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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으로 날아간 작가

화성으로 날아간 작가

: 단편의 제왕 레이 브래드버리 창작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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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2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332g | 135*195*20mm
ISBN13 9791156331803
ISBN10 115633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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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자신이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비평가가 알며,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관객이 안다”고 했던 어느 피아니스트의 말을 기억하자. 이 말은 작가에게도 진실이다. 스
타일이든 뭐든, 연습을 하지 않으면 단 며칠 사이에 망가진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세상에 따라잡히고 또한 병들게 된다. 매일 글을 쓰지 않으면 독이 쌓여서 죽어가거나, 미치거나, 또는 둘 다이게 된다. --- p.16

경험을 통해, 나는 깨달았다. 글을 쓰지 않고 하루를 보내면 불안해진다는 사실을. 이틀이면 몸이 떨린다. 사흘이면 미치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 나흘이면 마치 고통 속에서 버둥거리는, 거세당한 수퇘지가 된 듯하다. 한 시간의 글쓰기만이 약이다. 그러면 다시 두 발로 일어서서, 쳇바퀴를 돌며, 깨끗한 신발을 달라고 소리치게 된다. --- p.17

모든 글의 변천사는 마치 일기 예보처럼 읽혀야 한다. 오늘은 덥고, 내일은 춥다고. 오늘 오후, 집을 불태운다고. 내일, 폭발 직전의 숯 더미에 아슬아슬하게 찬물을 끼얹는다고. 내일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갖고, 편집하고, 다시 써라. 하지만 오늘은 폭발하고, 산산조각 나고, 해체되어야 한다. 원고를 예닐곱 번 고쳐 쓰는 일은 고문이다. 그러니 초고를 쓸 때 즐겨야 하지 않을까? 그 즐거움이 세상에서 나의 글을 읽어줄 사람들을 찾아낼 것이고 발견해줄 것이며, 함께 불타오를 것이라 희망하면서. --- p.31

작가가 도마뱀에게서 배우고, 새에게서 훔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민첩함에 진실이 있다는 사실이다. 빠르게 말을 할수록, 빠르게 글을 쓸수록, 좀 더 솔직해질 수 있다. 망설임에는 생각이 끼어든다. 지체하면 진실에 달려들기보다 스타일을 위해 애쓰게 된다. 하지만 진실만이 덫을 놓을 가치가 있는 유일한 스타일이다. --- p.38

우리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심지어 가장 느리고 둔한 사람일지라도, 얼마나 새롭고 독창적인지 안다. 적당히 다가가, 함께 대화를 나누고,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두면, 마침내 무엇을 원하는지(노인이라면 무엇을 원했는지) 물었을 때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꿈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진심을 꺼내 말할 때, 그의 말은 시가 된다. --- p.65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와 문화에는 보물만큼이나 쓰레기도 엄청나게 많다. 때로는 보물과 쓰레기를 가려내기조차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의견을 말하길 두려워하며, 머뭇거린다. 그러나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기질을 형성하고, 다양한 관점의 진실을 모으고, 만화책과 텔레비전 쇼, 책, 잡지, 신문, 연극, 영화에 드러난 타인의 진실과 삶에 맞서 우리 자신을 다양하게 시험해야 한다. --- p.72

나의 모든 창작물, 나의 모든 성장, 나의 모든 새로운 일과 새로운 사랑은 내가 다섯 살에 본 뒤 스무 살, 스물아홉 살, 서른 살에 이르기까지 아주 소중히 간직했던 공룡에 대한 순수한 사랑에서 비롯되고 창조된 것들이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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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먼저 그의 소설들을 읽는 것이다. 《화성 연대기》나 《화씨 451》, 《민들레와인》, 그 밖의 여러 단편집을. 그의 소설들을 읽고 나면 당신은 그의 시적이고 몽환적이며 나른하고 아련한 악몽 같은 분위기에 취할 것이다. 그러면서 도대체 이 작가는 어떻게 이런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었을까 감탄할 것이다. 그다음에 이 에세이집 《화성으로 날아간 작가》를 읽기 시작하자. 머나먼 경외심에 가까웠던 감탄은 곧 손에 들어온 비급을 열람하는 뿌듯함으로 바뀔 것이다. (중략)
이 책은 물론 멋진 창작 에세이지만 한편으로는 브래드버리 작품 세계에 대한 부록이자 독후감 가이드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들을 읽고 난 뒤에 듣는, 작가 자신이 직접 복기해주는 애프터서비스 같은 즐거움이 크다.

박상준(서울SF아카이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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