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각자의 경험을 의미 있게 해주는 거대한 이야기가 붕괴한 자리에서 개인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되는가. 그 거대한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로 삼은 집합적 주어가 폐기된 자리에서 개인들이란 누구인가. (…) 김연수는 민족 자주와 해방의 이야기가 몰락하기 직전의 운동권 학생을 작중화자로 내세워 그 이야기 가까이서 또는 멀리서 출몰한 다양한 인물들의 열정과 허영, 진실과 허위, 광기와 치기가 서로 부딪치고 뒤섞이는 시공간을 만들어냈다. 이 소설은 어떤 진심, 어떤 연극, 어떤 모험에도 불구하고 광막한 우주 속의 혼자일 수밖에 없는 한 개인이 한때 그를 그 자신 이상이게 했던 거대한 이야기 또는 거대한 환상에 대해 오랜 애증 끝에 바치는 별사別辭이기도 하다. - 황종연(문학평론가, 동국대 국문과 교수)
유일한 한 사람이 하나의 ‘이야기’로 전환되는 ‘일생의 뮈토스’와, 세계의 파편적 운동들이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 역사로 전환되는 ‘역사의 산문화’, 이 둘은 실상 별개의 원리가 아닌 공통의 ‘지반’ 같은 것이다. 두 스타일을 동시에 감싸는 말로 이 소설을 (…) ‘설화적 모더니즘’이라 칭해보면 어떨까. 무수한 이야기들의 생성, 유통, 변화, 소멸을 환기하는 데 ‘설화說話’보다 적당한 단어도 찾기 어렵다. 또 소설에 관한 두 개의 중요한 질문을 소설의 스타일 자체로 답변했다는 점에서 (…)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이름하여 ‘설화적 모더니즘’의 한 진수를 보여준다. 백지은(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