들은 나중보다 즉각적인 보상이 갖는 힘을 ‘현재 편향적 선호(present-biased preference)’라고 한다. 선택을 할 때 사람들은 언제 올지 모르는 결과보다는 당장 나타날 결과를 훨씬 더, 굉장히 많이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 어떤 보상이든 매력이 떨어진다. 지금 당장 갖고, 지금 당장 느낄 수 있는 보상을 약속하라.
누군가를 설득해서 백열전구 대신 CFL 전구를 사용하게 하려면 연간 전기세가 얼마나 절약되는지 굳이 설명하려고 애쓰지 마라. CFL 전구를 사용하면 지금 당장 전기세가 4분의 3가량 줄어든다고 설명하라. 백열전구는 하루에 전기세로 40센트가 나간다면, CFL 전구는 10센트면 충분하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