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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죽은 그녀

아름답고 죽은 그녀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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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각국소설 top2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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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3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284g | 128*188*20mm
ISBN13 9788932918785
ISBN10 8932918783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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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예쁜 것만큼이나 죽은 게 확실했다. 차분한 베이지를 주조 색 삼아 여러 뉘앙스로 변화를 준 튀지 않는 우아함이 돋보였다. 다분히 상대의 마음에 들고자 하는 의도는 드러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나대지는 않는 분위기랄까. 다만 신고 있는 구두만이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 눈길을 끌었다. 새빨간 색에 너무 높은 굽, 뾰족하게 모아지는 앞코의, 이른바 킬 힐. 신발에서 살짝 빠져나와 살코기로 된 부채처럼 활짝 펴진 발가락 끝 발톱엔 구두 빛깔과 같은 새빨간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기되는 문제란 의외로 간단했다. 이 시체를 못 본 척 무시하고서, 저만치 떨어져 있는 강아지를 불러 가던 길을 계속 간 다음 관련 소식은 신문에서 읽느냐, 아니면 113에 전화를 걸어 신고한 연후에 경찰서 한구석에서 하루, 그러니까 이미 운수 나쁘게 시작한 이 하루의 상당 부분을 보내느냐, 둘 중 하나일 테니까.
--- p.9~10

「얼른 일어나. 당장 여기서 튀어야 해.」 사내아이가 다급하게 말했다. 「대마초로 꽉 찬 가방을 메고 있는 상태로 웬 여자 시체 옆에서 붙잡힐 순 없거든. 오늘 배달해야 할 물량이 가방 안에 잔뜩 들어 있어.」
「하지만……?」 여자아이는 상대의 마음을 돌려 보고자 운을 뗐다.
「빨리 서두르라니까, 빌어먹을!」
「이 여자는…….」
「그래, 이 여자는 죽었어. 누군가 이 여자를 발견할 테지, 하지만 우린 아니야. 얼른 튀자니까. 무슨 소리가 들려, 누가 오나 봐.」
여자아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새로 장만한 아디다스 빈티지 운동화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분홍색, 흰색, 금색의 무늬엔 진흙이 덮여 있었다. 이 아디다스를 신고서 조금 전 시체를 짓밟았다니, 아니 엄밀히 말해서 짓밟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거의 그와 비슷했다.
--- p.18~19

집으로 돌아온 알폰소에게 후회가 밀려왔다. 그 여자는 분명 죽어 있었고, 거기에 관해서는 전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도 마음이 편치 않은 건 그가 죽은 여자의 영혼이 광명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동행하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조금 더 산문적으로 말하자면, 그러니까 완전히 시민 윤리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는 경찰에 알렸어야 마땅했다. 이를테면 그저 간단한 신고 같은 거 말이다. 그런데 루이지가 수감된 상태인 만큼, 잠자코 납작 엎드려 있는 편이 나았다. 비록 그렇게 함으로써 지금 이 순간에도 아름답고 우아한 여인들만 골라서 죽이는 연쇄 살인범이 자유롭게 시내를 활보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 p.61

아무도 그가 하는 말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므로 그는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무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만 겁을 먹을 뿐, 그 외엔 그야말로 개미 새끼 한 마리 그의 말을 들을 시늉도 하지 않았다.
각설하고, 그를 다소나마 존중해 주고 사람으로 대접해 주었던 유일한 인물마저 죽어 버린 지금, 과연 이런 식으로 계속하는 것이 가치가 있을까? 정신이 제대로 박혀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사는 걸 삶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나 역시 죽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왜 아니겠어?
하지만 그러기 전에 이 핸드백과 구두를 숨겨야지.
그래, 그런 다음에, 죽을 수 있지.
그렇지만, 우선 강가에 누워 있는 시체가 1백 퍼센트 그 여인의 시체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점이 그다지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굉장히 비슷하긴 하지만, 그래도 의심해 볼 여지가 있었다.
--- p.109

귀족의 피를 타고났습니까? 전혀.
보유한 동산과 부동산이 있습니까? 전혀.
석사나 박사 학위가 있습니까? 전혀.
구사하는 외국어는 있습니까? 아, 그거라면 있어요. 영어와 프랑스어 독해와 작문이 가능하고, 특히 회화가…… 꺼져, 이 개자식들아.
여자는 절대로 그들에게 반지를 돌려주지 않을 작정이었다.
갑자기 전의가 불끈 솟아난 여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씩씩한 걸음으로 강을 향해 걸었다. 복수 계획을 확정 짓기에 앞서 여자는 죽은 여자가 여전히 그곳에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만일 그렇다면 113에 신고도 해야 할 터였다. 교훈을 터득했으니까, 암, 그렇고말고! 죽은 자들을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죽은 자는 절대적으로 우선권을 갖는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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