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새로운 진실에 크게 충돌했다. 우파의 많은 이들은 정부가 맞벌이 부부 가족을 돕는다는 생각 자체에 반대한다는 진실 말이다. 실제로 군대를 빼면 우파들은 정부 자체를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다. 환경 보호 강화, 지구 온난화 방지, 노숙인 근절 같은 다른 이상들도 마찬가지로 굳게 닫힌 문에 부딪힌다. 만약 이런 목표 중 하나라도 달성할 수 있게 정부를 돕고 싶으면, 정부를 해법이 아니라 문제라고 보는 이들을 우리가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나는 깨달았다. 그래서 미국 우파의 중심부를 향해 떠나는 여행을 시작했다.
--- p.10
5년에 걸쳐 티파티 핵심 지지자 40명과 이 핵심 집단에 관한 시각을 넓혀준 다양한 직업(교사, 사회복지사, 변호사, 정부 관리)을 가진 20명의 인터뷰를 토대로 삼아 4690쪽의 기록을 축적했다. 이 핵심 집단에서 특정한 양상을 특히 잘 보여주는 소수 집단을 선별했다. 미리 허락을 받아 그 사람들을 쫓아다니면서 그 사람들이 태어나고, 학교와 교회에 다니고, 쇼핑을 하고, 재미있게 노는 곳을 보여달라고 했고, 그런 모습 속에서 그 사람들이 받은 영향을 느껴보려 했다. 다들 티파티를 지지했지만 자기들끼리도 서로 다른 점이 많았다.
--- p.38~39
티파티 신봉자들은 종교적 신앙(정부가 교회를 위축시킨다고 느꼈다), 세금 혐오(세금이 너무 높고 누진세율도 지나치다고 봤다), 앞으로 살펴볼 내용처럼 자기들의 체면을 깎아내리는 영향력이라는 세 가지 경로를 거쳐 연방 정부를 혐오하게 된 듯했다. 리의 가장 큰 불만은 세금이었다. 세금이 그릇된 사람들에게 간다는 주장이었다. 특히 ‘낮에는 빈둥거리다가 밤에는 파티나 찾아다니는’ 복지 수혜자들과 편하게 돈 버는 공무원들이 표적이었다. 리는 민주당 자유주의자들이 복지 수혜자들한테나 좀더 신경을 쓰기를 자기에게 바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민주당원들이 ‘정치적 올바름’을 내세우면서 누구를 불쌍하게 여겨야 하는지 설교를 늘어놓는 꼴이 탐탁지 않았다. 가난한 이들에게 공감을 드러내는 자기 나름의 지방적이고 개인적인 방식이 리에게는 있었다.
--- p.60
“불쌍한 인간들은 이제 질색입니다.” 하디가 설명한다. “아이를 잔뜩 낳은 미혼모한테 정부가 돈을 주는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고, 소수자 우대 정책도 찬성하지 않아요. 어떤 흑인 남자를 만났는데, 일자리를 찾지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하더군요. 그런데 알고보니 사립 학교를 다녔더라고요. 나는 지역 공립 학교를 다녔고, 내가 아는 사람들도 다 그랬어요. 정해진 인종 비율을 채우려고 누구를 취직시키거나 일하지도 않으면서 국가 돈을 받는 일은 없어져야 해요.”
--- p.131
『폭스뉴스』는 내가 알게 된 사람들의 견해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산업과 국가, 교회, 정규 미디어에 뒤이어 나름대로 정치 문화의 다른 한 기둥 노릇을 한다. 마돈나는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넷을 모두 『폭스뉴스』에 맞춰놓는다. 케이블 방송 가입자가 거의 없는 롱빌에 간 때, 마이크 트리티코는 지붕 안테나가 기울어진 각도만 살펴도 누가 『폭스뉴스』를 보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거의 전부 ‘폭스’예요.” 『폭스뉴스』는 마돈나를 비롯한 이들에게 뉴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쟁점이 무엇인지 설명해주며, 무엇을 무서워하고, 누구에게 화를 내고, 어떤 일을 걱정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 “폭스는 나한테 가족이나 같아요.”
--- p.173
당신은 자기 땅에 사는 이방인이다. 당신은 남들 눈에 비치는 당신 모습을 인정하지 않는다. …… 당신은 존중받기 위해 일터에 의지한다. 그렇지만 받는 임금은 쥐꼬리만 하고 일자리는 불안하다. 그래서 존중받을 수 있는 다른 원천으로 눈을 돌린다. 인종 때문에 추가 점수를 받지는 못한다. 성별로 눈을 돌려보지만 당신이 남자라면 마찬가지로 추가 점수를 받지 못한다. 만약 당신이 이성애자라면, 결혼한 이성애자 남성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겠지만, 이런 자부심은 이제 동성애 혐오의 잠재적 표시로 보인다. …… 당신 같은 사람들, 곧 백인, 기독교도, 노동 계급과 중간 계급은 인구학적인 면에서도 자부심이 줄어든다. 이 집단은 수가 줄어드는 추세기 때문이다. …… 당신은 크게 외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도 소수자에 속한다고!” …… 당신은 당신의 존재와 당신이 실제로 한 모든 일을 인정받고 싶다는 강한 욕망과 ‘가련한 인생들’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공포 사이에서 옴짝달싹도 하지 못한다. 당신은 이런 하향 이동하는 세력들에 맞서 일어서고 싶어한다. 당신하고 똑같은 내면의 목소리를 지닌 당신 같은 사람들로 구성된 정치 운동이 있다. 이 운동은 티파티라고 한다.
--- p.196
재니스는 세금을 수단으로 삼아 부자들의 돈을 가난뱅이들에게 재분배하는 데 반대한다. 이런 해결책은 절대 지속되지 않는다. “10퍼센트의 사람이 90퍼센트의 돈을 갖고 있다고요, 맞죠?” 재니스가 말한다. “그런데 그걸 균등하게 나눈다 칩시다. 1년 안에, 아니 6개월 안에 그 10퍼센트가 다시 90퍼센트의 돈을 갖게 될걸요. 파워볼 복권에서 2억 4700만 달러짜리 잭팟을 터뜨린 많은 사람들이 10년 뒤에 파산하잖아요. 거지하고 사기꾼을 막지 못하고, 투자하는 법도 모르는 거죠. 우리는 각자 자기 자리를 알아야 하고, 현재에 만족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 p.215
마치 성냥불을 켜기 전에 불쏘시개를 쌓아 놓은 듯 트럼프가 부상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돼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세 가지 요소가 이미 결합돼 있었다. 1980년 이래, 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거의 모든 사람이 경제적 지반이 불안정하다고 느꼈다. 이런 사실 때문에 그 사람들은 ‘재분배’라는 사고 자체에 저항했다. 그 사람들은 또한 문화적으로 주변으로 밀려났다고 느꼈다. 미국 곳곳의 미디어들은 낙태, 동성 결혼, 성별 역할, 인종, 총기, 남부연합 깃발에 관한 티파티 지지자들의 생각을 모두 뒤떨어진 견해로 희화화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인구학적 쇠퇴의 한끝을 감지했다.
마돈나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같은 기독교인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이미 자기들을 사방이 포위된 소수자처럼 느끼고 있었다.
--- p.289~290
루이지애나 티파티의 내 친구들은 절대 자기 자신에게 ‘피해자’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가련한 인생’이 되고 싶지 않았다. ‘팀 충성파’, ‘섬기는 이’, ‘카우보이’인 그 친구들은 삶에서 직면한 난관을 견디는 자기 모습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렇지만 집과 식수, 심지어 석유를 뺀 다른 경제 부문의 일자리까지 잃고 나자, 달리 자기를 부를 말이 없었다. 친구들은 피해자다. 실제로 루이지애나 사람들은 미국 전체 산업 체제의 희생양이다. 좌파든 우파든 간에 우리는 모두 기꺼이 플라스틱 빗, 칫솔, 휴대전화, 자동차를 사용하지만, 모든 사람이 심한 오염이라는 대가를 치르지는 않는다. 이 책을 쓰려고 한 조사에 따르면, 빨간색 주들은 더 많이 그 대가를 치른다. 그 주 사람들이 스스로 규제 완화에 표를 던진 탓도 있고, 그렇게 하도록 권유하는 정치, 산업, 텔레비전 채널, 종교라는 사회적 지형에 노출된 탓도 있다. 어떻게 보면 파란색 주 사람들은 좋은 점만 독차지하는 반면, 빨간색 주의 많은 사람들은 아무것도 누리지 못한다. 역설적으로 우파 정치인들은 이런 피해 의식에 호소한다.
--- p.304~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