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8년 01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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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84쪽 | 540g | 140*200*30mm |
ISBN13 | 9788936474515 |
ISBN10 | 8936474510 |
발행일 | 2018년 01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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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84쪽 | 540g | 140*200*30mm |
ISBN13 | 9788936474515 |
ISBN10 | 8936474510 |
방황을 시작하며 / 시카고 1. 몰락한 이들이여, 이곳으로 오라 / 윌리엄 제임스, 베를린 2. 그녀는 천재의 아내가 되고 싶었을까 / 노라 바너클, 트리에스테 3. 어머니는 왜 야망을 품으면 안 되는가 / 리베카 웨스트, 사라예보 4. 초대받지 못한 여자, 다른 이들을 초대하다 / 마거릿 앤더슨, 남프랑스 5. 뮤즈가 되기엔 너무 주체적이어서 / 모드 곤, 골웨이 6. 모든 걸 잃은 순간 온전히 자유롭다 /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로잔 7. 사랑에 부서지고 결혼에 무너지고 / 서머싯 몸, 상트페테르부르크 8. 연약한 척 우는 건 역겹다 / 진 리스, 런던 9. 그녀들의 고독하고 위대한 저항 / 클로드 카엉, 저지 섬 또다른 방황을 시작하며 / 자킨토스 |
여성 예술가라고 하니 내용을 대충 알 것이다. 그들의 행복한 삶보다는 고단한 삶을 그렸다. 아, 고단한 삶은 누구의 판단인가? 나의 판단인가 여성 예술가들의 판단인가?
저자도 여성이다. 시골에서 자랐고 메인 스트림에 들지 못 하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했다. 아마 이 책을 쓰기 전까지도 메인 스트림에는 들지 못 했나 보다. 유럽을 여행하고 유럽의 여성예술가들(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까지)의 자취를 밟고 그들이 밟은 땅, 삶, 예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자신의 삶을 오버랩시킨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소수자의 범주에 들었던 시대의 이야기다. 다만, 이 작품 속에 나오는 여성예술가들은 자신의 삶을 한탄하고만 있지 않았다. 자신의 삶의 능동적으로 개척했고 나름의 일가를 이루었다.
이 책의 장점은 내용보다는 문체에 있는 것 같다. 서정적이고 약간은 우울한 문체, 예술가들이 거쳐간 지방에 대한 묘사, 예술가의 삶과 예술, 그리고 거기에 비춰 절묘하게 오버랩 되는 이 책 저자의 생각과 삶이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읽는 내내 저녁 저녁을 먹고 아파트 창 밖으로 어두워진 거리를 느리게 움직이는 차들의 불빛을 음악을 들으며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이게 무슨 느낌인가? 그냥 그런 느낌이었다.
책의 제목을 대했을 때에는 이 책이 온통 페미니즘을 설명하는 책일 것으로만 생각했다. 물론 책 속에 페미니즘 요소는 많다. 다만 페미니즘을 강의하는 유의 글이 아니라 글쓴이의 여행(?) 여정을 통해 ‘이게 타당하고 당연하잖아.’라고 페미니즘의 합리성을 냉철하게 드러냄으로써 독자들을 자연스럽게 페미니즘의 세계로 인도하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렇다고 해도 책의 본질은 그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죽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그들에 대한 글쓴이의 이해를 통해 세상을 향한 사고思考를 드러내는데 있다. 이것이 옳다가 아니라 나는 이렇게 본다는 관점을 투사하는 것이다. 페미니즘 요소는 그런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된다.
글을 쓴 제사 크리스핀은 자살 충동을 느낄 정도로 삶에 지친 상태에서 시카고를 떠나 유럽으로 향한다. 전혀 계획이 없지는 않으나 철저하게 준비해서 가는 여행은 아니다. 수트 케이스에 들어갈 만큼만 챙겨서 떠난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 노트북 PC를 포함해서이다. 그는 떠나는 이유를 “내게는 살 이유와 계획이 필요하고 그게 내 안에서 나와야 한다.”고 피력한다.
책은 아홉 곳의 도시와 아홉 명의 인물이 각각 묶여 한 장씩을 구성한다. 에필로그 격인 마지막 장까지 하면 모두 열 개의 장인 셈이다. 베를린에서는 윌리엄 제임스(소설가 헨리 제임스의 형인 철학자)를, 트리에스테에서는 노라 바너클(소설가 제임스 조이스의 사실혼 아내)을, 사라예보에서는 영국의 작가인 리베카 웨스트를, 남프랑스에서는 편집자인 마거릿 앤더슨을, 골웨이에서는 혁명가이지 여성참정권 운동가인 모드 곤을, 로잔에서는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를, 상트 뻬쩨르부르크에서는 소설가 서머싯 몸을, 런던에서는 소설가 진 리스를, 저지 섬에서는 사진가이자 작가였던 클로드 카엉을 각각 만난다. 그들은 먼 과거의 인물들이 아니며 20세기 초반을 살았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각 장의 맨 앞에는 해당 장에서 다룰 인물의 사진과 간략한 소개 설명이 붙어있다. 이 책을 만나기 전에 그 이름을 들어서 알고 있던 인물이 네 명으로 모르던 인물들이 더 많다. 그리고 여성들만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글쓴이는 각 장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인물사를 상세히 다루지 않는다. 그들이 나오는 도시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상황을 설명하고 그들이 그런 상황에서 자신들을 어떻게 위치시켰는지 관계를 드러낸다. 하지만 이런 얘기들은 글쓴이가 자신을 말하기 위한 장치로 작용할 뿐이다. 글쓴이는 그 인물들의 삶을 속속들이 들여다보지 않는다. 그래도 각각의 글들에서 묘사되는 그들의 모습은 분명한 인상을 남긴다. 어찌 보면 냉정하게 상황을 정리하고 인식을 정돈함으로써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한다.
각각의 장에서는 글쓴이의 생각과 각 인물들의 모습이 파편처럼 나뉘어져 등장하다가 어느 순간 서로 엮인다. 상세하게 설명하는 친절한 글쓰기는 아니지만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글쓰기라고 평가하게 된다.
제사의 생각을 통해 깨달음이 다가온다. 내 사고의 한계를 깨우치게 하는 문장들이 무겁게 떨어진다. 여성들이 감당해야했던 시대의 압박이 새삼 새롭게 느껴지고 개인이 부담해야했던 상황의 압력이 무섭다. 그렇다고 그가 무슨 유명한 설교가처럼 듣기 좋게 당장 마음을 두드리는 글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냉철하지만 진솔함을 느낄 수 있는 글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외로움과 절망에서 나를, 또 내가 아닌 누군가를 구해줄 유일한 수단은 공동체와 사회의 감각을 느끼는 것이다(p.356). 그가 세상을 찾아 나선 이야기에 함께할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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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했던 책의 흐름은 이렇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저명한 여성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에 대한 술회가 이어지는 글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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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글은 작가 자신을 증명해내기 위한 글 같다.
언뜻 전혜린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결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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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속으로 욕하거나 험담할 때가 매력적이다.
애인의 거친면들이 떠오른다. 내가 보는 세상의 매력들은 애인으로 통한다.
애인 너무 좋다 애인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