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찌게 하기 위해서 남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야하다니 힘센 놈이 약한 것을 짓밟고도 버젓할 수 있는 잘못된, 너무나 잘못된, 너무나 잘못된 이 풍습!
우리들이 갇혀 있다가 혹은 죽음의 절망에서 풀려났을 때의 그 홀가분한 자유로움, 그것은 환희입니다. 그것은 푸른 하늘입니다. 이 환희와 푸른 하늘을 우리와 모양을 달리한 생물에게 베푸는 일을 불교에서는 방생放生이라고 합니다. 산목숨을 죽이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것을 살리는 자비, 짐승이나 물고기들이 비록 겉모양은 우리와 다르더라도 그 목숨에 있어서는 조금도 다를 수가 없습니다.
모성애의 숭고함이 우리 인간사회의 전유물만은 아닙니다. 동물들의 모성애를 받고 눈시울을 뜨겁게 한 일을 우리는 가끔 경험하고 있으므로 자비가 메말라가는 이 살벌한 오늘의 현실에 겨자씨만한 도움이라도 되고 싶은 가늘은 소망에서 이 책을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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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참혹하다는 것은 발로 차고 몽둥이로 때리는 것 따위가 모두 고통이지마는 목숨을 끊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죽이는 것이 보다 참혹한 것이다. 그러므로 잡히게 되면 도망하나니, 이와 벼룩도 죽기를 피하는 것이다. 장마가 지려 할 때 이사하는 개미들을 보라. 그들도 또한 살기를 원하는 것이다. 목숨이 지중하므로 생명을 보전하기 위하여 죽음이 참혹하므로 죽음을 피하기 위하여 벼룩과 개미들이 도망하고 이사하는 것이니, 보잘 것 없는 것들도 그러거든 하물며 큰 것이야 더 말해야 무엇하랴. 어찌하여 산에는 덫을 놓고 물에는 그물을 쳐서 갖은 수단으로 붙들며 굽은 낙시와 곧은 화살을 써서 온갖 계책으로 잡는단 말인가. 모든 중생들이 모두 살기를 탐하고 죽기를 피하거늘 어찌하여 항심恒心을 잊어버리고 여러 가지 나쁜 짓을 행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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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을 걷어치운 것은 은殷나라 탕湯 임금의 잘한 일이요. 물고기를 기르게 된 일은 정鄭나라 자산子産이 비롯하였다.
그물을 걷었다는 말은 탕 임금이 나다니다가 보니 어떤 사냥꾼이 사방에 그물을 치고 이렇게 축원을 하고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놈, 땅에서 솟아나는 놈, 사방에서 오는 놈들이 죄다 내 그물에 걸려라”고 탕 임금이 세 곳의 그물을 걷어치우고 한 곳만 두고 담음과 같이 빌었다. “왼쪽으로 갈 놈은 왼쪽으로 가고, 오른 쪽으로 갈 놈은 오른 쪽으로 가고, 위로 갈 놈은 위로 가고, 아래로 갈 놈은 아래로 가고, 목숨이 필요하지 않은 놈만 내 그물에 들라”
물고기를 길렀다는 말은 정나라 자산이란 벼슬아치가 산고기를 가져다 주는 이가 있으면 먹지 않고 하인을 시켜서 못에 기르게 하였다. 이 두 가지 일로 보더라도 방생放生하는 것은 불교에서만 하는 일이 아니고 세상 선비들도 모두 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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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유수장자流水長者는 물 마른 못 속의 고기를 살리기 위하여 물을 길어다 부었고, 자비하신 부처님께서는 죽게 된 비둘기를 대신하여 살을 베었다.
[금광명경金光明經]에는 유수장자의 아들이 수많은 물고기가 못에 물이 말라서 죽게 된 것을 보고 코끼리로 물을 실어다가 부어주어 살리고 또 법문을 하여 주었더니, 그 고기들은 목숨을 마친 뒤에 천상에 태어났다고 하였다.
석가모니부처님은 전생에 보살행을 닦을 적에 매에게 쫒긴 비둘기가 부처님 품에 날아들어 피하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매가 보살(석가세존의 전생)에게 말하기를 “당신이 비둘기만 구하여 주고 나는 굶어서 죽게 하느냐?”고 하는 말을 듣고, 보살이 “무엇을 먹겠느냐?”고 물으니, 매는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하였다. 보살이 자기 팔의 살을 손수 베어서 매에게 주었더니, 매는 또 “고기의 무게가 비둘기와 같아야 한다”고 했다. 보살은 아무리 살을 베어 내어도 내어도 비둘기 무게 보다 가볍기만 하였다. 마침내 팔에 있는 살을 죄다 깍게 되었다. 그때에 매가 물었다. “당신이 후회하는 마음이 없느냐?”고. “나는 조금도 후회하지 않노니, 만일 내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나의 살이 전과 같이 자라리라”고 하였다. 그 말 끝을 맺기도 전에 팔은 전과 같이 되었다고 한다. 그때에 매는 제석천왕으로 변신하여 예배하고 찬탄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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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天台의 지자대사智者大師의 이름은 본래 지의智?인데 수隋나라의 양제煬帝가 지자라는 호를 주었다. 못을 파놓고 사람들에게 방생하기를 권하였는데, 방생을 권한 것은 지자대사 뿐 아니라 예전부터 그런 일이 많이 있었다. 오늘의 서호西湖도 예전에 방생하던 못이언마는 세월은 멀어지고 그때 사람은 가고 없다. 불법 또한 쇠퇴하여져서 지금은 고기 잡는 횃불만이 물 위에 은하를 이루니 슬픈 일이다.
대수선인大樹仙人은 항시 큰 나무 밑에 앉아 선정에 들고 하였는데 새가 품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놀라게 하지 않으려고 얼마든지 그대로 앉았다가 새가 다른 데로 날아간 뒤에야 선정에서 나왔다고 한다. 중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이처럼 되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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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한 공덕으로 모든 생명들이 이생을 마치고는 서방 극락세계에 가서 연꽃 위에 화생하여, 물러가지 않을 자리에 이르러 나쁜 갈래를 떠나 영원히 고통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다. 고통 받는 중생을 놓아주는 것은 선한 마음이지마는, 극락세계에 왕생케 하는 일은 보리심이므로 더욱 크다는 것이다.
방생하여 얻는 복은 세간의 복이지마는, 나쁜 갈래를 벗어나게 하는 것은 출세간의 복덕이므로 한량없이 깊다는 것이다. 도업은 이것으로 말미암아 빨리 성취되고, 연화대에는 이 공덕으로써 상품에 나게 되리라. 선심이 크고, 공덕이 깊은 것은 증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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