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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시인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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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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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1년 09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256g | 148*210*20mm
ISBN13 9788991934993
ISBN10 8991934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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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가 잠시 머물고 있는 데는 강원도 인제입니다. 강원도에 오면 다른 무엇보다 나무들이 가까이 다가온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겨울이니 겨울나무들입니다. 엊그제는 가까운 곳에 산보를 다녀오다가 얼핏 나뭇가지들의 기색이 좀 달라진 것을 느꼈습니다. 아주 조그만 변화였습니다만 분명 먼 데서 온 미소가 틀림없었습니다. 봄의 예감입니다.

동지冬至에 대해 생각합니다. 겨울의 지극한 지점, 하여 이제 내리막으로 향하는 거기. 《주역周易》이었던지 동지 지나면 봄으로 친다는 구절을 본 적 있습니다. 황진이의 그 절창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어……” 하는 시 또한 생각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의미도 새삼 새겨 봅니다. 지금 우리 나이가 꼭 그 지점을 지나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나이로 치면 분명히 그렇습니다. 한 꼭짓점의 안팎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저 자신을 향하는 질문이 하나 그 옛날 삐뚜름하게 붙였던 우표처럼 따라 나옵니다. ‘헌데 지극하긴 하였는가?’ 지극하긴 하였는가!

남녘에 먼저 오는 봄의 예감을 기대합니다. ---「지극하긴 하였는가!」 중에서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오늘의 절박한 슬픔에 대해 쓰자. 마흔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내 동생, 아름다운 영혼 나혜민에 대해 쓰자. 마음을 간신히 일으켜 보았지만, 지난 2주 동안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새벽 1시, 고속도로 순찰대의 전화를 받고 낯선 도시의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동생의 몸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었습니다. 그 아이가 밤길에서 교통사고로 숨을 거두는 순간 얼마나 춥고 외로웠을까. 얼마나 두렵고 힘들었을까. 손끝에 만져지는 냉기와 어머니의 오열하는 모습 사이에서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굳게 감긴 동생의 눈을 다시 한 번 쓸어내리고 복도에 앉아 사망진단서를 기다리는 일밖에는…….

장례를 마치고 동생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다이어리 첫 장에 적힌 짧은 글을 발견했습니다. 문태준 시인이 천양희 시인의 시 「뒤편」에 붙인 단상이었습니다.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는 일은 뒤편을 감싸 안는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뒤편에 슬픈 것이 많다. 당신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마치 비 오기 전 마당을 쓸 듯 그의 뒤로 돌아가 뒷마당을 정갈하게 쓸어 주는 일이다.”

이 말처럼 모든 사람들에게는 존재의 뒤편이 있고, 슬프고 남루한 것들은 주로 그 뒤편에 숨겨져 있기 마련이지요. 진정한 사랑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그곳까지 눈과 귀와 손과 발을 정성스럽게 기울이는 일이라는 것을 제 동생은 잘 알고 있었던 듯합니다. 이런 마음과 태도로 길지 않은 삶을 살았던 듯합니다. 장례식장에 찾아와 진심으로 애도하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 가족은 그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며 살았는지, 얼마나 품이 깊고 온화한 사람이었는지 뒤늦게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죽음이 존재의 뒤편을 남김없이 보여 주는 일이라면, 그가 남긴 뒤란은 소박하고 정갈했습니다. ---「존재의 뒤편」 중에서

안대회 선생의 《정조의 비밀 편지》라는 책을 이리저리 펼치다가 이런 시를 발견했습니다. 이 책에 인용된 유일한 시가 지금 이 계절의 풍경과 맞으니 더 제 뇌리에 남습니다.

이 멋진 초가 정자 있기에 有此茅亭好
수풀 사이로 오솔길 나 있네 綠林細逕通
술 한 잔 하고 시를 읊조리면서 微吟一杯後
온갖 꽃 속에서 높다랗게 앉아 있네. 高座百花中
산과 계곡은 언제 봐도 그대로건만 丘壑長看在
누대는 하나같이 비어 있구나. 樓臺盡覺空
붉은 꽃잎 하나라도 흔들지 마라! 莫吹紅一點
늙어 갈수록 봄바람이 안타깝구나. 老去惜春風
- 〈六閣之下花園小亭帖韻」

정조대에 영의정을 지낸 심환지沈煥之가 봄날 지금의 종로구 필운동에 해당하는 필운대에 올라가 지은 시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꽃구경 명소로 알려진 육각봉 아래 화원에서 지은 시라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정조가 심환지의 이 신작시를 이내 알아차리고 비밀 편지를 통해 질문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근래 꽃구경 가서 경이 지은 시에, ‘숲과 골짜기는 언제나 그대로건만, 누대는 반나마 비었다’는 구절이 있다고 들었다. 전하는 말이 맞다면 ‘반나마 비었다’는 구절이 무슨 의미인지 듣고 싶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한 시가 오간 과정도 흥미롭습니다만 이내 그 시의 여백에 대하여 임금이 궁금해하고 또 질문하는 것은 참으로 향기롭지 않습니까? 그것이 아무리 정치 행위의 한 방편이었을지언정 시라는 것을 각각의 흉중을 오가는 매개로 삼은 것은 지금 당대의 정치가들로서는 도저히 바라볼 수조차 없는 차원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창을 봐야 할지 책을 봐야 할지」 중에서

작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헤르타 뮐러의 수상 소감이 떠오르는군요. 그 연설문은 “손수건 있니?”라는 문장으로 시작해요. 매일 아침 집을 나설 때마다 그녀의 어머니가 현관에서 묻던 말이었지요. 농부들은 면전에서 애정을 표현할 줄 모르기 때문에 손수건을 챙겨 묻는 것으로 사랑의 표현을 대신했던 것이죠. 그녀는 어머니의 그 말을 듣기 위해 일부러 손수건을 챙기지 않았다고 해요. “손수건 있니?”라는 말과 함께 비로소 어머니가 자기 곁에 계시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대목을 읽으며, 제가 보내는 소포나 편지가 아이들에게 “손수건 있니?”라는 말처럼 느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헤르타 뮐러는 나중에 정치적 탄압을 받고 직장에서 쫓겨나게 되었을 때, 사무실 계단에 손수건을 펴고 그 위에 앉아 번역 일을 하면서 꿋꿋하게 버텼다고 해요. 손수건은 쫓겨난 그녀에게 지상에 마지막 남겨진 작은 방 역할을 했던 셈이지요. 또한 그녀의 어머니가 억울하게 경찰에게 끌려갔을 때, 어머니가 눈물 젖은 손수건으로 경찰서의 더러운 가구와 바닥을 닦는 장면은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모욕을 당하면서도 어머니를 견디게 해 주고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유지시켜 준 것도 손수건 한 장이었어요.

헤르타 뮐러의 글을 읽기 전에도 저는 이따금 손수건을 정성껏 다려서 소포 속에 넣어 주곤 했어요. 왠지 그 손수건이 내 손을 대신해 아이들을 지켜 주고 감싸 줄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였죠. 아침마다 문 앞에서 손을 흔들어 주고 챙겨 주지 못하는 미안함을 그렇게 소포에 꼭꼭 쟁여 넣곤 했지요.

한 달에 한두 번 딸아이를 만나러 가는 길은 얼마나 마음이 설레는지 몰라요. 얼굴을 잠시 보려고 왕복 열 시간 운전을 해야 하지만, 그래서 그 시간이 더 애틋하고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이처럼 저에게 허락된 엄마 노릇은 그리움을 품고 멀리 에둘러 가야 하는 길과도 같지요. 하지만 한편으론 매일 얼굴 맞대고 공부타령하며 짜증내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소포와 손수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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