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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세트 3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세트 3

[ 전10권 ] 세계문학단편선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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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1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6812쪽 | 145*207*80mm
ISBN13 9788972758662
ISBN10 8972758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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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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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은 몹시 지저분했다. 온갖 종류의 잡종이 거의 다 모여 있는 듯했다. 그런데 그 개들이 서로 굉장히 닮아 있다는 게 신기했다. 대형견에서 소형 애완견까지 또한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간 크기의 비슷비슷한 잡종 개들이 말뚝에 묶여 있었다. 도대체 어떤 점이 닮은 것일까? 나는 개들을 살펴보았다. 모두 볼품없는 잡종인 데다가 바싹 말랐다는 점이 닮았나? 말뚝에 묶인 채 적의라는 감정을 완전히 잃어버린 점일까? 우리도 저렇게 될지 모른다. 적의라는 감정은 완전히 잃어버린 채 무기력하게 묶여 서로서로 닮아 가는, 개성을 잃어버린 애매한 우리, 우리 일본 학생. 그러나 나는 정치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나는 정치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일들에 있어 열중하기에는 너무 젊었든가 너무 늙었다. 나는 스무 살이었다. 기묘한 나이였고 완전히 지쳐 있었다. 나는 개들의 무리에 관해서도 금방 흥미를 잃었다.
---「기묘한 아르바이트」중에서

어이, 친구, 자네 강펀치는 금메달감이었어. 그렇게 화끈할 줄은 미처 몰랐지. 물론 대비를 못 한 탓도 있지만 말이야. 암튼 워낙 매워서, 한 일주일 동안 이빨을 닦을 때마다 자네 생각이 나더라고. 내가 줄행랑을 쳐야 했다니 참 유감이야. 좀 어수룩한 구석이 있지만 그래도 마음씨 좋은 자네를 버리고 떠나야 했다니. 둘이서 진하게 취하고 싶은데 난 여기서 오일 밸브나 닦고 있는 신세야. 물론 여긴 이 편지를 부친 곳에서 수천 킬로미터는 떨어진 곳이야. 자네한테 알려 주고 싶은 게 두 가지 있는데, 둘 다 진실이야. 난 정말 그 키다리 금발한테 홀딱 반했댔어. 그게 노부인 곁을 떠난 주된 이유였지. 진주를 슬쩍한 것은, 남자가 여자한테 홀렸을 때 나사가 좀 풀리는 것과 같은 그런 짓이었을 뿐이야. 진주를 그런 빵 상자 같은 금고에 아무렇게나 넣어 두는 건 범죄 행위야. 나는 지난날 동아프리카 지부티의 프랑스인 보석상에서 일한 적이 있어서, 진주가 진짜인지 모조품인지 구별할 정도의 안목은 갖췄지. 그런데 그 공터에 우리 둘만 남았을 때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거래를 잘 밀어붙일 수 있었는데, 그만 마음이 물러지고 말았지 뭐야. 자네가 사로잡은 금발한테 내 안부 전해 줘.
---「진주는 애물단지」중에서

에그버트의 목소리는 비명에 가까웠다. 룰워스 경이 편지를 활활 타고 있는 벽난로에 던져 넣은 것이다. 작고 단정한 글씨는 검은 조각으로 오그라들었다.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하신 거예요?” 에그버트는 헐떡거리며 물었다. “그 편지는 우리가 세바스티앙을 범인으로 고발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라고요.”
“그래서 태운 거야.” 룰워스 경이 말했다.
“하지만 왜요? 왜 그 사람을 감싸는 거죠? 그 사람은 평범한 살인자예요.”
“그래, 살인자로는 평범할지 모르지만, 요리사로는 아주 비범하지.”
---「맹점」중에서

나는 힘없이 그의 옆자리에 주저앉았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가 2분 만에 설명해 주었다. 오로라가 그에게 전설을 이야기해 주었고, 그는 반쯤은 동정에서 그리고 반쯤은 놀이 삼아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가오리의 위험과 난폭함을 설명한 것은 모두 오로라를 부추기기 위해 일부러 한 행동이었다. 덕분에 그녀는 그가 자신을 희생해 자살할 완벽한 기회를 만들어 냈던 것이다.
“물론 자살이 아니라 살인이었지만 말이야.” 나는 그에게 말했다. “내 말 믿게. 눈 속에 살의가 담겨 있었다니까. 정말로 자네를 죽이려 한 거야.”
트리스트럼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게 놀란 표정 짓지 마요, 폴. 애초에 시를 짓는다는 건 그렇게 위험한 일이잖아요.”
---「스타스 가, 5번 스튜디오」중에서

아미라는 토타가 태어난 방에 누워 있었다. 홀든이 들어가도 아미라는 아무런 표시도 하지 않았다. 인간의 영혼은 아주 외로운 것이어서, 아주 멀리 떠날 준비가 되었을 때에는 안개 같은 경계지에 그 자신을 감추기 때문에 살아 있는 사람은 그곳까지 따라갈 수가 없다. 검은 콜레라는 그 일을 조용히 아무런 설명도 없이 해치웠다. 죽음의 천사가 그녀의 이마에 손을 얹은 것처럼, 아미라는 생명으로부터 밀려 나가고 있었다. 가쁜 호흡은 그녀가 두려워하거나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지만, 눈과 입은 홀든의 키스에 반응하지 않았다. 말해 줄 수도 뭔가 해 줄 수도 없었다. 홀든은 기다리면서 고통받을 뿐이었다. 장마의 첫 빗방울이 지붕 위에 떨어졌고 그는 건조한 도시에서 내지르는 기쁨의 외침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교회의 승인 없이」중에서

“꿈이라도 꾼 것 같아.” 키스마인이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옷 한 벌에 돈 한 푼 없는 약혼자랑 여기 이렇게 있다니, 너무 이상해! 별이 저렇게 빛나는데,” 하고 그녀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전엔 별이 있다는 걸 몰랐어. 난 늘 별이 누군가가 가진 엄청나게 큰 다이아몬드라고 생각했어. 이제 보니 겁이 나. 모든 게 꿈이었다고, 내 어린 시절이 모두 꿈이었다고 말하는 것 같아.”
“꿈이었어,” 하고 존이 나직이 말했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은 꿈이야. 몸 안에 있는 미친 성분들이 만들어 낸.”
“미친다는 것도 꽤 재밌는 일이네!”
“그렇다고들 말하지.” 존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아는 건 거기까지야. 어쨌든 우리. 한동안은, 한 해쯤은, 사랑을 하자. 너랑 나랑. 그게 우리가 해 볼 수 있는 신성한 광기가 아닐까 싶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게 다이아몬드야. 다이아몬드들이랑, 또 어쩌면 환멸이라는 초라한 선물뿐. 그래, 그런 건 나중에 갖기로 하고, 난 늘 하던 대로 그냥 무시할래.”
---「리츠 호텔만큼 큰 다이아몬드」중에서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호노리아에게 뭔가를 보내 주는 것뿐이었다. 그는 다음 날 아이에게 가능하면 많은 걸 보내 주고 싶었다. 그는 그것 역시 그저 돈이 하는 일일 뿐이라는 것에 화가 치밀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돈을 뿌려 대던 예전의 자신이 떠올랐다.
“아니, 이만하면 됐어,” 하고 그는 웨이터에게 말했다. “얼마지?”
그는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들도 영원히 그에게 대가를 치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아이를 원했고, 그것보다 더 큰일은 없었다. 그는 더 이상 혼자만의 이런저런 꿈과 생각에 젖은 젊은이가 아니었다. 그는, 헬렌도 역시 자신이 절절한 고독을 맛보며 살기를 바라진 않으리라는 걸, 확신했다.
---「바빌론에 다시 갔다」중에서

지중해 바닷가, 그녀에게는 그토록이나 가볍고 좋은 하늘 아래에서, 시의 각운이 마치 황금 화살처럼 치솟아 오르고 또 올랐다.
“하느님 맙소사,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소녀가 황홀경에 빠져 소곤거렸다.
샤를롱의 집에 다다르니 즐겁고 안심되는 목소리들이 들렸다. 집 앞에는 찬란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늪지대 전체에 환히 불이 밝혀진 듯, 연못과 운하엔 별이 가득하고 그 밑바닥까지 달빛이 비추고 있었다.
“잘 자거라, 꼬마 지아.” 앙리는 이마가 성체처럼 신비롭고 하얗게 빛나는 소녀에게 아주 나지막이 말했다…… “내 오두막에 와서, 우리 또 시를 읽자꾸나. 우릴 구원하는 건 시인들이란다.”
---「아를라탕의 보물」중에서

휘플 부인은 자기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그 애가 눈꼬리에서 흘러내리는 커다란 눈물방울을 닦아 내고 있었던 것이다. 아들은 훌쩍거리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휘플 부인은 “오, 얘야, 많이 속상한 건 아니지? 그치? 그렇게 많이 속상하진 않지?” 하고 자꾸만 물었다. 그 애가 그녀를 책망하는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그녀에게 따귀를 맞았던 때를 기억하는지도 모른다. 황소를 끌고 왔던 날 겁을 먹었는지도 모른다. 추워서 밤잠을 설쳤는데도 말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부모님이 너무 가난해서 자신을 돌볼 수 없기에 영영 떠나보내려 한다는 걸 그 애도 아는지도 모른다. 정확히 무엇 때문이건, 휘플 부인은 그 생각을 차마 견뎌 낼 수가 없었다. 그녀는 격하게 울음을 터뜨리며 둘째 아들을 힘껏 부둥켜안았다. 그 애의 머리가 그녀의 어깨 위에서 굴렀다. 그녀는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그 애를 사랑했지만, 애드나와 엠리 생각도 해야만 했고, 그 애의 삶을 보상해 주기 위해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 아예 처음부터 태어나질 말았어야 했는데.
---「그 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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