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극장용 영화 '스윙걸스'를 제작하는 것에 맞춰 쓴 것입니다만, 일본에서 영화가 공개되고 소설이 간행된 것은 2004년이었습니다. 그때부터 관악기가 많이 팔리고 학원에 다니는 사람도 늘었으며, 학교에서 재즈를 연주하는 기회도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것이 한때의 붐이 아니라 재즈 열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재즈는 어렵다’, ‘재즈는 어른들이나 즐기는 것’이라는, 문턱이 높을 것 같은 분위기가 깨지고 누구라도 즐길 수 있는 것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그 일단을 '스윙걸스'가 담당했다고 한다면, 그 산파로서 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한국어판 서문, ---p.6
그것은 다쿠오의 성격상의 문제이기도 했다. ‘결코 자기가 도움을 요청하지는 않지만 누군가가 도와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그런 가엾고 딱한 분위기를 전면에 드러내고 있었다. 주변에서 보면 ‘불쌍한 피해자’ 냄새를 확확 풍겨 대는 것 같아 왠지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p.17
캔디를 비교하며 맛보는 것이란 사과 맛과 레몬 맛을 함께 핥으면 파인애플 맛이 난다든가 흑설탕 맛과 밀크 맛을 함께 핥으면 푸딩 맛이 난다든가 하는 나오미 특유의 미학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 연구는 이제 곧 노트 한 권이 다 채워질 만큼 진척되었다. 이 연구에 대해서는 어쩌면 일본에서 두 번째 정도의 권위인지도 모른다. ---p.27
“헐.”
도모코의 표정이 굳었다. 들고 있던 도시락 뚜껑이 열려 반찬이 선로 위에 흩어져 있었다.
‘아, 큰일이다!’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치며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도록 서둘러 반찬을 주워 담았다. 자신은 땅 위에 떨어진 걸 먹지 않는 주제에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도모코다. ---p.36
게다가 지금 주고받은 대화를 듣고 있었던 듯 선두의 여학생을 필두로 심술궂게 히죽거리는 얼굴로 다쿠오를 보고 있었다. 저 얼굴 본 적이 있다. 분명히 1반의 스즈키 도모코다. 선머슴 같은 행동이 거북해서 여태껏 말을 해본 적은 없지만. 그런 도모코 일행의 태도가 밉살스러워서 다쿠오는 여느 때보다 남자답게 행동했다. ---p.38
가장 밉살스러웠던 도모코조차 테너 색소폰을 불면 표정이 반짝반짝했다. 다쿠오는 그만 도모코가 연주하는 모습을 넋을 잃고 보고 있었다. 문득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다쿠오는 부끄러움을 감추려고 그만 심술궂게 물었다.
“이제 좋아진 거야?”
“그럴 리 없잖아!? 어쩔 수 없이 하는 거거든!” ---p.102
청중도 드문드문한 외야 쪽 잔디밭 위에 도모코가 청바지에 샌들 차림으로 앉아 있다. 다쿠오나 밴드부원들과 얼굴을 마주치기 싫었고, 무엇보다 야구장에 와 있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으므로 그렇게 멀리서 보고 있는 것이다. 원래는 우리가 저 자리에서 「A열차로 가자」를 연주하고 있을 텐데…… 라니, 그럼 꼭 미련이 남은 것 같잖아. 밴드부를 부러워하는 것 같잖아. ---p.115
어쩌면 다쿠오가 자신을 끌고 들어가,
‘그, 그때는 정말 미안. 혹시 괜찮으면 우리와 같이 하지 않을래?’
‘아니, 난……’
‘괜찮으니까 이리 와봐. 자, 여러분. 이 애는 스즈키 도모코라고 하는데 테너 색소폰을 꽤 잘 불거든요. 우리 부에 꼭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재즈를 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말하니 어쩔 수 없지 뭐. 취주악이라도 해볼까’
…… 이렇게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p.123~124
가오리가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그 멧돼지가 좀 불쌍……”
“밭을 엉망으로 만들었다잖아? 천벌이야, 천벌! 아하하하”
하고 도모코가 요만큼의 동정도 없이 웃었다. 다른 아이들도 도모코를 따라 크게 웃었다. ---p.176
하지만…… 일리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 말을 해준 어른은 처음이다. 도모코는 그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어쩌면 굉장한 재즈 천재라거나? 그렇지 않다고 해도 자신들보다는 다소나마 재즈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도모코는 좀 더 조언을 듣고 싶었다. ---p.202
최근 도모코의 기운찬 모습은 가족이 봐도 어쩐지 불안한 것이었다. 게으르고 무시근하며 코나 후비고 있던 그 도모코가 스윙걸스를 책임지고 전화로 연락하거나 연습 계획을 짰다.
“아마도 조만간에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거야.”
사나에가 가까운 미래의 지구를 걱정했다.
그런 식으로 주위를 불안하게 하는 것을 본인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p.243
그렇다, 지금이라도 어디 모르는 마을로 가서 한동안 몸을 숨기자. 더부살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그럭저럭 생활하고, 한 10년쯤 있다가 열기가 사그라지고 나면 돌아오자. 그러면 그런 일 같은 건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 거다. 다들 친절하게 “어서 와” 하고 말해 줄지도 모른다. ---p.272
돌이켜 보니, 도모코는 지금까지 뭔가 하나의 일에 집중하여 열심히 해본 ?이 없었다. 스포츠도 공부도 특기도 취미도 없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꽤 많다. 그래도 살아가는 데는 어렵지 않다. 실제로 도모코는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면 아깝다고 생각한다.
---p.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