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서는 자신의 삶에서 어렴풋하나마 두 가지 갈증을 느끼고 계신 분들을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첫째, “왜 나는 이렇게 행동하는가? 왜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의 패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가?”하는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갈증입니다. 둘째, 언론매체나 보고서, 인터넷 등에서 심리현상과 관련된 내용에 흥미와 관심이 끌리면서도 전문용어나 소위“~~법칙”이 뭔지 몰라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때 느끼는 갈증입니다.
이를 위해 심리학 관련 문헌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용어나 법칙 중 현대를 사는 우리의 삶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여겨지는 100개의 아이템을 추려내었습니다. (…) 각 아이템에 대해 그 유래와 의미, 이후 이어진 논쟁들을 가급적 심리학 영역에 처음 접하는 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였으며, 덧붙여 그것이 실제 삶 속에서 어떤 식으로 모습을 바꿔 나타나는지를 예로 들었습니다. 제 개인적 경험은 물론, 정신과 의사로서 이십 년 가까이 임상 현장에서 보고 들은 경험을 글월 속에 녹여내기 위해 애썼습니다.
---머리말 중에서
우리말로 ‘자아’ 혹은 ‘자기’라고 번역되는 ‘셀프Self’란 무엇일까요? 셀프는 어디에서 비롯되어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요? 그리고 한번 형성되면 변하지 않는 것일까요? 아니면 갈대와도 같이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일까요? 셀프는 하나일까요? 아니면 여러 개일까요? 이 사람과 같이 있으면 이런 모습의 셀프가, 저 사람과 같이 있으면 저런 모습의 셀프가 나타나는 것일까요?
여기 제 앞에 오목거울이 있다고 칩시다. 여기에 제 모습을 비춰보면 키가 훌쩍 크게 보이지요. 그런데 매일 아침마다 이 거울에 자기 모습을 비춰본다면, 제가 실제로 키가 큰 사람인 것처럼 착각하게 될지 모릅니다. 이렇듯 남들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 남들이 내게 기대하는 그 모습을 내 실제 모습으로 흡수하는 것, ‘거울상 자아’란 이런 현상을 가리킵니다. ---「거울자아」중에서
쓴 약이 몸에 좋다는 과학적 증거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사실 신체가 쓴맛을 지각하는 것은 무심코 독성 성분을 먹게 되는 것을 막아내기 위함입니다. (…) 사회의 어느 한쪽에서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는 반면, 그 반대쪽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쉬운 일도 어렵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너희들은 고생을 해봐야 사람 된다”는 관념을 가진 부모들은 심지어 자기 자신의 아이에게까지 사랑과 따스함을 표현하길 꺼립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고통을 통해서만 참된 결실을 얻을 수 있다며, 쉬운 길도 어렵게 가도록 우리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어느 정도까지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일까요? ---「몸에 좋은 약은 쓰다」중에서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변호사이며 작가이기도 한 직 루빈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구성하는 요인들을 분석하기 위해, 광범위한 설문 자료를 고도의 통계적 기법으로 분석 조사하였습니다. 그는 사랑과 호감을 각각 평가하는 설문지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호감에 대한 질문
1 나는 ____ 가 대단히 이해심이 깊다고 생각한다.
2 나는 ____ 의 훌륭한 판단을 매우 신뢰한다.
3 나는 ____ 과 나는 매우 닮았다고 생각한다.
사랑에 대한 질문
1 나는 ____ 와 함께 있지 않으면 비참하다.
2 나는 ____ 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한다.
3 나는 모든 일을 ____에게 털어놓을 수 있다.
위 질문들을 가만히 보면, 호감과 관련된 질문은 상대의 장점에 대한 평가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사랑에 대한 질문은 오히려 내 마음 상태에 대해 묻는 것이 대부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랑과 호감」중에서
어느 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특정 정당 후보에 대한 추문이 흘러나와 그 원천을 조사해보았더니, 상대 쪽 진영에서 퍼뜨린 정치 공작임이 밝혀졌습니다. 그 덕에 음해를 당한 후보는 오히려 무난히 당선될 수 있었습니다. 그 후로 4년이 지나 전술한 후보가 재선에 도전하게 되었는데, 과거의 추문이 또다시 불거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아무리 해명을 해도 추문이 사라지질 않고 번져 나가 결국 그 후보는 낙선하고 말았습니다.
이런 예는 정치판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어디선가 주워들은 소문이나, 출처를 알 수 없는 유언비어에 대해 처음에는 ‘그럴 리가’ 하면서 웃어넘기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알게 모르게 그 소문을 믿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의 기억이 메시지의 내용보다 그 출처를 더 빨리 망각하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자고 일어나면 소문을 어디서 들었는지 잊어버린다”는 의미에서 ‘수면자 효과’라고 부른답니다. ---「수면자 효과」중에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멀티태스킹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쉬운 과업부터 빨리 마쳐버리고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려 합니다. 풀리지 않는 문제에 더 많은 자원을 배정하기 위해 필요 없는 것은 제꺽제꺽 지워버리는 것이지요. (…)세상이 복잡하고 인지적 부하가 과중해진 현 시대에서, 사람들은 빨리 결과를 확인하고 머릿속에서 비워내기 바쁩니다. ‘빨리빨리’라는 조급증은 성격이 급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신경 써야 할 문제가 많고, 머릿속이 복잡하다는 뜻입니다. ---「자이가르닉 효과」중에서
집단이 모여 논의를 하는 취지는 개개인의 극단적 의견 속에서도 합리적인 일치점을 찾자는 것인데, 만약 집단 극화 현상이 보편적이라면 논의라는 것 자체의 의미가 없어질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이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오래 고민했습니다. 과연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 맞장구를 치다보니 점점 의견이 극단으로 흐르는 것일까요? 아니면 자신과 반대 의견을 지닌 사람과 치고받고 싸우다보니 점점 더 의견이 갈라서는 것일까요?
심리학자인 조지 비숍과 데이비드 마이어스는 실험을 통해 전자가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과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과만 의견을 나누며, 그러는 사이에 점점 더 다른 의견에 귀 기울일 여유와 유연성을 상실한다는 것입니다.
---「집단 극단화 현상」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