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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샘 너머에 사는 당신

눈물샘 너머에 사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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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1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20g | 128*208*20mm
ISBN13 9788993342635
ISBN10 899334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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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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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하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그녀가 산다.
경기도 포천시 동교동 255-2번지
정든 집 비워 두고
비워 두고 전입신고도 없이
몸부터 먼저 가 누운
샘물노인요양원.
얘야, 밥 먹어야지. 밥 먹고 가!
짧은 면회 마치고
요양원 입구 길모퉁이 카페
'앵두나무 우물가에'를 돌아 나올 때
등 뒤로 들려오던 어머니 음성.
차는 돌부리에 채여
덜컥, 하고
나는 노모의 목소리에 걸려
울컥, 하고

살사리꽃 신방

한 여름 길섶에 피어
샐샐 눈웃음을 쳐대는 살사리꽃을 보고
에구, 저 철없는 것! 하고
내심 혀를 끌끌 찼는데요.
아, 글쎄 흰 나비 한 쌍이
꽃 위에서 슬슬 수작을 거는 거예요.
살사리꽃 철없는 것이 나비들이
제 몸에다 신방을 차리는 줄도 모르고
나비들이 나풀나풀 날갯짓 할 때마다
살랑살랑 체머리를 흔들며 장단까지 맞추어대니
해님도 그만 낯 뜨거워 구름 속으로 숨고 말았는데요.
살사리꽃, 이 철없는 것이
자꾸 체머리를 흔드는 바람에
나비들 사랑 놀음이 흥겹지만은 않았는데요.
마음만 조급해진 나비의 날갯짓이 바빠졌는데
훅! 하고 바람 한 줄기
살사리꽃 꽃대를 흔드는가 싶더니
천지간을 자욱하게 소나기가 퍼붓지 뭐에요.
눈 먼 사랑도
한 시절, 한 순간이라는데
소나기에 화들짝 놀라 달아난 나비 한 쌍
살사리꽃이 무척이나 원망스러웠으련만
그 사정을 알 리 없는 철부지 꽃은
빗방울 간질임에 연신 눈웃음치며
허리만 배배 꼬아대니 더욱 기가 찰 밖에요.

그 꽃이 나를 울렸다

순창고추장보다 더 붉은
강천산 애기단풍 만나러 가던
그 길목 어디쯤에선가
점박이 철쭉꽃과 마주쳤을 때
나도 모르게 목젖이 뜨거워져서
왈칵 눈물이 솟았다.
지천명의 사내가
한 떨기 꽃을 보고 눈물짓는
이 낭패라니!
봄여름 건너오며
피울 것 다 피운 꽃나무들
다비식 불꽃으로 타는 가을 산 아래
꽃 시절 다 놓치고
뒤늦게 꽃 피우는 일이
세상에 무슨 죄라도 짓는 것처럼
몰래 숨어 핀 분홍 철쭉꽃
뒤늦게 찾아든 늦사랑에 손사래 치며
홀로 속으로만 뜨거워지던
내 사랑 닮은
그 꽃이 나를 울렸다.

당신 탓

말뚝에 매어놓은 고삐의 길이가
제 삶의 길이인 줄만 아는 염소처럼
날마다 나는
당신 집까지만 갔다가 되돌아옵니다.
그 길 위에
비 오고 바람 불고 꽃 피고 새가 울고
나는 그 길 위에서
비바람 맞으며
꽃 피고 새 우는 소릴 듣습니다.
모두
당신 탓입니다.

사람 노릇

꽃처럼
환하게 웃고 있는
친구의 영정사진 앞에서
꽃 피면 얼굴이나 한 번 보자던
어느 날의 허튼 약속을 떠올린다.
진눈깨비 내리던 겨울 날
우연히 시내에서 마주쳤을 때
바쁜 갈 길 재촉하느라
언제 한 번 밥이나 먹자는 친구의 말에
인사치레로 건넸던 말이라
꽃피는 봄이 두 번이나 다녀가도록
까맣게 잊고 살았는데
영영 지킬 수 없는 헛말이 되고 보니
그 허튼 약속을 지키는 일이
사람 노릇인 줄
뒤늦게 뉘우친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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