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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미래

인문학의 미래

: 왜 인문학을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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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0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379쪽 | 456g | 153*224*30mm
ISBN13 9788972976615
ISBN10 897297661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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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월터 카우프만
인문학의 비전을 제시한 인문주의자. 1921년 독일의 유대계 가문에서 태어나 열일곱 살에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하버드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니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린스턴대학교에서 33년간 철학을 가르쳤으며 종교철학, 역사철학, 미학 등을 넘나들며 다수의 철학서를 쓰고 번역했다. 또한 니체 전집을 편집하고 번역하면서 니체 전문가로 명성을 얻었고, 1951년에『니체-철학자, 심리학자, 반그리스도Nietzsche: philosopher, psychologist, antichrist』를 출간하면서 미국 내에서 니체를 깊이 이해하는 데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 인문학과 인문학 교육 방식에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던 그는 동시대에 미국에서 함께 활동한 한나 아렌트를 '저널리스트 유형의 지식인'이라고 비판하기도했다.
철학자, 교수, 번역가, 서평가, 편집자, 시인 등 다양한 이력을 지닌 카우프만은 50여 권의 철학서를 남겼다. 지은 책으로『종교와 철학 비평Critique of Religion and Philosophy』,『셰익스피어에서 실존주의까지From Shakespeare to existentialism』,『이단자의 신념The Faith of a Heretic』,『비극과 철학Tragedy and Philosophy』,『죄책감 없는 정의Without Guilt and Justice』등이 있다. 카우프만이 쓰고, 번역하고, 편집한 책들은 날카로운 비평정신과 인문학의 미래를 걱정하고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인문학자들과 독자들에게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역자 : 이은정
직업이 보장된 전공을 선택해 대학을 마쳤으나 인문학에 매료되어 다시 학문의 길로 들어섰다. 미학과 문학에 관심을 갖던 중 이방인을 주제로 하이데거와 레비나스에 관한 박사논문을 썼다. 현재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중핵교과 객원교수로 재직중이며, '월요일독서클럽'의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옮긴책으로『아버지란무엇인가』,『황금노트북』(공역),『레닌재장전』(공역) 등이 있다.

만든이 코멘트 만든이 코멘트 보이기/감추기

안녕하세요. 이책의 편집자 입니다.
2011-11-15
안녕하세요! <인문학의 미래>를 만든 동녘출판사 인문팀의 윤현아입니다. 이 책이 나온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네요. 조금 늦었지만 이 책을 만들면서 느꼈던 것들을 몇 자 남겨봅니다.

이 책의 저자인 카우프만은 그의 업적에 비해 국내에 잘 알려지 있지 않습니다. 청하 출판사판 니체 전집에 편집자 서문을 쓴 사람 정도로 기억될까요. 그러나 그는 인문학계에 정말 엄청난 일을 해왔던 것 같아요. 철학과 교수, 번역자, 편집자, 서평가 등으로 활동하며 다수의 책을 출간했고, 인문학의 미래를 걱정하며 꾸준히 인문학의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그 결실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깐깐한 노학자 같기도 하고,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는 고집불통 할아버지 같기도 한 그의 글을 따라가 보면 좀 씁쓸해지곤 합니다. 1970년대에 출간된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가 여전히 생생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거예요. 요즘 누가 카우프만처럼 애정을 담아 직설적으로 인문한계를 논할 수 있을까요? 그런 점에서 정말 유의미한 책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는 이 책에서 자주 유형 분류를 시도해요. 인문학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기도 하고, 독서방법도 네 가지로 분류하죠. 도식적으로 보이는 이러한 구분은 사실 그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어요. 대신 지금의 인문학계를 분석하는 하나의 잣대로 활용한다면, 인문학의 앞날을 고민하는 데 유용한 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카우프만의 유형을 따른다면, 지금은 학교와 특정 학파에 소속돼 연구하는 사변가 유형이 넘쳐나는 시대에요. 인문'대학'의 위기, '인문'학자'의 실종을 한탄하는 목소리는 높지만, 정작 본질을 비판하고 개선하려는 시도는 적은 상황. 소위 인문학자들의 글을 받아 책을 만드는 출판계 역시 다를 건 없다고 봐요. 그래서인지 책을 만드는 내내 카우프만이 출판계를 향해 던지는 질문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어요. 가령 다음과 같은 것들이요. "왜 다른 작가가 아니라 이 작가인가? 왜 다른 작품이 아닌 이 작품인가? 출판할 가치는 무엇인가?"(230쪽). 책 곳곳에는 이런 질문들이 가득해요. 그래서 책을 만드는 사람들뿐 아니라, 책과 늘 함께하는 사람이라면 꼭 일독을 권합니다. 저자가 반복해서 말하듯이, 인문학의 미래는 곧 인류의 미래일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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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깊은 어려움에 빠져있다. 고등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무엇인가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무엇이 잘못되고 있으며 그 대안은 무엇언지에 대해서는 충분하게 논의된 바가 없다. 이 책의 목적은 인문학 교육에 대해 진단을 내리고 왜 그것을 가르쳐야 하는지,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관한 견해를 제시하는 것이다. 논의를 진행하다보면 우리가 당면한 문제가 다름 아닌 인류의 미래에 관한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질 것이다.--- p.22

네 가지 유형을 인지하는 것은 고등교육에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사변가에게 통찰가가 아니라고 비난하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다. 그런 비난은 전혀 생산적이지 못할뿐더러 어떤 개혁도 만들 수 없다. 게다가 대다수가 통찰가로 구성된 학과의 교수진은 자칫하면 악몽과도 같은 것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적 유형이 지나치게 부족한 교수진과 소크라테스적 에토스를 통해서 학생들과 소통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pp.79~83

철학은 아홉 시부터 다섯 시까지 '일'할 수 있는 어떤 것, 예를 들어 휴가 때는 하지 않기로 작정할 수도 있는 어떤 것이 되어가고 있다. 통찰가나 소크라테스적 정신을 가진 철학자라면 아마도 이를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철학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독서가 역시 저자에 대한 자신의 생각만을 문제 삼고, 저자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 삼지 않는다는 것으로 다시 돌아가자.--- pp.125~126

만일 인간 정신을 담은 위대한 작품들을 보존하고 육성하는 것이 인문학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면, 그러한 작품들에 대한 좋은 판본과 번역물을 장려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그러한 목표를 위해서는 어떤 작품이 더 훌륭한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는, 다시 말해 최근의 어법을 빌리자면,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는 가치판단들이 필요하다. 우리가 진심으로 인문학을 염려한다면, 당연히 비교적 이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미국인들의 소설을 다루는 교정판본보다는 아직까지 충분하게 번역되지 않은 위대한 고전작품들을 영어로 훌륭하게 번역하는 일이 필요하다. (3장. 서평의 정치학, 번역과 편집의 윤리학_205~206쪽)
어떤 경우에는 성서와 동일한 주제를 다루는 후대의 문학작품과 비교함으로써 추가적인 관점을 얻을 수도 있다. 때로는 학생들에게 이와 같은 주제들에서 영감을 받은 회화작품들을 보여주고, 단순한 묘사가 아닌 특정한 관점의 해석이나 판본, 또는 발전과정으로 다룬다면 상당히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가끔은 음악 작품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논의할 수 있다. --- p.264

인문학이 서로 관통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마도 호도가 될 것이다. 그보다는 각 분과나 학과별로 인문학을 나누려는 시도 자체가 오히려 인위적인 경계선을 긋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게 좀 더 정확할 것이다. 한 학과의 접근방법은 항상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런 방법은 극도로 복잡한 맥락 안에 있는 구체적인 전체 보기를 거부한 채 작품의 한 측면이나 몇 가지 측면에만 집중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 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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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프만이 30년 전에 분석한 미국의 상황이 작금의 한국 대학에서도 반복되는 것이 안타깝다. 학문과 교육은 반드시 비전을 추구하고 목표를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과 인문학은 인간에게 무엇이 귀중한 가치인지 묻고, 그것을 어떻게 보존하고 발전시킬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얼마나 많은 인문학자와 교육자가 이러한 문제를 고민하는지 의문스럽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확고한 대답을 가지고 있는지도 분명치 않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학문과 교육이 맹목적이고 허무주의적으로 변해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돈과 연구자들만 있다고 학문의 수준이 높아지고, 창조적 업적이 자동적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자나 교수들의 비전에 대한 갈증과 미래의 인류를 위한 탐구의 열정과 진정성이다. 이런 몇 가지 점만으로도 이 책은 한국의 인문학자와 교수들, 대학생들, 교육 행정가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줄 수 있을 것이며, 반드시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박이문(철학자, 포스텍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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