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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간질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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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간질일 수 없다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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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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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년 1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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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16.18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4.6만자, 약 1.6만 단어, A4 약 30쪽?
ISBN13 9788954649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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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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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을 먹으면 몸에 흔적이 남는다
옷에 튄 검은 점들
입안에 들어가기 전 격렬하게 흔들리는 면발이 문제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짜장색 옷을 입는다
아니면 아예 먹지 않는다

구운 땅콩을 먹으면 낮은 데 흔적이 남는다
낮은 데 흩어진 얇고 질긴 속껍질들
무언가를 지키도록 생긴 것들의 최후가 문제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노천에서 땅콩을 깐다
아니면 아예 그냥 먹는다

사람도 만나면 살에 흔적이 남는다
다시 혼자일 때 살아나는 숨소리 또는 체온
그리고 뜻 없는 웃음, 채 알아듣지 못한 속삭임
잃은 온기를 바깥에서 구하는 버릇이 문제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실내를 따뜻하게 한다
아니면 아예 만지지 않는다
만지지 않으면 낭패 대신 후회가 남는다
---「흔적」중에서


모름지기 짜증은 아무한테나 내는 것이 아니다 짜증은 아주 만만한 사람한테나 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짜증을 받아줄 마지막 사람은 제 엄마다 엄마들은 보통 자식의 마음과 제 마음속을 분간 못하는 불구, 자식들은 엄마에게 어떤 원죄가 있다고 믿는다 어떤 빚이 있음을 본능으로 안다 짜증이 심한 사람은 엄마만 아니라 다른 식구들한테도 짜증을 낸다 필시 이 사람은 제 식구를 아주 만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달리 보면 식구를 예사롭지 않게 믿고 사랑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더 심한 사람은 남한테도 짜증을 낸다 이 사람은 아주 힘있는 놈 아니면 망나니임에 틀림없다 짜증낼 사람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저 자신한테 짜증을 부린다 이 사람은 저 자신을 만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니면 저 말고는 아무도 안 믿거나 못 믿는 사람이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이 사람은 필시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
---「짜증론」중에서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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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중 시인의 시는 늘 화면이 확실하게 보인다. 이런 식의 작업은 문학에서는 겸양과 미덕이다. 그의 시는 췌사나 작위적 과장이 없어 사실화 쪽이긴 하지만 잘못 쉽게 생각하다가는 그가 얼마나 인프라 구축에 공을 들였는지 그 정교함에 놀라게 된다. 그의 시에는 금기시되는 논설적 제목과 설명이 제법 즐비하다. 그러나 그 시들은 간단히 구분된 금기를 넘어 우리에게 오히려 시의 자유분방함과 천진한 여유를 보여주고 오염된 사고나 현란한 기교가 아니고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씀씀이로 우리를 위로해 준다.
살다보니 가끔 어떤 시가 세상에 한참 남을지 짐작이 가는 때가 있다. 그것은 시인의 꾸준한 믿음과 고집이 보이는 시, 세상에 쉽게 결탁하지 않고 적당히 쉬운 길을 택하지 않고 다른 이의 시와는 언제나 구분되는, 그래서 외로워도 자신의 길을 꾸준히 가는 시들이다. 바로 그 길을 이희중 시인이 가고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그의 시의 어눌하고 온건한 정서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 영혼을 정화시키고 커다란 울림으로 감동을 준다. 참담한 고통의 현실을 정면으로 대면해 이겨내고 또 넘어서서 생의 비의를 인간의 따뜻한 체온으로 녹여주고 있다. 그래서 그의 은유는 바로 인간이 미진한 존재라는 슬픔에서부터 시작된다.
마종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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