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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몬스터

당신의 몬스터

: 서유미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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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0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400g | 148*210*20mm
ISBN13 9788957075982
ISBN10 895707598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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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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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집으로 돌아가고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발소리 사이에서 달콤한 냄새가 올라왔다. (……)
냄새의 실체는 코앞에 또아리를 틀었다. 김은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들었다. 날렵한 신사용 구두를 신고 검은 슈트를 쫙 빼입은 사내가 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친 순간 달콤한 냄새가 거미줄처럼 김을 에워쌌다. 온몸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 김은 곱은 두 손을 필사적으로 흔들었다. 사내를 뜯어 먹기라도 할 것처럼 탐욕스러운 손길이었다.
사내가 안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만 원짜리였다. 그것은 열흘쯤 꿇어 엎드려 있어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 허기와 고열에서 김을 건져낼 동아줄이었고 운 나쁜 하루를 뒤집을 비장의 카드였다. 김은 지폐에 코를 박고 킁킁거렸다. 평범한 돈 냄새가 날 뿐이었지만 그것마저 달콤했다. 검은 슈트의 사내는 인파 속으로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다.

거울 속 얼굴은 낯설었다. 눈, 코, 입은 제자리에 있는데 무언가 중요한 것이 사라지고 치명적인 게 더해진 모습이었다. 영무는 손으로 거울 속 얼굴을 가렸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자신의 눈이 무서웠다. 예측 불가능한 것이 튀어나올 것 같은 불안함, 다시 회복될 수 없을 거라는 절망감이 도사리고 있었다. (……) 사람은 선하지만 그 안에는 악이 숨어 있다. 크고 두툼한 식빵 가운데 땅콩 잼 덩어리가 동그랗게 뭉쳐 있는 것처럼, 교묘하게 감춰져 있을 뿐이다. 모든 사람이 땅콩 잼 샌드위치와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땅콩 잼의 양이 많으냐 적으냐의 차이일 뿐이다.
영무는 마음속의 괴물이 점점 커져가는 걸 느꼈다. 땅콩 잼이 식빵 밖으로 비어져 나와서 달콤한 냄새를 풍기고 손과 입에 찐득하게 묻었다. 이제 식빵 두 쪽으로는 도무지 감출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잼이 묻은 손은 아무리 닦아도 처음처럼 깨끗해지지 않았다. 벌레가 꼬이고 썩어가는 기분이었다.

겨우 균형을 잡고 숨을 깊이 들이마셨을 때 그녀를 감싼 건 뜻밖에도 달콤한 냄새였다. 처음에 달콤함은 그녀의 주변을 희미하게 맴돌았고 점점 진해지면서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달콤한 기운이 가슴속으로 퍼지자 울음이 잦아들면서 입안에 침이 고였다. 달콤한 냄새의 진원지는 출입문 쪽이었다. 검은 슈트를 입은 남자가 카페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 그는 혜원의 테이블 앞에서 멈춰 섰다. 달콤한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그가 입을 열 때마다 달콤함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지만 농도는 흐려지지 않았다.
“…… 무슨 일이에요?”
“당신에게 줄 게 있습니다.”
남자는 선글라스 너머에 있는 혜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뭔지 모르지만 필요 없어요.”
혜원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달콤한 냄새는 그녀의 머릿속을 장악했고 혼미하게 만들었다.
“당신에게 꼭 필요한 겁니다. 오랫동안, 간절하게 찾아 헤매던 거니까요.”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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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나는 욕망과 싸운다. 깊고 얕고 무겁고 가벼우며, 미풍만 불어도 적나라하게 흔들리는 무수한 욕망들. 서유미의 새 소설을 읽는 것은 내 안에 애써 감춰둔 그 낯익은 괴물과 맞대면하는 일이다. 작가가 포착하는 것은 허공을 향해 꿈틀거리는 괴물의 뒷모습이다. 그 뒷모습이 쓸쓸하고 허허롭다. 우리 모두의 그림자처럼. 그러니 아무런 욕망 없는 자여, 이 책에 돌을 던져라.
정이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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