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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인 스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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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96쪽 | 648g | 147*210*30mm
ISBN13 9788926366110
ISBN10 892636611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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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은 두 눈을 무릎에 대고 눌렀다. 이런 루신다를 볼 수가 없었다. 그녀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 빠졌기 때문이다. 달릴 때 수년간 발레로 단련된 다리가 뻗어 나오던 모습,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걸어오는 동안 더위에 꼬불거리던 앞머리. 집에 와서 반짝이는 핑크색 MP3 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으며, 식탁에 앉아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던 모습. 하얗게 매니큐어를 바른 손톱으로 대리석 탁자를 두드리던 모습. 캐머런은 루신다가 ‘리틀 비티 프리티 원’ 같은 올드 팝송을 듣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루신다에게 어울렸다. 수업 중 칠판이 보이지 않을 때 눈을 찡그리던 루신다의 모습도 빠뜨렸다. 찡그릴 때 생기는 눈가의 주름이 햇살을 들이려고 열어 둔 블라인드 같았다.
캐머런은 이런 루신다를 볼 수가 없다. 그녀는 이제 죽었고, 목탄으로 얼룩진 눈동자와 급히 그리는 바람에 너무 얇아진 새끼손가락 같은, 그가 가진 모든 것이 쓸모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 p.10

루신다가 지나간 곳에는 딸기향 샴푸 냄새가 났다. 나는 모퉁이를 지나 소화전에 앉아 배를 움켜잡았다. 그 밤과 모든 것이 똑같았다. 좁은 복도에 서서 호수 위로 터지는 불꽃놀이 소리를 들으며 루신다 헤이스가 내 모든 것을 다 가져가게 놔두었던 그 밤과.
그날 밤 늦게 나는 《현대의 마법 : 인간을 위한 지침서》의 6장에 나온 ‘의식의 기술’에 따라 모든 준비를 마쳤다. 양초와 허브, 제단.
루신다가 정말로 죽어 버린 지금도 나는 그 의식을 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루신다가 사라지게 해 달라고 빌었다.
--- p.59~60

남자는 항상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아버지는 말하곤 했다. 말은 그 사람의 인품을 나타낸다고. 그래서 윌리엄스 형사가 그의 처남인 이반 산토스를 전 사기꾼, 동네의 아이돌이라고 브리핑한 후에 러스는 아주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윌리엄스 형사는 말했다.
“이 자가 자네 가족이라는 건 알고 있네. 누군가가 그 사실을 지적하면 자네는 이 사건에서 빠져야 해. 하지만 우리는 사람이 부족한 상황이지. 이건 우리 둘만의 이야긴데, 자네는 이반이 이런 짓을 할 놈이라고 생각하나?”
“그럴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가 이 소녀를 죽였을 수도 있어요.”
러스가 이렇게 이야기할 때, 그의 용기를 칭찬하는 아버지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했다. 말이 그 사람의 인품을 나타낸다면, 러스는 영웅이었다. 게다가 그는 이네스에게 충실한 남편이 되리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았다. 러스는 자신이 누군가를 보호해야 한다면 그것이 이반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내 아들을 잘 돌봐 줄 거지?”
리 휘틀리가 영영 사라지기 전에 물었다.
“그럼.”
러스가 대답했다.
“좋아.”
이것이 러스의 약속이었다. 그는 약속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 p.118~119

문 저쪽 편에서 루신다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숨소리의 은은한 리듬에 캐머런은 살아 있다는 실감이 났다. 루신다는 이렇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캐머런에게 말하는 것 같다.
‘나는 살아 있어. 너도 그렇고. 기막히지 않아?’
캐머런은 조금씩 문을 열었다. 루신다의 방에서는 바닐라 향이 났고 그녀는 잠들어 있었다. 좋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루신다는 크림색 레이스로 장식된 보라색 체크무늬 퀼트에 싸여 있는 아기 같았다.
잠들어 있는 루신다는 티 없이 깨끗한 숨 쉬는 존재였다. 루신다가 너무 섬세하고 부드러워 캐머런은 감히 만질 수가 없었다. 루신다를 안고 그녀의 모든 굴곡을 느끼고 싶었다. 그리고 루신다의 목과 쇄골 사이에 입 맞추고 싶었다. 캐머런은 그것들을 땀과 함께 어우러지게 하고 싶었다. 차라리 루신다의 폐에서 편안하게 뿜어져 나오는 숨이고 싶었고 루신다가 손에 쥐고 잠이 든 퀼트가 되고 싶었다. 캐머런은 루신다의 몸 한쪽으로 들어가 아무도 그를 찾을 수 없는 곳에서 살고 싶었다.
캐머런은 모든 사람이 살면서 한 번쯤 이런 사랑을 느꼈으면 했다. 적어도 인생에 한 번쯤은. 누구나 그럴 자격이 있다. 캐머런은 빨간 판자 지붕이 산을 향해 뻗어 있는 동네의 모든 집들과 가족들을 떠올렸다. 이 슬프고 작은 마을에 사는 모든 사람, 착한 사람들과 못된 사람들 그리고 외로운 사람들 모두에게 이런 감정을 주고 싶었다.
캐머런은 침대의 또 다른 기둥이 되어 똑바로 서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몰랐지만 이른 아침의 하늘이 루신다의 뺨과 같은 분홍빛으로 물들 때까지 떠나지 않았다. 두 색을 보며 캐머런은 자신이 한 짓은 괜찮다고 확신했다. 그들의 사랑은 복잡하지만 너무 아름답지 않은가?
--- p.220~221

내가 기억하는 루신다는 언제나 이때의 모습이다.
노란 수영복을 입은 루신다는 그곳에서 시간이 멈춘 듯, 멍한 표정으로 빛을 발하며 서 있었다. 젖은 금발 머리는 바깥으로 말려 있고, 하얗게 칠한 발톱이 신발 사이로 보였다. 내게서 무엇을 빼앗아 갔는지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고, 심지어 알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고의적으로 한 그 어떤 짓보다 더 나쁘다. 베스 같은 여자애들을 다루는 건 쉬웠다. 하지만 루신다는 초연하게, 자신만의 밝고 평온한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 그녀를 향한 경멸이 전에 없이 내 마음속에 가득 찼다. 아무것도 모른 채, 빛을 발산하며 서 있는 루신다가 나에게 불을 지폈다.
(…)
루신다 헤이스는 나의 엿 같은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 전혀 모른다.
루신다 같은 소녀들에게는 특별한 이 세상. 이런 것들이 나를 화나게 하는 것이다.
--- p.226~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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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하게 짜여진 등장인물, 미스터리 안의 미스터리, 페이지가 쉴 새 없이 넘어가는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놀라운 책
- 리 차일드 ‘잭 리처 시리즈’ 작가

책을 덮은 이후에도 슬프고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 매력적인 묘사, 미워할 수 없는 등장인물들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충격적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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