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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빠와 여행을 떠났냐고 묻는다면

왜 아빠와 여행을 떠났냐고 묻는다면

: 45세 딸이 80세 아빠와 걸으며 보고 듣고 느낀 순간의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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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532g | 135*205*30mm
ISBN13 9791159350238
ISBN10 115935023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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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한 줄 모르고 당연히 여기며 살아간다. 소중한 가족과 추억을 만들어야 하는 순간에도 다음이라는 말로 미루기 일쑤다. 그러나 다음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예측할 수 없는 삶이 우리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가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추억을 만들라고 권하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썼다. 소중한 사람을 붙들라고, “그걸 못 한 게 한이 돼요”라는 말을 “같이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라는 말로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다. --- p.11

“난 중풍으로 쓰러지기 싫다. 무력해지는 게 싫어. 당장 죽었으면 좋겠다. 그냥 죽고 싶어.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나아.”
속이 후련해지는 눈물이 있는가 하면 고통스러운 눈물도 있다. 나는 헉 숨을 들이마셨다. 딸이 눈물 흘리는 아빠를 지켜보는 때만큼 괴로운 순간이 있을까.
하루에 24킬로미터씩 걷다 보니 늙어가는 것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 이미 나는 약해지고 느려지고 마음같이 움직이지 않는 몸을 경험했다. 내가 걸으면서 겪은 극도의 육체적인 고통을 아빠는 늘 겪고 있었던 걸까? 나는 새로운 깨달음에 망연자실한 채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아빠는 18개월 전에 맹장이 터져 죽다 살아났다. 그러나 나는 바닥을 치고 있는 내 경력에만 사로잡혀 아빠가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사실에 그다지 충격을 받지 않았다. 전화로 아빠에게 물리 치료를 받으라고, 다이어트를 하라고,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너무 길다고 잔소리를 늘어놓기만 했다. 아빠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때면 그런 무기력증을 아빠의 게으름 탓으로 돌리기 일쑤였다. --- p.85

나는 다리를 절며 마지막 몇 걸음을 걸어가 차 문을 홱 당겨 열고 조수석에 몸을 던졌다. 머리가 배낭에 눌려 계기판에 확 부딪쳤다. 배낭을 힘겹게 벗어 뒷좌석으로 내던졌다. 고물 엔진들의 굉음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윙윙 울렸다.
“출발 안 하세요?”
원래보다 거칠고 쉰 목소리가 나왔다.
아빠가 목청을 가다듬자 그제야 무슨 일인가 싶어 바라봤다.
아빠는 운전대를 꽉 움켜쥐고 있었지만 시선은 나에게 고정돼 있었다.
“넌 정말 날 놀라게 하는구나, 안드라. 네가 이렇게 강한 줄 꿈에도 몰랐어.”
아빠가 차를 출발시켰다.
“네. 나도 아빠가 이렇게 강한 줄 몰랐어요.”
나는 휴식을 취하려는 척 한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아빠에게 진심 어린 칭찬을 받고 흘리는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고. --- p.134

“나는 부모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어, 안드라. 이제는 너무 늦었어.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지. 오늘 부모님을 단 1분이라도 다시 뵐 수 있다면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 더 할 거야.”
아빠는 잠시 말을 멈추고 두 눈을 비볐다. 아빠가 일어나자 침대가 흔들렸다.
“넌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구나.”
열세 살 때의 나는 아빠가 하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표면적인 단어만 들었다. 속을 알 수 없는 습지대의 물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왕성한 호르몬 분비로 불안정한 내 마음에 아빠의 말은 그저 잔소리로 여겨질 뿐이었다. --- p.190

당시 나는 일주일치 판매 할당액을 채우지 못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길가에 있는 마지막 집이 보였다. 집에 누군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차를 세웠다. 문을 두드리니 백발의 여인이 나왔다. 그녀의 주변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아이들이 있었다. 그녀는 남편이 집에 없다고 말했지만 내가 설명을 늘어놓으며 성경을 보여주는 동안 가만히 듣고 있었다. 내가 말을 마치자 그녀가 빙그레 웃었다.
“여기서 기다리세요.”
그녀는 50달러를 가지고 돌아왔다. 일주일치 판매 할당액이었다.
“아무 책이나 이 금액만큼 살게요.”
사람들은 책을 팔려면 기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말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내 딸은 기적의 도움을 받고 있다. 나는 나체즈 길을 함께 걸으며 그것을 여러 번 목격했다. --- p.350~351

나는 형편없이 낮은 봉급을 받고 세상의 인정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기 시간과 돈을 들여 나를 안전하게 지켜주려고, 내가 끝까지 걸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려고 노력했다는 깨달음에 솟구치는 눈물을 참으려고 눈을 깜박거렸다.
“다들 날 따라다녔다고요?”
“네, 당신을 만나게 돼서 정말 기쁩니다. 게다가 오늘이 끝나는 날이잖아요.”
나는 여전히 어쩔 줄 몰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1.6킬로미터 정도 남았어요.”
“우와, 행운을 빌게요. 우리 모두 당신을 응원할 겁니다. 앞으로 당신이 어디를 가든지요.”
그가 탄 차의 미등이 빗속으로 희미하게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나는 속삭였다.
“내가 어디를 가든지.”
나는 짧은 다리를 지나 나무 울타리를 따라 442마일 이정표를 향해 걸었다. 나체즈 트레이스 파크웨이의 공식적인 종착점. 하지만 나는 새로운 시작을 발견했다.
--- p.369~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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