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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찌질한 나는 행복하다

가끔 찌질한 나는 행복하다

: 이 땅의 늙은 아이들을 위한 제2의 인생상륙작전!

최정원 저 / 정영철 그림 | 베프북스 | 2017년 12월 22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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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2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400g | 137*205*20mm
ISBN13 9791186834497
ISBN10 1186834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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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술상을 차려 거실이 아닌 방으로 들어갔다. TV를 켜니 드라마 [응답하라 1988]가 시작되었다. 드라마를 본 지 10분 안 되어 바짝 마른 우물 같은 두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드라마가 끝났는데도 눈물은 그치지 않았고, 이젠 가족 중 한 사람이 죽은 것처럼 대성통곡을 했다. 그 소리를 들은 엄니가 방문을 열고 들어와 놀란 눈으로 물었다.
“왜 우는 것이여?”
“오늘 안과에 갔더니 노안이 와서 자꾸 눈물이 난대. 글구 나 갱년기가 온 것 같아. 자꾸 울고 지랄해! 그러니 걱정하지 마.”
밖으로 나간 엄니는 10분 만에 소주 한 병과 떡볶이를 해가지고 들어왔다. 잠시 내 얼굴을 쳐다보더니 한마디 하고 나갔다.
“슬기롭게 넘겨야?
몸도, 마음도 앞만 보고 달려온 삶이었다. 하지만 요새는 조금씩 살아온 삶의 뒤꽁무니를 쫓고 있다. 과거를 되돌아본다는 건 나이가 들어간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피부에 와 닿았다. 우울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고 싶었다.
나이가 먹으면 눈도 침침해지고,
몸도 예전처럼 빠릿빠릿하지 못하고,
마음도 위아래로 춤추는 게 지극히 정상일 텐데,
난 한없이 그것을 좌절의 늪 속에 스스로 몸을 가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난 잡놈이다」중에서

“누나, 누군가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 본 적 있어? 너무 보고 싶어 눈물이 날 것 같은 느낌 알아?”
“이 나이에 설렌다는 건 기쁜 일이지만 그 사람이 그리워 눈물 난다는 건 아마 제 서러움과 부끄러움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눈물 날 정도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볼 수가 없다면 그냥 잊어!”
집으로 돌아오다가 꽃밭에 앉아 있는 꼬마 아이를 보는데 [빨간 머리 앤] 중 한 구절이 생각났다.
“내일이 아직 무엇 하나 실패하지 않은 하루라고 생각하면 기쁘지 않아?”

‘간신히 추억’하나만 남았을 뿐

나는 이제 너에게 없는 계절이고
너는 이제 나에게 없는 계절일 뿐.
---「간신히 추억」중에서

봄날,
당신을 만나러 나갔다가
달을 만나고 옵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달을 만나러 나갔는지도 모릅니다
다섯 개의 달이
마음 모서리에 고여 있습니다
기쁨, 슬픔
모두 한 마음속에 있습니다
모든 간절함은 물기를 품고 있는 걸까요
가끔 누군가에게 주목받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가끔 주목받는 사람이고 싶다」중에서

1. 백수 : 더 이상 밑으로 떨어질 곳이 없다. 위로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증거.
2. 한숨 : 숨은 쉬는 것 보니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
3. 죽음 : 누구나 죽으니까 세상은 공평하다는 증거.
4. 이별의 아픔 : 그래도 누군가 사랑했었다는 증거.
5. 눈물 : 아직은 감정이 메마르지 않았다는 증거.
6. 흉터 : 상처를 이겨냈다는 증거.
7. 배고픔 : 밥 한 알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는 증거.
8. 갈등 :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증거.
9. 슬픔 : 기쁨을 안다는 증거.
10. 노총각, 노처녀 : 도덕적으로 자유롭게 이성을 만날 수 있
는 조건을 갖추었다는 증거.
11. 그리움. : 아직도 마음속에 사랑이 남아 있다는 증거.
12. 외로움 : 내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증거.

생각과 시선의 각도를 바꾸고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을 때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을 뿐이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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