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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황제

길 위의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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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1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259쪽 | 302g | 148*210*20mm
ISBN13 9788952216472
ISBN10 8952216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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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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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열흘 만에 겨우 기운을 차리고 일어서자, 궁인들이 내게 상복을 입혔다. 어마님의 장례식이라 했다. 시신은 찾지 못했다고 했다. 빈 관으로 장례식부터 치른다고 했다. 나는 또 혼절하고 말았다.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곳은 깊고 푸른 물속이었다. 물고기들이 빠른 몸짓으로 내 주변을 빙빙 돌고 있었다. 나는 완전히 벗은 몸이었다. 몸을 자세히 살펴보니, 팔도 다리도 잘려나가고 없었다. 그저 다른 물고기처럼 몸을 흔들어 움직여야만했다. 그러나 아무리 움직여도 제자리였다. 그때 거대한 물고기의 아가리가 나를 향해 돌진해왔다. 그리고 내 고샅을 물어뜯었다. 그 물고기를 자세히 보니 할아바님이었다. 할아바님은 날카로운 송곳니를 곧추 세우고 내 몸을 집어삼켰다. 움직이지 않는 몸을 흔들며 달아나다가 비명을 지르고 일어나면 문살과 창살이 모두 살아나와 칼과 창이 되어 나를 찔렀다. 내 몸은 온통 피투성이가 되었다. 고샅에선 여전히 피가 철철 흘렀다. 이젠 후대를 이을 수 없을 것이라며 할아바님이 좋아라 웃었다. 그 웃음소리 때문에 고막이 터져 귀에서 핏줄기가 솟구쳤다. ---pp.37~38

사실 나는 도망치고 싶었다. 황태자의 자리를 벗어던지고 싶었다. 바위처럼 나를 짓누르고 있던 모든 것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었다. 내겐 감옥이나 다름없는 무섭고 암울한 궁궐의 공기를 더 마시고 싶지 않았다. 어마님이 처참하게 참살당한 그곳에서 언젠가는 나도 적에게 목을 내놓고 말 것이라는 공포에 질려 살고 싶지 않았다. 열차를 타고 달려보지 않았다면 내 속에 그런 마음들이 있는지 몰랐을 것이다. 그저 나는 왕자로 태어나서 왕으로 사는 연습만 해왔고, 왕으로 살아야 한다는 다짐밖에 몰랐다. 늘 머리 숙인 궁인들과 표정 없는 내시들이 내 손과 발이 되어 먹이고 입히고 씻기는 그곳에서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언제 적으로 돌변하여 내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입에 재갈을 채워버릴지 모르는 대신들의 화살촉 같은 눈빛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pp.62

형이 항문이 막힌 채로 태어난 것은 어마님이 형을 잉태하고 있을 당시에 너무나 많은 두려움과 공포에 시달렸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무엇보다도 할아바님에 대한 공포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단정하셨다. 그래서 나를 잉태했을 땐, 마음을 단단히 잡수시고 공포를 용기로 바꿔 할아바님과 싸울 힘을 길러야 한다고 다짐했다 하셨다. 힘을 길러서 할아바님을 꺾지 못하면 나도 형처럼 허망하게 죽어버릴 게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하셨다.
어마님은 나를 지키는 일이면 상대가 노론이든 소론이든, 북인이든 남인이든 가리지 않으셨다. (…) 너는 절대로 형처럼 허망하게 보내지 않으리라. 너는 반드시 이 조선의 위대한 군주가 되어야 한다. 나는 반드시 그렇게 만들 것이다. 이 어미는 너를 위한 일이라면 지옥불이라도 뛰어들 것이고, 그 어떤 거센 바람과 물결과도 싸울 것이다. ---pp.105~106

나는 안중근을 그저 무모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었다. 요인 암살과 같은 그런 방법은 오히려 황실과 국가를 궁지에 모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토가 그의 총탄에 맞아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통쾌하다는 생각보다 걱정이 앞섰다. 황실에 대한 일본의 압박이 더욱 그악해질 것이라는, 그래서 병합 정책을 밀어붙일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기실, 나는 안중근이 어떤 인물인지, 그의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크게 관심이 없었다. 아니, 그런 일에 관심을 쓸 처지도 아니었다. 안중근 사건 직후부터 이토의 장례식 때문에 여념이 없었고, 안중근에 대한 사형이 집행될 무렵에는 경찰 행정권에 관한 업무를 모두 넘겨달라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당시 일본은 병합 의지를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나는 어떻게 해서든 병합을 막아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p.133

돌아보면 나는 일국의 황제로서 비겁하고, 아둔한 자였다. 그저 황위를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며 비굴하게 일인들에게 협조한 꼴이 되고 말았다. 엄밀히 말하면 나는 이완용과 그 일당을 욕할 입장도 아니었다. 일인들은 아바님보다는 내가 더 손쉬운 상대라고 생각했고, 그 때문에 나를 허수아비 황제로 만들고, 나를 이용하여 병합을 합법화시켰다. 결국, 나는 일인들의 병합을 도와준 꼴이 되고 말았다. 만약 내가 조금이라도 안중근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았더라면, 그래서 목숨을 걸고 싸워볼 의지를 가졌더라면 일인들이 그토록 쉽사리 병합에 성공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p.134

무엇이 이자를 이렇게 변하게 만들었을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갑자기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어쩌면 동경의 시가지도 데라우치의 얼굴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핏 보기엔 도저히 부서질 것 같지 않은 거대한 ?위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금이 가고 틈이 생겨 점차 부식되고 있는 그런 느낌. 우습게도 나는 데라우치의 그런 모습에서 작은 희망을 발견했다.
데라우치가 나가고 난 뒤에 나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칼보다 강한 것은 세월이다.” ---p.162

요시히토에게 무릎을 꿇는 일보다 무쓰히토의 무덤에 절을 올리는 것이 더 치욕스러웠다. 대례복을 갖춰 입고 모모야마 능역을 찾아가는 일조차 생각하기 싫었다. 그 무덤 속에 백골로 누워 내게 절을 강요하는 무쓰히토의 얼굴에 침을 뱉고 싶었다. 괴괴한 어둠에 갇힌 무덤을 파헤치고 백골을 추려내 기름을 뿌리고 불태워 없애버리고 싶었다. 그 타다 남은 백골을 석회로 이어 붙여 다시 파묻고 싶었다. 아니, 그의 백골을 태워 그 재를 후지 산에 흩뿌리고 싶었다. 그래서 아무도 무쓰히토의 흔적을 찾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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