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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련하숙집

몽련하숙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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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1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432쪽 | 432g | 130*190*30mm
ISBN13 9791129429223
ISBN10 1129429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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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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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현은 우동 정식을 시키고 혜원은 튀김 정식을 시켰다. 가장 빨리 나오는 음식인 데다 맛도 괜찮아 직원들과 자주 애용하는 식당이기도 했다.
신혼부부로 보이는 한 쌍이 까르르 웃으며 여권을 손에 들고 그들 곁을 지나갔다. 혜원은 그들의 캐리어에 잠시 눈길을 주었다가 거두며 단호박 튀김을 집었다.
“이거 드세요. 맛있어요.”
승현의 우동 위에 튀김을 올려놓자 그가 빤히 그릇 속 단호박 튀김을 보았다. 아무런 반응 없이 그러고 있는 것에 혜원은 눈에 힘을 주었다.
“설마, 아직도 야채 싫어해요?”
지금껏 멀뚱히 있던 승현이 그 말에 크게 웃었다.
“그럴 리가요. 그리고 야채가 아니라 콩나물만 그랬습니다.”
“그런데 왜 안 들고 보고만 있어요?”
“그냥…….”
다시 한 번 단호박 튀김을 바라본 그가 혜원의 눈동자 앞으로 눈길을 끌어 올렸다. 그의 입가가 살짝 휘었다.
“옛날 생각이 나서요.”
승현이 젓가락을 들어 단호박 튀김을 집어 바라봤다.
“예전에도 혜원 씨가 이런 거 챙겨 주셨잖아요. 윤동이한테 뺏겼던 계란 프라이라든지.”
혜원은 슬쩍 눈을 피했다. 당시의 제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쑥스러웠다. 그때만 해도 혼자서 몰래 그를 좋아했었으니까.
그때 이 사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내게는 정말로 언제부터 눈길을 주었던 걸까? 내가 훨씬 오래전부터 그를 보며 설렜다는 걸 짐작이나 했을까. 아마 평생 모르겠지? 그래, 아마 모를 거다.
승현이 젓가락으로 우동을 건져 올렸다. 후루룩 그의 입으로 면발이 빨려 들어갔다. 혜원은 그게 좋아 조금은 빤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제 앞에서 이렇게 편하게 밥을 먹는 남자를 보는 건 설레는 것과 또 다르게 좋았다. 왜인지 든든하고 친밀한 느낌이 든다. 이렇게 상을 가운데 두고 그와 마주 앉아 있으니, 그러게, 정말 옛날 생각이 난다.
젓가락을 든 채로 아예 턱을 괴었다.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느낌.
“보고 싶었습니다.”
갑작스러운 말에 혜원은 턱을 괴고 있던 손을 풀었다.
“너무 그리워서…….”
그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펴졌다. 정직한 눈동자가 그녀를 향했다.
“사는 게 별로 즐겁지 않았습니다.”
“…….”
혜원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누구는 사는 게 즐겁지 않았다는데, 왜 제 가슴은 쿵쿵 뛰는지.
승현이 냅킨을 집어 입을 닦았다. 그러고는 손을 내리고 자세를 바로 했다. 주군에게 목숨이라도 간청하는 것처럼 그가 선이 굵은 입술을 힘줘 물었다 떼었다.
“그러니까 나한테 와요, 나 좀 웃고 살게.”
“…….”
“나 좀, 웃고 살자고요.”
꽤나 고집스러운 눈이 오랫동안 머물렀다. 혜원은 뒤늦게 눈꺼풀을 깜빡거렸다. 심장은 어느새 깊이 뛰고 있었다. 이 사람이 많이 그리웠다고 말해 주던 그 어디쯤에서부터였던 것 같다.
“그만 벌주고, 전화번호도 좀 주세요.”
그의 눈가가 지그시 휘었다.
“늦으면 늦는다고 전화라도 할 수 있게.”
“…….”
“맘이 졸아, 못 살겠습니다.”
참으로 이 사람다운 고백이었다. 그저 담담히 속을 꺼내 놓는 말에도 묵직하게 힘이 있었다. 제대로 중심이 잡힌 말은 한 번 속에 들어앉으면 나가지 않는다. 꼭 이 사람처럼.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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