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제가 평생 관심을 두고 연구해온 주기율표와 화학원소들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전 책들에서는 모든 원소에 두루 관심을 쏟았지만, 이 책 『일곱 원소 이야기』에서는 그중에 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고 아주 이채로운 일곱 원소에 집중했습니다. 이 일곱 원소는 과학자들이 원자량이 아니라 원자번호가 원자들의 순서를 매기는 데 더 정확한 기준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시점에 아직 발견되지 않고 주기율표에서 빈칸으로 남았던 원소들입니다. 발견 순서로 나열하면 프로트악티늄(Pa), 하프늄(Hf), 레늄(Re), 테크네튬(Tc), 프랑슘(Fr), 아스타틴(At), 프로메튬(Pm)입니다. 이 책은 과학자나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일반 독자들을 위해서 쓴 책입니다. 누구든 이 책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얼마든지 보내주십시오. 내 이메일 주소, 그리고 주기율표와 화학원소에 관한 더 많은 자료는 내 웹사이트 www.ericscerri.com에 나와 있습니다. 즐거운 독서를 바라며.” - 에릭 셰리,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일곱 원소들의 발견에는 가공할 노동, 영감 어린 탐정 활동, 과학적 열정, 협동, 경쟁, 몇 번이고 솟았다가 좌절된 희망이 관여한 복잡한 사연들이 존재한다. 특히 셰리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일곱 원소를 둘러싸고 종종 치열하고 길게 벌어졌던 우선권 분쟁에, 그리고 전쟁이 부채질한 당파주의와 국가적 자존심이 어떻게 그 분쟁을 격화했는지에 주목했다. ‘발견’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우선권’은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수많은 연구자들이 몇 안 남은 원소를 서로 먼저 발견하려고 각축하다 보니 우연, 요행한 직감, 국가 간 경쟁, 개인의 야망에 많은 것이 좌우될 수밖에 없었다.” - 본문 중에서
“교과서에서는 어떤 이론과 개념을 소개할 때 그것이 이미 완전히 형성된 것처럼 묘사하지만, 현실의 과학은 끊임없이 변한다. 언론에서 과학을 보도할 때 발견에 이르기까지 거쳤던 오류를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실제 과학은 실수와 잘못된 방향을 향한 진행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영영 ‘진실’에 가닿지 못한다. 우리가 바랄 수 있는 최선은 조금씩 누적적으로 진실에 다가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과학은 늘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된다. 과학을 더 잘 이해하려면, 역사적 반전과 방향 전환과 실수를 직시해야 한다.” - 본문 중에서
“하나같이 사뭇 희한한 문제의 일곱 원소(테크네튬, 프로메튬, 하프늄, 레늄, 아스타틴, 프랑슘, 프로트악티늄) 중에서 세 개, 어쩌면 최대 네 개는 여성이 맨 먼저 분리했다는 사실이다(마이트너, 노다크, 페레). 만일 이야기를 그보다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시작한다면 그들보다 더 유명한 마리 퀴리까지 포함해야 할 것이다. 그녀는 두 원소 폴로늄과 라듐을 처음으로 분리한 사람이었으니까. 예나 지금이나 과학에서 여성이 너무나 드물게 등장한다는 얘기는 하나 마나 한 말이지만, 원소의 발견만큼은 그나마 여성이 영향력을 발휘한 분야였다. 물론 그들이 늘 정당한 인정을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 본문 중에서
“좋든 싫든, 종종 국수주의적 분위기까지 깔고 있는 과열된 논쟁과 기나긴 토론 역시 과학의 일부다. 사실 새롭게 우선권 주장이 제기되어 깐깐한 점검이 이뤄지는 것은 그 과정에 관여한 개인들에게야 괴롭겠지만 과학 지식 전체에는 오히려 유익할지도 모른다. 과학 지식은 그 발전 과정에서 과학자 개개인의 감정이 어떤가 하는 문제에는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인류의 지식이 발전하는 것이 중요할 뿐 보상이 이 사람에게 가느냐 저 사람에게 가느냐, 혹은 이 나라에게 가느냐 저 나라에게 가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과학자도 결국 인간이고, 과학 지식 또한 좀 더 감정적인 여러 요소들의 영향을 받는다.” - 본문 중에서
“셰리는 책에서 (그가 집필을 마무리했던 2013년) 현재 원소가 118번까지 발견됨으로써 주기율표에 빈칸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다고 적었다. 그 사정은 번역본이 출간되는 지금도 그대로이지만, 다만 그사이에 맨 마지막 네 원소가 정식 이름을 갖게 되었다. 113번, 115번, 117번, 118번 원소는 일본, 러시아, 미국의 연구진이 2000년에서 2010년 사이에 합성했다고 진작 발표했으나 그 주장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것은 최근이다. 2016년 11월, IUPAC(국제순수응용화학연맹)은 네 원소에 니호늄(Nh), 모스크븀(Mc), 테네신(Ts), 오가네손(Og)이라는 이름과 기호를 승인했다. 이제 과학자들은 새롭게 8주기를 개시할 119번 원소를 비롯하여 더 큰 원자번호의 원소들도 합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성과에 따라 주기율표는 앞으로도 더 확장될 테고, 어쩌면 지금과는 형태가 달라질지도 모르며, 전혀 새로운 원소와 물질의 비밀이 드러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학생들은 주기율표에 매료되어 화학을 공부하기 시작할 테고,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화학의 상징은 주기율표일 것이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