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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에 관한 일반론

망각에 관한 일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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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1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215쪽 | 148*210*20mm
ISBN13 9791158135133
ISBN10 115813513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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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느 날 밤, 루도는 꿈을 꾸었다. 루안다 거리 아래, 아랫동네의 화려한 저택 아래, 터널이 끝없이 나 있었다. 나무뿌리가 터널을 지나 그 아래까지 쭉 뻗어 있었다. 지하에는 수천 명의 사람이 진흙과 어둠에 갇힌 채 살고 있었다. 이들은 부르주아들이 하수관에 던져주는 것을 되는 대로 받아먹었다. 루도는 이들 사이를 가로질러 걸어갔다. 남자들이 마체테를 휘둘렀다. 양손에 쥔 칼을 챙챙 하며 부딪쳤고 그 소리가 터널 안에 울려 퍼졌다. 그중 한 남자가 루도의 코앞까지 더러운 얼굴을 들이밀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깊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너희의 바닥이 우리의 하늘이다.”
---「너희의 바닥이 우리의 하늘이다.」중에서

[2]
도시는 잠들고 그녀는 이름들을 기억하려고 애쓴다. 여전히 이글거리는 태양의 일부, 조금씩 찾아오는 밤. 시간은 정처 없이 흐른다. 몸은 지쳐가고 밤은 파란색에서 또 다른 파란색으로 변해간다.그녀의 신장을 짓누르는 피로. 루도는 왕비가 되는 상상을 해본다. 어디에선가 누군가가 왕비를 기다리는 것처럼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본다. 하지만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이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었다. 잠든 도시, 새 같은 파도, 파도 같은 새, 그리고 여자 같은 여자. 루도는 여자가 남자의 미래라는 말을 전혀 믿지 않는다.
---「전쟁이 끝난 뒤」중에서

[3]
시력을 잃고 있다. 오른쪽 눈을 감으면 이제 그림자만 보인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나는 벽을 잡고 걷는다. 읽는 것이 쉽지 않다. 태양빛 아래서만 읽을 수 있으며 더욱 강력한 돋보기를 사용한다. 나는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책들, 우기를 거부한 책들을 다시 읽는다. 나는 지난 세월
나의 동무가 되어 주었던 아름다운 목소리를 태우고 있다.
- 중략 -
나의 쇠약함, 약해지는 시력, 이것들 때문에 나는 책을 읽을 때 더듬는다. 이전에도 여러 번 읽은 페이지지만 이제는 그때와는 다르다. 그 뜻을 잘못 파악하기도 하며, 때로는 그 실수 속에서 놀랍지만 진정한 뜻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 실수 속에서 나는 종종 나 자신을 발견한다. 실수 때문에 더 잘 이해하게 된 페이지도 있다. 방안을 날아다니는 반딧불들의 반짝임. 나는 메두사 해파리처럼 이 눈부신 아지랑이 속을 돌아다닌다. 나는 내 꿈속으로 가라앉는다. 누군가는 이것을 죽음이라 부를 것이다.
---「실명」중에서

[4]
신의 존재가 우리의 한정된 이해력을 넘어서는 것일지언정 나는 오만한 인간성을 믿느니 차라리신을 믿겠다. 수년 동안 나는 순전히 게으름 때문에 스스로를 신앙인이라고 불렀다. 언니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신을 믿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남자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었다.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신을 믿기 위해서는 우선 인간성을 믿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간성 없이는 신도 없다.
---「신을 비롯한 다른 작은 어리석음에 관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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