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우연 : …얘들아. (사이) 니네… 대학 안 나오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사람대접도 못 받고 살아…. 그래, 너희도 알다시피 대학 나온 사람들도 요즘 졸업하고 취직이 안 돼서 피똥 싸지. 그래도, 그럼에도, 그러니까 어떻게든 대학은 가야 되는 거야! 대학 나와도 그런데, 대학 안 나오면 오죽하겠니? 그런데 뭐…? 대학에 가고 싶지가 않아? (더 크게) 대학에 가고 싶지가 않아? 어떻게 대학에 가고 싶지가 않아? 캠퍼스에 로망이 없어? 잔디밭, CC, 로망이 없어? 과 잠바 입고 싶지가 않아? 아아? 대학 너도 나도 가니까 안 멋있어 보이나 보네. 대학 간 게 별거 아닌 거 같아 보이나 보네. 좆밥으로 보이는 거야. 그치? 근데… 너희 잘못 짚었어. 대학 가기 그렇게 만만한 거 아니다? 되게 어려운 거야. 어려운 거라고! (잠시) 우리 좀 솔직해져볼까? 니네… 대학 잘 가긴 틀린 거 같으니까 연막 치는 거잖아, 아니야? 그렇게 시크한 얼굴로 앉아 있으면 뭐라도 되는 줄 알고! 야! 니넨 꿈도 없어? 말해봐, 대학 안 나오면 어쩌려고?
_「후배 위하는 선배」에서
영래 : 누나, 진규 형이랑 싸웠어?
누나 : …내가 진규랑 왜 싸워.
영래 : 아까 싸웠잖아.
누나 : 헤어졌는데. 지난달에.
영래 : 어?
사이.
영래 : 그럼 좀 전에 누구랑 통화한 거야?
누나 : 민규.
영래 : …걘 또 누구야?
누나 : 애인이지, 누구야. 그리고 너보다 일곱 살이나 많거든?
사이.
영래 : 왜 만나? 그렇게 싸우면서.
누나 : 장난하냐?
영래 : ….
누나 : 사랑하니까 만나지
_「남자 사람 친구」에서
병규 : 정연아. 쌤도 잘 알아. 가끔 이렇게 나와서 바람 쐬고 싶고 그렇지?
정연 : 바람을 쐬다. 쐬다….
병규 : 그러니까. 바람도 쐬고, 하늘도 보고. 말도 안 하구 나와서 선생님 속도 썩이고 가끔 그러고 싶지, 뭐. 선생님도 잘 알아.
정연 : ‘쐬다’는 ‘쏘이다’의 줄임말인가요?
병규 : 글쎄. 우리 정연이는 정연이 하나 때문에 학교가 아주 어수선해져도 정연이 생각만 하구 그래서 좋아. 집중력이 아주 좋은 것 같아.
정연 : 칭찬이에요?
병규 : 글쎄. 정연이가 한번 잘 생각해봐. 선생님 잘 알지? 혼내고 그러는 사람 아니잖아, 선생님이. 정연이가 한번 잘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
정연 : 근데요, 선생님.
병규 : 그래.
정연 : 등나무 벤치는 무슨 나무로 만들어졌어요?
병규 : 등나무 벤치니까 등나무로 만들어졌겠지.
정연 : 아니요. 벤치요, 벤치. 등나무는 저거고. 이 벤치는요?
병규 : 글쎄. 살면서 그 답이 필요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정연이한테도 필요가 없을 것 같애. 정연이가
한번 잘 생각해봐.
정연 : 매미 소리 들려요, 선생님?
병규 : 매미? 안 들리는데?
정연 : 그럼 운동장에 저 회오리는요?
병규 : 운동장…. 흙이 아주 고르고 단단해 보이네.
정연 : 회오리는 안 보이고요?
병규 : 정연아. 선생님도 대학 다니던 시절에 많이 놀았어. 수업도 안 들어가고 맨날 학교 앞 풀밭에 누워 가지고 낮잠 자다가 집에 가고 그랬어. 그래서 정연이 마음을 잘 이해해. 근데 선생님도 고등학생
때는 안 그랬거든. 공부를 아주 열심히 했어.
정연 : 선생님은 저희랑 눈높이를 맞춰서 잘 얘기해주시는 것 같아요.
병규 : 그렇지? 너희 마음 아주 잘 안다니까.
정연 : 그럼 저랑 야자 타임 한번 하실래요
_「먼지 회오리」에서
유리 : (휴대폰을 보며) 10시 넘었다. 아 씨, (지원을 보며) 얘 교복 입어가지고 이제 뚫리는 데도 없는데.
옥 : 나 가야 돼.
유리 : 미친? 실화임?
옥 : (휴대폰을 보고) 엄마 12시엔 집에 들어오니까 그 전에 가서 잠옷 입고 있어야 돼.
유리 : 대박. 나 울 엄마한테 니네 집에서 자고 온댔는데, 이렇게 배신 때리기 있음?
옥 : 가야 돼.
유리 : 그럼 얘는?
옥과 유리, 지원을 바라본다.
지원,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옥 : 아… 미치겠네.
유리 : 오크, 가지 마? 그럼 난 어떡하라고? 오늘 처음 본 애랑 밤새 뭐 하라고? 얘가 나한테 나쁜 짓하면 어떡하냐?
지원 : (발끈하며) 나 그런 사람 아니야!
유리 : 아, 뭐래? 넌 오크 집에 가면 좋겠냐?
_「자존감 도둑」에서
노을 : 너 수미 소문 들었지?
명 : …응.
노을 : 남자애들이 뭐래?
명 : (우물거리며) 그냥….
노을 : 사람한테 막 걸레라 그러고.
사이.
노을 : 너무 나빠.
명 : 개념 없는 새끼들이 그러는 거야.
노을 : 넌 그런 대화에 안 껴?
명 : 유수미? 당연하지.
노을 : 다른 여자애들 얘기 할 때는?
명 : (뜨끔해서) 나 안 그래. 날 뭐로 보고.
노을 : 나쁜 거지? 그거 한 거.
명 : …학생이니까.
노을 : 그럼 수미, 잘못한 거지?
사이.
명 : 수미가 했는지 안 했는지 너도 모르잖아.
노을 : 모르지.
명 : 걔 그럴 애 아니야.
노을 : 그럴 애가 뭔데?
명, 대답하지 못한다.
두 사람 머리 위로 영상이 흘러나온다.
십대 걸그룹이 야한 춤을 추고,
광고에서 벗은 몸이 움직이고,
드라마에서 앳된 배우들이 입을 맞춘다.
노을 : 우리도 그러면… 그런 애가 되는 거야?
_「우리는 적당히 가까워」에서
남학생 : 왜들 그래요? (돌아다니는 햄스터들을 바라본다.)
집주인 : 햄스터들이 밖으로 나왔어.
남학생 : 문제없어요. 얘들은 다 자기 이름 알아듣거든요. 이름을 부르면 돌아와요. 윈디! 제이슨! 포키! 스텔라! (손에 올라타는 햄스터들을 우리에 넣으며) 이것 보세요! 다 돌아오죠? 바닐라! 바닐라! 바닐라? 바닐라! 어? 어디 갔지? (죽어 있는 바닐라를 발견한다.) 바닐라! (무릎 꿇고 바닐라를 두 손으로 감싼 채 오열한다.)
경찰1 : 고작 햄스터 한 마리 때문에 이러는 거예요?
남학생 : 고작 햄스터 한 마리? 고작, 햄스터 한 마리?
남학생, 가방에서 총 한 자루를 꺼낸다.
모두 놀라 두 팔을 번쩍 든다.
남학생 : 나 여기 죽으려고 온 놈이에요. 무서울 거 하나도 없어요. 셋 다 죽이고 나도 죽으면 되니까요! 다 벽으로 붙어요!
_「햄스터 살인사건」에서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