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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미

트러스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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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1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456쪽 | 148*210*30mm
ISBN13 9791196119591
ISBN10 119611959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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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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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이다, 무훤아. 인생을 단정 짓지는 마라. 모든 세계관에는 함정이 있어. 시야는 제한적이거든. 전부를 알지 못하면서 자기 입장에서 세상을 매도해선 안 돼. 누구도 부당하게 비난받아선 안 된다고. 내 것을 주장하다 보면 다른 사람을 수단으로 보게 되거든. 그건 아주 미안한 일이잖아.”--- p.22

‘당신은 무엇입니까?’
화장실에서 나와 스마트폰을 쥐고 있던 나는 질문을 되씹었다. 내가 무엇인지, 무엇이어야 하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메일 하단으로 화면을 내렸다.
‘트러스트 미trust me.’
수신전용 메일이라는 단서가 붙은 발신 주소를 확인했다. --- p.46

“자네는 한쪽으로 단정하길 좋아하는군. 그래놓고 번민하지. 부정하고 그리워하고, 기다리면서도 인정하지 않았을 거야. 그렇게 오랫동안 자네는 모순 속에서 스스로를 괴롭혀왔겠지.”
노인이 딱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 p.103

“그러나 염려 말게.”
나는 박사의 다음 말에 간절한 희망을 걸었다. 과학적인 원인과 치료방법에 대해 말해줄 것 같았다. 하지만 노인은 잔인했다.
"죽음이 멀지 않았으니 고통도 길진 않을 걸세." --- p.105

“지금까지 나는 운명이 내게 준 대로 살았습니다. 나는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독일로 오게 된 것은 첫 번째 나의 선택이었습니다. 힘들지만 행복하려고 노력합니다. 이제부터 나는 스스로 선택하겠습니다. 이 책이 나의 두 번째 선택입니다.”
주어도 동사도 맞지 않는 문장이었을 테지만, 나는 내 뜻을 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미하엘은 나를 이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지갑에서 돈을 세어 그에게 내밀었습니다. 책을 가슴에 꼭 끌어안고 서점을 나와 기숙사를 향해 숨이 차게 뛰었습니다. --- p.162

아버지 눈에는 내가 목을 스스로 조이는 것처럼 보였으리라는 생각이 번개처럼 지나간 것과 눈을 부릅뜬 아버지가 침대에서 일어서더니 와락, 내게 달려든 것은 거의 동시였다. 아버지의 손바닥이 내 뺨을 후려쳤다. 놀란 내가 뺨을 쥐고 또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숨을 쉬어.”
아버지가 눈을 크게 부릅뜨고 내 어깨를 흔들며 소리쳤다.
“숨을 쉬란 말이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났을까. 아버지의 완력에 밀려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던 나는 휘청 중심을 잃고 미끄러졌다. 눈 깜짝할 사이 일어난 일이었다. 넘어진 내 몸을 올라타고 아버지가 나의 양 뺨을 철썩철썩 때리며 외쳤다.
“숨을 쉬라니까!”
아버지의 절규가 간절해질수록 나는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복도에 있던 노인들이 우르르 몰려와 재미있다며 손뼉을 쳤고 이겨라, 이겨라 응원을 했다. 보호사들이 다급하게 뛰어왔다.
“어떤 일이 있어도 숨 쉬는 걸 멈춰선 안 돼!”
그들이 힘을 합쳐 내게서 떼어내는 동안에도 아버지는 죽을힘을 다해 악을 썼다.
“숨을 쉬어야 해! 숨을!” --- p.263

오늘 밤이 지나면 내 생의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가급적 뒤로 밀어놓으려 애를 썼다. 하지만 어둠이 깊어질수록 나는 존재할 것인가, 초조하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보다 더 나를 괴롭힌 것은, 오늘 나는 존재했던가,라는 질문이었다. 아내와 아이들과 아버지에게 나는 존재했던가.
‘나는 단절되었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이 명제가 가능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하악, 내쉬고는 비어 있는 의자에 앉았다. 고개를 숙여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었다.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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