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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삼중당 문고
2. 성난 눈 3. 8미리스타 4. 나, 실크 커튼 5. 요리사와 단식가 6. 길 잃은 사람들 7. 햄버거 먹는 남자 8. 냉장고 9. 심야특식 10. 포장상품 11. <중앙>과 나 12. 저 대형사진 13. 화물선 14. 검은 장정 15. 미국 고전 이하 생략 |
저장정일
관심작가 알림신청蔣正一
장정일의 다른 상품
늦은 조반을 들고 나서 시인 장정일씨는 잠옷 바람으로
새장 같은 시영아파트 505호에서 처연히 바라봤다 꼬부랑 노인들이 걸음마 배우는 어린 손자 손을 잡고 철 지난 바닷가의 갈매기처럼 오르락내리락거리는 텅 빝 아파트 단지의 무료한 거리를. 그러다가 103동 커브를 돌아오는 검은 점을 보고서 시인 장정일씨 얼굴은 똥빛이 되었다 검은 가죽옷 껴입은 월부수금원이 검은 오토바이를 타고, 두 달 전에 10개월 월부로 구입한 현대의 한국문학(범한출판사 간, 32권. 12만 8천원)의 3분기 월부금을 받으러 오고 있었다. 기겁한 장정일 시인, 그는 빨리 도망가야겠다고 급히 옷을 챙겨 입었다. 그러다가 좋은 싯귀가 떠올라 희 종이를 타자기에 끼우고 이렇게 두들겼다. 월부수금원이 온다. 나는 죽음을 월부로 샀다. 월부수금원이 무섭다! 그리고 나서 문을 나서려는데 천천히 벨이 두 번 울렸다 (월부수금원도 벨을 두 번 울리나?) 보안경으로 보니, 그 자가 살리에르처럼 검게 서 있다. --- p.73 |
극비
나는 세계의 비밀을 안다 나는 숨겨진 세계의 스캔들을 알고있다 미안하게도 나는 세계의 치부를 알아 버렸다. 1962년 1월 6일 새벽 4시 41분 나는 세계의 배후에 도사린 거대한 범죄의 흑막을 알아 버렸다 나는 말해야겠다 교황청의 사자가 나를 파문시키기 전에 씨아이에이와 케이지비가 경쟁하듯 나를 예비검속하기 전에 혹은 도덕재무장운동의 청년회원에게 린치당하기 전에 나는 서둘러 말해야겠다 세계의 배후가 보관하고있는 치사한 극비사항을 세계의 비밀이란 나는 부모의 태로부터 낙태당했다는 것 나뿐 아니라 혈통 좋다는 너, 너, 너, 너마저 한낱 지구란 쓰레기통에 버려진 낙태아라는 사실! 익명으로 이루어진 인류 우리 모두는 방금 대학을 빠져나온 서툰 인턴에게 카, 카, 칼질당했다 들어라 원숭이들아 누렁이 흰둥이 검둥이 오랑우탄 원숭이란 원숭이 모두 들어라 연속된 낙태에 의해 세계는 존속하여 왔다 들어라 살인자들아 육군 해군 장군 멍군 살인자란 살인자 모두 들어라 세계는 태아살해로 이루어졌다 (이것이 세계의 비밀 세계의 스캔들이다) --- pp.54-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