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당시에 내가 속한 직군은 ‘산업 예술가’라고 불렸으며, 이 때문에 사람들이 디자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혼선이 생겼다. 내가 디자인 박물관을 설립한 이유 중 하나는 정부, 산업 및 소비자들에게 좋은 산업디자인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히고 그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 ‘서문’ 중에서(by 테렌스 콘랜)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디자인은 2000년대 이후로도 꾸준히 성장했다. 영국 디자이너들은 세계를 향해 뻗어 나갔고 최첨단 기술을 받아들였으며, 이를 영국의 독특한 세련미를 보여 주는 제품을 디자인하는 데 창의적으로 활용했다. 로스 러브그로브가 일체형 알루미늄으로 디자인한 〈뮤온〉 스피커, 재스퍼 모리슨이 가스 사출 성형으로 제작한 〈에어 체어〉, 진공 증착 방식으로 만든 톰 딕슨의 〈코퍼 셰이드〉 조명, 회전 성형 공법을 이용한 토머스 헤더윅의 〈스펀〉 의자 등은 모두 뛰어난 기술적 정밀성과 혁신적인 소재 사용, 그리고 논리적으로 계산된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움직임과 선을 보여 준다.
- ‘들어가며’ 중에서
데이비는 자신의 발명에 대해 특허를 내지 않고 다양한 생산자들이 제작할 수 있게 허락했다. 이 때문에 풍족한 수익을 거두지는 못했으나, 후에 그는 “나는 오직 인도주의적인 목적으로 이 안전등을 만들었다. 또한 나는 얻을 수 있을 만큼의 반사적 이익을 충분히 얻었다”라고 말했다. 광산용 안전등인 ‘데이비 램프’는 널리 알려졌다.
- 험프리 데이비 경, ‘광산용 램프’(1815)
펭귄 문고본은 담배 한 갑 가격으로 서점뿐 아니라 기차역, 담배 가게 및 백화점에서도 구할 수 있었다. 책 표지에서 나타나는 강렬하고 일관성 있는 시각적 정체성은 표지 면을 3단으로 나눈 과감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에서 나온다. 장르에 따라 색을 다르게 썼는데, 오렌지색은 소설, 녹색은 미스터리 및 범죄물, 어두운 파란색은 전기물, 핑크색은 여행 및 모험물이었으며, 이는 표지로 책을 분류하는 실용적인 역할도 겸했다.
- 에드워드 영, ‘펭귄북스의 도서 표지 디자인’(1935)
돔 형태의 지붕은 빗물이 아래로 쉽게 흘러내리도록 해 주며, 조명을 밝힌 간판 아래쪽에는 가늘고 긴 구멍이 뚫려 있어 충분히 통풍되었다. 또한 세 면에 유리를 끼운 덕분에 밤에도 다이얼 숫자를 볼 수 있을 만큼의 빛이 들어왔다. 1936년에서 1968년까지 6만여 개의 전화박스가 영국 전역에 설치되었다. 1988년 브리티시 텔레콤이 이 친밀한 전화박스를 다른 디자인으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대중들 사이에서 큰 반발이 있었다. 그 결과 이 빨간 전화박스들은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 자일스 길버트 스콧, ‘K6번 모델’(1936)
당시 음반 커버 제작에 소요된 평균 금액보다 1백 배 정도 비싼 돈이 들었지만, 음악적 내용으로 시대를 정의하는 음반이었을 뿐만 아니라 독창적인 커버 디자인을 통해 음반 포장을 폭넓은 호소력을 갖는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멤버들 앞에는 공공 기관에서 만든 것 같은 기이한 정원이 펼쳐져 있는데, 빨간 꽃으로 “비틀스”라고 쓰여 있다. 이 정원은 작품에 공간적 깊이를 더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작품 전반에 별난 느낌을 더한다. 동시에, ‘플라워 파워’를 나타내기도 한다.
- 피터 블레이크 & 잰 하워스, ‘비틀스의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츠 클럽 밴드〉 음반 커버’(1967)
2011년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미술관의 로고는 그래픽 디자인 및 광고업계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크리에이티브 리뷰』 독자들에게 역사상 가장 훌륭한 로고 10선 중 하나로 뽑혔다. 명확성과, 두 개의 대문자가 가운데에서 소용돌이를 이루는 ‘&’ 기호를 중심으로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앰퍼센드 기호에서 위쪽으로 올라온 세리프 부분이 대문자 A의 가로획 역할을 한다.
- 앨런 플레처 & 펜타그램,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미술관 로고’(1989)
〈아이맥〉은 당시 고군분투하고 있던 회사의 운명뿐 아니라 전자기기 산업 전체를 뒤바꾸어 놓았다. 세련되면서도 친근감 있는 모습의 아이맥은 광택이 있는 불투명과 반투명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로 만든 데다, 밝은 두 가지 색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시각적으로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아이브의 진보적이고 새로운 디자인은 맥을 PC와 강력하게 차별화하는 역할을 했으며, 이 매력적인 겉모습에 이끌려 맥을 구매한 사람들은 애플의 우수한 사용자 친화적 조작 시스템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