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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꺼풀
안나 | 미래인 | 2011년 10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5 리뷰 15건 | 판매지수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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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0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325g | 148*210*20mm
ISBN13 9788983946775
ISBN10 8983946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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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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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김선희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공부했다. 2002년 단편소설 "십자수"로 근로자문화예술제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2007년 뮌헨국제청소년도서관(IJB)에서 펠로우쉽(Fellowship)으로 아동 및 청소년문학을 연구했다. 옮긴 책으로는 [홈으로 슬라이딩][팻걸 선언][짝퉁인디언의 생짜일기][벨리퉁 섬의 무지개 학교][내 이름은 도둑], 쓴 책으로는 [얼음공주 투란도트][우리 음식에 담긴 12가지 역사 이야기][둥글둥글 지구촌 음식 이야기] 등 60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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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스는 존의 눈동자 색깔을 떠올렸다. 귀여우면서도 매력적인 초록색과 갈색. 그 느낌이 조이스의 몸으로 서서히 퍼지면서, 조이스의 얼굴을 가로질러 야릇한 미소가 번졌다. 내가 해냈다. 진짜로 해냈어! 너무 좋아 하늘을 향해 만세 부르고 공원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싶었다. 존 포드 강이 조이스의 학년앨범에 사인을 했다!
조이스는 중앙로 한가운데서 소리치고 싶었다. 존 포드 강이 내 학년앨범에 사인했다! 조이스는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막고 터져 나오는 비명을 꾹 참았다. 조심스럽게 학년앨범을 펼쳤다. 페이지를 넘겨 마침내 존의 글씨를 찾아냈다.

안녕, 린.
화학시간에 널 알게 돼 즐거웠어.
방학하는 날 널 죽일 뻔해서 미안해.
끝내주는 여름 보내.

- JFK

조이스는 눈을 감았다. 살갗 땀구멍마다 수치스러움과 당황스러움으로 따끔거렸다. 조이스는 창피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린. 존은 내가 린이라고 생각했다. 린. 조이스는 다시 확인하려고 들여다보았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안녕, 린.’ 그 이름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린, 린 송. 린 송. 학교에서 제일 못생긴 여자애.

헬렌은 허겁지겁 뛰어들어와 끔찍한 색깔의 앞치마를 대충 걸쳤는데도, 신기하게도 아시아계 화장품 광고에서 막 나온 것처럼 보였다. 피부에는 잡티 하나 없고 뺨은 자연스럽게 발그레했다. 연갈색의 큰 눈동자와 흑갈색 머리칼은 갸름한 달걀형 얼굴을 돋보이게 했다. 이따금 헬렌이 뭔가에 집중할 때, 조이스는 헬렌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세상이 왜 이렇게 불공평한지 저주하고 있는 자신을 깨달았다. 헬렌과 조이스는 분명 닮았지만, 헬렌이 모든 면에서 단연 나았다. 조이스가 표준이라면 헬렌은 디럭스 판이다.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헬렌의 이목구비는 오목조목 균형이 잘 잡혀 있다. 눈은 더 크고, 장미꽃잎 같은 입술은 더 도톰하고, 피부도 더 맑다. 두 사람의 몸매 역시 비슷하게 말랐지만, 헬렌은 더 큰 가슴과 긴 다리, 날

대부분의 아시아계 여자애들처럼, 조이스도 쌍꺼풀 수술에 대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고모 말고는 실제로 그 수술을 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몇 년 전 조이스가 식구들과 함께 한국에 갔을 때, 사촌이 조이스에게 잡지책을 보여주며 말했었다. 생일선물이나 졸업선물로 다른 한국 애들처럼 성형수술을 하고 싶다고. 좀 신기하긴 했지만, 그때도 조이스는 그저 일부 한국사람들의 지나친 유행이라 여겼었다. (중략)
조이스는 돌아서 거울을 찾았다. 전에는 자기 눈이 절대 가늘어 보이지 않았지만, 모델들의 얼굴에 둘러싸여 있자니 ‘쭉 찢어진 눈’(slant-eyes. 동양인을 경멸적으로 부르는 속어:옮긴이)이라는 수치스러운 말이 갑작스레 머릿속에서 톡 튀어 올랐다. 조이스는 손끝으로 눈꺼풀을 바깥쪽으로 들어올려보았다. 눈이 이렇게 작고 가는 걸 왜 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존이 나를 린으로 착각한 것도 당연하지.
조이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눈썹을 최대한 치켜 올린 뒤 지나를 불렀다.
“나 어때?”
클렌징 제품을 들여다보던 지나가 시선을 돌렸다.
“상처 입은 샌님 같아. 수술하면 그렇게 안 보일 거야.”
조이스는 얼굴을 찡그리고는 눈썹의 힘을 뺐다.
“야, 수술이 장난인 줄 알아? 기억나, 지난달에 지방 흡입수술하고 나서 쓰러진 여자?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거라구.”
지나가 조이스를 흘겨보았다.
“나도 모르겠어, 내가 그 수술을 잘 해낼 수 있을지. 하지만 고모 말을 듣지 않으면 엄마가 날 가만 안 둘 거야. 그런데 말이야, 아시아계 여자들이 쌍꺼풀 수술을 엄청나게 많이 한다는데, 어떻게 그 수술 받은 사람을 우리가 전혀 모를 수가 있냐? 아마 수술 받은 걸 아무한테도 말 안 했을 거야. 사람들이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저게 진짜일까 가짜일까 생각하는 거, 난 싫어. 손가락질하면서 뒤에서 흉보면 어떡해? 게다가 수술하고 나면 아플 거야. 알잖아, 내가 아픈 걸 얼마나 못 참는지. 종이에 살짝 베여도 반창고 붙이잖아. 한동안 앞을 못 보면 어떡해? 어떻게 돌아다녀? 또…….”
지나가 갑자기 손을 뻗치더니 조이스의 어깨를 꽉 움켜잡고 마구 흔들었다.
“조이스, 작작 좀 해라. 뭐가 불만이야? 젠장. 세상 여자들은 전부 다 네 입장이 되고 싶어 환장할 거다. 너희 고모가 수술비 내는 거잖아. 그냥 해!”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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