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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작은 새

천국의 작은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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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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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1년 10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556쪽 | 626g | 140*210*35mm
ISBN13 9788965880400
ISBN10 896588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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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이제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를 말했다. ‘예쁜 딸’이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얼마나 깊은 ‘우울과 절망 속에서, 세상 무엇보다도 더’ 사랑하는 딸을 보고 싶어했는지. 한 손으로 차를 운전해서 빗물의 깊은 웅덩이를 지나며 다른 한 손은 옆으로 더듬어 내 양손을 잡았다. 그 단단한 한 손으로 내 양손을 모두 움켜쥐었다.
나는 얼굴을 찡그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런 갑작스런 고통이 너무도 좋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빠, 저도 아빠를 보고 싶었어요. 저는 왜 엄마가…….”
“엄마 이야기는 하지 말자, 크리스타. 지금은.”
면도도 하지 않았고, 흰머리 섞인 머리카락이 살짝 헝클어져 있는데도 아버지 얼굴이 잘생겨 보인다고 나는 생각했다. 까칠한 얼굴, 밤에 잠을 설친 듯 또는 주먹으로 눈을 문지른 듯 거뭇거뭇한 눈 밑은 탄력을 잃었고, 이마는 생각 또는 걱정으로 주름이 졌어도 에디 딜은 잘생긴 남자였다. 입고 있는 스웨이드 코트는 안에 꼿꼿이 선 큼직한 혀 같은 양털을 댄 것 같았다. 그렇게 큰 코트에 안기면 얼마나 포근한지. 그리고 목 앞에 아빠의 가슴에서 삐져나온 잿빛 털들이 보였다. 그 목에 내 얼굴을 대고 파묻는 일은 얼마나 포근한지. ---pp.48-49

나는 안개 같은 혼돈 속에서 어머니가 움찔움찔 쏟아내는 말을 들었다. 다리가 흔들리는 사람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사람이 달리듯이, 어머니는 말들을 조금씩 움찔움찔 쏟아냈고, 그 절망적인 분위기 밑에는 쓰러지지 않겠다는 결단이 깔려 있었다. 그 사이에 어머니가 내 손을 너무 꽉 조여서 나는 손을 빼내야 했다. 어머니는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울음을 참으려고 했다. 아니, 웃음이었나? 어머니 얼굴은 열기로 얼룩덜룩했고, 눈썹이 없어 벌거벗은 것 같은 눈의 유리 광택은 보기 고통스러웠다.
어머니는 이제 고통스럽게 말했다. “아…… 내가 어떻게 알겠어? 내가 뭘 알겠어? 내가 왜 딸에게 나도 모르는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거지? 내가 아는 건 그거야. 그 사람이 그날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거. 그 여자는 일요일 새벽에 죽었다고 하는데…… 내 남편 에드워드 딜은 그때 우리 집에 없었어. 나한테 거짓말을 해 달라더구나. 자기가 집에 있었다고 말해 달래, 한이불을 덮고 잤다고. 하지만 그건 아냐…… 사실이 아냐…… 아냐, 크리스타! 나는 네 아빠가 부탁한 대로 경찰에 거짓말을 하지 않을 거야. 내가 그 부탁을 거절하는 건 간통꾼 남편을 위해 거짓말하기 싫어서야. 간통이 뭔지 아니, 크리스타? 배신하는 거야. 아내와 가족에게 충실하겠다는 맹세를 배신하는 거고, 그래서 믿음을 잃는 거야. 평생 믿을 수 없을 거야.” ---pp.138-139

루실은 누가 죽었다는 걸 알았다. 그 순간 그녀는 알았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누웠고, 땀 젖은 티셔츠 밖으로 짐승 같은 털이 튀어나와 있었다. 그 순간에 처음으로 남자의 몸, 남자라는 타자의 몸을 마주하고 있음을 느낀 여자는 혐오감을 느꼈다.
루실은 상처 속에 몸을 웅크렸다. 분노 속에, 그리고 싹 트는 공포 속에. 문제가 뭐였건 그 일이 둘 사이에 끼어들 거라는 걸 알았다. 그녀가 돌아누워 퀸 사이즈 침대 위의 그의 과열된 몸에서 최대한 멀찌감치 떨어져 누웠을 때, 그녀가 상처 속에 몸을 웅크리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을 때 그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사실 그녀를 거의 의식하지도 않았다. 그때 그녀는 이 남자의 심장에는 내 자리가 없다, 그는 나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p.182

그들은 한 번 그를 살인자라 비난했다. 그에게 자백을 받아내려 했고, 그가 저지르지 않은 범죄로 그를 욕보이려 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그것을 포기했다. 자신이 정말로 조이 크럴러를 죽였다고 믿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그는 확신했다. 그들은 델레이 크럴러가 그녀를 죽였다는 걸 증명할 능력도 없었다. 모든 것은 과거의 일로 잊혔다. 그들은 에디 딜을 괴짜, ‘미치광이’, 한심한 인간이라 비웃었다.
어떤 무리 동물 같았다. 한 개체가 부상을 입어 절뚝거리고 죽음을 눈앞에 두었다. 다른 개체들은 그와 거리를 두었다. 그는 무리에서 추방되어 혼자 죽었다. 아니면 피에 대한 갈망에 휩싸인 무리가 달려들어 목을 물어뜯었다.
들짐승의 거친 웃음. 늑대 무리의. 주둥이에 묻은 피. 눈 속을 껑충껑충 뛰는 아름답고 잔인한 짐승들, 그리고 땅에는 쓰러진 동물의 시체와 내장. ---pp.281-282

그는 실눈을 뜨고 나를 보았다. 그리고 입을 거칠게 닦으며 다시 술을 마셨다. “알아야 해, 괴롭지만 말이야. 쇠꼬챙이로 엉덩이를 쑤시는 것처럼. 내가 그 많은 걸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이. 뭐 빠지게 일해도 가질 수 없고, 피를 남김없이 쥐어짜도 부족하다는 것이. 부족해. 나 같은 놈뫀. 그때 알았어. 그걸 아는 건 죽음을 아는 것보다 힘들어. 그걸 알고도 계속 살아야 하니까. 죽음이라면 그냥 포기하지. 그때 나는 아직 어렸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았어. 우리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아버지.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조합에서 ‘정직한 돈’을 버는 남자들. 나는 누구들 같은 과대망상이 없었어. 네 어머니는 내가 네 외삼촌들에게 ‘투자’하기를 바랐지. 나더러 건설회사를 창업하면 어떻겠느냐고 했어. 사업의 ‘사’자도 모르면서 이래라 저래라 해서 아주 골치 아팠어. 그래서 크리시, 이건 네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쨌건 너한테 세상을 알게 해줄 거다. 그땐 그랬어.” ---pp.289-290

눈부시게 반짝이는 흰 눈 때문에 애런의 생각은 이상하리만큼 천천히 움직였다. 침대의 조이는 기억났지만 침대 옆 창문을 연 것도 그녀에게 분가루를 뿌린 것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왜 그런 짓을 했니, 애런? 경찰들이 그에게 물었고 애런은 이렇게만 말했다. 엄마는 냄새가 좋은 걸 좋아했어요. 그런 상태로 떠난 게 안타까웠을 거예요.
그랬다. 모두가 조이 크럴러는 그렇다고 했다. 멋진 모습이 아니면 집을 나서지 않았다고. 멋진 모습, 끝내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조이의 의도였다. 낯선 사람들에게 벌거벗고 스스로의 오줌과 똥과 피에 더럽혀진 모습으로 발견되는 것은 조이에게 깊은 슬픔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그 수치는 죽음 이후까지 그녀를 쫓아갔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었어요. 애런이 말했다. 그게 다였던 것 같아요.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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