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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과 고래와 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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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과 고래와 내 사람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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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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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15.86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2.6만자, 약 0.9만 단어, A4 약 16쪽?
ISBN13 9788954647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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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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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게 바치는 시를 쓰고 싶은 밤이다. 비어 있는 듯하나 가득한 허공을 위하여. 허공의 공허와 허공의 아우성과 허공의 피흘림과 허공의 광기와 허공의 침묵을 위하여…… 그리하여 언젠가 내가 들어가 쉴 최소한의 공간이나마 허락받기 위하여…… 소멸에 대해 생각해보는 밤이다. 소멸 이후에 대해, 그 이후의 이후에 대해…… 구름이란 것, 허공이 내지른 한숨…… 그 한숨에 내 한숨을 보태는 밤이다.

2012년 1월 16일 밤 10시 25분
김충규
--- 본문 중에서
라일락과 고래와 내 사람

라일락이 보일락 말락
어디에 숨었니? 내 사람

공기가 삭아내리는 소리

라일락 향기 지독해서
숨어버린 거니? 내 사람

라일락을 가진 집의 지붕 위에
찌그러진 심장 반쪽
다급히 숨은 거니? 내 사람

저 집은 죽은 고래
저 심장은 고래의 각혈 덩어리

내가 먼바다에서 잡아온 고래가
라일락 향기에 죽었다

내가 이 세상에 낳아보지 않은
희미한 딸이
멀리서 손짓하는 한참 오후
눈 비벼보면 아지랑이

삭은 공기를 질질 끌고 가는
허파에 구멍이 뚫린 늙은 바람
어디 숨어 우는 거니? 내 사람

내 심장을 꺼내 먹이면
고래가 숨을 얻어 허공을 헤엄쳐오를까
그러면 나타날 거니? 내 사람

라일락이 피기 전에 온다 해놓고 못 와서
어둠이 징검징검 허공 딛고 오도록
꼭꼭 숨어버린 거니? 내 사람

내가 심장을 꺼내기도 전에
심장에 불이 타도록

라일락 다 지고 고래 다 썩고
그런 뒤에 나타나려니? 내 사람

잠이 참 많은 당신이지

오늘 내가 공중의 화원에서 수확한 빛
그 빛을 몰래 당신의 침대 머리맡에 놓아주었지
남은 빛으로 빚은 새를 공중에 날려보내며 무료를 달랬지
당신은 내내 잠에 빠져 있었지
매우 상냥한 것이 당신의 장점이지만
잠자는 모습은 좀 마녀 같아도 좋지 않을까 싶지
흐린 날이라면 비둘기를 불러 놀았겠지
비둘기는 자기들이 사람족이 다 된 줄 알지
친절하지만 너무 흔해서 새 같지가 않지
비둘기가 아니라면 어느 새가 스스럼없이 내 곁에 올까
하루는 길지 당신은 늘 시간이 모자란다고 말하지만
그건 잠자는 시간이 길어서 그래
가령 아침의 창가에서 요정이 빛으로 뜨개질을 하는 소리
당신은 한 번도 듣지 못하지 그게 불행까진 아니지만 불운인 셈이지
노파들이 작은 수레로 주워모은 파지들이
오래지 않아 새 종이로 탄생하고 그 종이에
새로운 문장들이 인쇄되는 일은 참 즐겁지
파지 줍는 노파들에게 훈장을 하나씩!
당신도 그리 잠을 오래 잔다면
노파가 될 때 파지를 줍게 될 거야
라고 악담했지만 그런 당신의 모습도 나쁘진 않지
잠이 참 많은 당신이지 마부가 석탄 같은 어둠을 마차에 싣고
뚜벅뚜벅 서쪽으로 사라지는 광경을 보지 못하지만
꼭 봐야 할 건 아니지
잠자면서 잠꼬대를 종달새처럼 지저귈 때
바람 매운 날 이파리와 이파리가 서로 입술을 부비듯
한껏 내 입술도 부풀지
더 깊은 잠을 자도 돼요 당신

허공의 만찬

수줍게 빛이 지상을 어루만지고 개구리가 뛰고 나무가 뛰고 짐승이 뛰고
허공에서 장례를 치른 나비들이 가느다랗게 흐느끼며 어디라고 할 것 없이 날아가고
시궁창에 빠져 냄새를 풍기는 오래된 빛이 천천히 삭아내리고
늙은 쥐가 오갈 데 없는지 제 발톱을 뜯으며 한숨을 내쉬고
울지 마 곧 밤이 와 밤이 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여
저 허공에 성곽을 지으러 올라가야지 허공만이 유일한 안식처
둥둥 허공으로 떠오르는 영혼들을 봐 지상에서 고단했던 영혼일수록 더 가볍게 둥둥
나비같이 투명한 영혼은 제트기같이 빠르게 허공으로 올라가
개구리도 나무도 짐승도 허공에 가볍게 오르기 위하여 뛰는 연습을 하는 거야
빛이 수줍게 내려와 시신들을 수습하는 지극히 한가롭고 평화로운 이 세상에
만약 허공이 없었다면 어찌 생을 견뎌낼 수 있었을까
아, 허공이 없다는 상상만 해도 질식해버릴 것 같아
텅 비어 있어도 허공은 늘 만찬이야 영혼이 맑아 날개를 얻은 생명들이
임대해 사는 곳이지만 뭐니뭐니해도 허공은 죽은 자들의 영혼이 머무는 평야
산 자의 눈엔 보이지 않으나 그곳엔 늘 만찬이 벌어지고 있어 즐겁고 가벼운 영혼들만이
그 만찬을 즐길 수가 있는데 지상에서 고단하게 살았던 영혼들만이 주연이 될 수 있는데
뛰고 뛰고 뛰는 소리들
허공에 오르기 위하여 행복한 사후(死後)를 위하여
너도 뛰지 않을래? 우리 같이 뛰자

가는 것이다

어둠에 발목이 젖는 줄도 모르고 당신은 먼 곳을 본다
저문 숲 쪽으로 시선이 출렁거리는 걸 보니 그 숲에
당신이 몰래 풀어놓은 새가 그리운가보다 나는 물어보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발목을 다친 새이므로
세상의 어떤 숲으로도 날아들지 못하는 새이므로
혀로 쓰디쓴 풍경이나 핥을 뿐
낙오가 우리의 풍요로움을 주저하게 만들었지만
당신도 나도 불행하다고 말한 적은 없다
어둠에 잠겨 각자의 몸속에 있는 어둠을 다 게워내면서
당신은 당신의 나는 나의
내일을 그려보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태양의 순결을 믿고 있으므로
새를 위하여 우리 곁에도 나무를 심어 숲을 키울 것이므로
그래, 가는 것이다 우리의 피는
아직 어둡지 않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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