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외로움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면, 솔직하게 털어놓고 서로 어울리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문제는 바로 그것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외롭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고백하기는 무척 어렵다. 그래서 혼자 박물관에 가서도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는 예술품을 감상하는 데 푹 빠진 척한다. 주말에 뭘 했는지 캐묻는 귀찮은 질문들도 요령껏 피한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곤 한다.
‘외로움을 느낀다는 건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겠지. 지루한 성격이거나, 사회성이 떨어지거나, 혹은 관계를 맺는 데 서투르거나, 뭔가에 중독되어 있거나, 아니면 단지 매력이 없거나.’ 외로운 게 죄도 아니고, 누가 꾸짖는 것도 아닌데 모든 사람이 이런 눈길로 나를 보는 것 같다. 결국 스스로를 할퀴고 만다. ‘맞아, 다 내 잘못이야. 그렇지 않다면 다른 사람들은 모두 끼리끼리 잘만 어울리는데, 어째서 나만 이 모양이겠어?’ ---「프롤로그」중에서
예컨대 고슴도치 가면을 쓰고 틈만 나면 가시를 세우는 사람이 있다. 책상 위에 잘못된 서류를 올려놓은 동료를 바보 취급하거나,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분노를 터뜨리는 식이다. 계단에 쓰레기봉지를 놓아두었다고 이웃과 다투고, 공원에 개들이 많다고 동사무소에 수시로 민원을 넣기도 한다. 진짜로 성격이 나쁘다기보다는 누군가 본심을 알아주고 “그래도 난 당신이 좋아요”라고 감싸 안아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고슴도치를 쓰다듬고 싶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혹은 질병의 가면을 쓰고 끊임없이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심한 두통 때문에 언제나 고문에 시달리는 듯한 얼굴로 사무실에 들어서는 변호사나 척추디스크에 시달리고 있어서 온갖 신경을 써주어야만 하는 엔지니어가 그 예에 속한다. 한동안은 사람들의 연민을 얻겠지만, 결국은 모두 지쳐서 나가떨어지고 만다. ---「3장.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가면은 사실……: 외로움의 가면」중에서
늘 비슷한 형태의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다면, 당신의 어떤 면이 관계를 가로막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혹시 늘 강인한 척하면서 연약하고 예민한 부분을 부정하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스스로 나약하고 무력한 사람이라 단정짓고 단호하면서도 유능한 면을 억누르고 있지는 않은가? 존경받고 부지런하며 적당히 타협하는 삶을 추구하면서, 좀더 느긋한 태도로 모험을 즐기며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것은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앞으로는 잃어버린 성향을 부분적으로라도 발전시켜보는 것이 어떨까? (…) 억눌러왔던 부분을 연인이나 배우자를 통해 충족하기보다는 스스로 시도해봄으로써 훨씬 자유로운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자신이 보다 완전하다고 느끼게 되면, 더이상 부족한 부분을 충족시켜줄 타인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5장. 나는 왜 ‘잘못된 만남’을 반복하는 걸까: 나와 어울리는 사람을 찾는 법」중에서
사자의 모습으로 나타날 때 우리는 자신감 있고 근사하다. 또한 무척 매력적으로 비칠 수 있다. 모든 사람과 재미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일에서도 성공적이며 뛰어난 능력과 성실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 헌신적일 뿐 아니라 늘 쾌활하고 친절하며 유머러스하고 관대하기까지 하다. 사자는 보기에 가장 빛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반면 내면적으로 생쥐와 같다고 느낄 때는 우울한 상태다. 인생은 생쥐의 털만큼이나 우중충한 회색이고 즐거운 일이라곤 전혀 없다. 그뿐인가? 불안함으로 가득차 있고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일이 조금이라도 잘못될까봐 두려운 마음이 든다. 질투심과 욕심으로 가득찬 자신, 공격적이거나 지나치게 소심한 태도, 스스로의 무능력함을 증오할 때도 있다. 객관적으로 그럴 이유가 전혀 없는데 자주 두려움에 벌벌 떤다.
앞서 묘사한 부분 중 몇 가지는 당신에게서도 볼 수 있지 않은가? 사실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사자의 특성과 함께 생쥐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늘 강하고 즐겁기만 한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언제나 허약하고 불확실한 상태로 지내는 사람도 없다. 어떤 때는 이런 면이, 또 어떤 때는 저런 면이 나타난다. 문제는 사자와 생쥐가 협약을 맺을 때 발생한다. 겉으로는 자신감 넘치는 사자의 모습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불안한 생쥐가 문을 잠그고 숨어 있는 경우다. ---「8장. 아무도 내 본모습을 보지 못할 때: 사자와 생쥐 증후군」중에서
나보다 크게 잘난 것도 없어 보이는데 그 사람은 어째서 그렇게 친구가 많을까? 친구들이 뒷걸음질치면서 내게 연락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어째서 사람들이 나를 더이상 초대하지 않는 걸까? 이런 질문을 하다보면 다른 사람들을 멀어지게 만드는 성격에 대해 깨닫게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부족한 면을 제대로 파악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자신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대체로 우리는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이는 물론 인간적이며 정상적인 태도다. 그 안에 위험한 진실도 숨어 있지만 말이다. 위험한 진실이란, 자신이 생각하는 자아형상과 어긋나는, 못마땅한 모습은 아예 인정하지 않는 오류를 뜻한다. 미심쩍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다른 사람의 태도를 비난한다. 내 말에 상처받았다면 그것은 특이한 유머를 이해하지 못한 그 사람 탓이다. 혹은 누군가 나를 비판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내 성공을 질투하기 때문이다. (…)
이론적으로 볼 때 내가 가진 약점은 그것이 무엇이든지 다른 사람이 나를 피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손톱을 계속 물어뜯는다든지, 습관적으로 약속을 어긴다든지, 혹은 지나치게 날카로운 목소리로 이야기한다든지, 저속한 농담을 잘한다든지 하는 약점 말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약점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분명히 말하고 싶은 부분도 있다. 그 모든 약점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대부분 잘살고 있다는 점이다. 궁극적으로 ‘누구도 완벽하지 못하다’라는 명제는 사실이다.
---「9장.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잘만 사는데……: 내 안의 나와 마주하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