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단어가 바로 ‘민주’다. 민주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을 것이다. 우리 학교에도 열 명이 넘는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내 이름이 민주라고 하면 어릴 때부터 어른들은 머리부터 쓰다듬어 주었다. _본문 19쪽
“네 엄마는 외할아버지가 엄마 때문에 돌아가셨다고 생각하고 있단다. 정말 엄마 잘못이 아닌데 말이다.” 그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엄마의 생일이 1980년 5 월 18일이고 외할아버지의 제사가 1980년 5월 21일이다. 18일과 21일, 3일 사이에 엄마는 태어난 것이고 외할아버지는 죽은 것이다. 그렇다면 태어난 지 3일 된 엄마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일까? _본문 39-40쪽
“그리고 여보, 이번 5·18 행사에서 내가 추념사를 써서 읽기로 했어요. 돌아가신 우리 아빠를 생각하는 글을요. 어쩌면 좋지?” 엄마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빠의 눈이 점점 커졌다. 엄마가 말하는 5·18 행사가 어떤 행사인지 나는 잘 안다. 그동안 서너 번 외할머니와 엄마의 손에 이끌려 참석을 했는데……. 만약 그날이 엄마의 생일이 아니라면 절대 가고 싶지 않은 행사였다. _본문 5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