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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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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민 골짜기에 나타난 혜성』의 개정판입니다.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3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290g | 128*188*20mm
ISBN13 9791160266481
ISBN10 1160266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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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깬 무민은 축축하고 조용한 정원으로 나갔다. 바람은 온데간데없었고 비도 그쳤다. 하지만 모든 게 달랐다. 무민은 오랫동안 자리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고 냄새를 맡은 뒤에야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든 게 잿빛이었다! 하늘과 강뿐만 아니라 나무와 들판과 집도 잿빛이었다! 마치 더는 살아 있지 않은 것처럼 온통 잿빛으로 뒤덮인 세상은 너무도 끔찍해 보였다.
무민이 천천히 말했다.
“너무 끔찍해. 너무 끔찍하다고!”
--- p.30

무민이 물었다.
“넌 여기서 혼자 살아?”
스너프킨은 잔 세 개를 꺼내며 대답했다.
“여기저기에서 산다고 할 수 있지. 오늘은 우연히 여기 있지만, 내일은 다른 데 있겠지. 천막을 치고 사는 건 참 좋은 일이야. 너희는 어디 찾아가는 길이야?”
무민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응. 천문대에. 우린 위험한 별들을 살펴보고 우주가 진짜 새까만지 알아볼 거야.”
스너프킨이 말했다.
“긴 여행이 되겠는걸.”
그러고 나서 스너프킨은 꽤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 p.45

스니프가 말했다.
“그게, 빨간 게 멋지긴 하네요. 그럼 혜성은 언제 와요?”
스니프는 작고 빨간 불꽃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꼼짝도 못 하고 천체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교수가 대답했다.
“내 계산에 따르면, 혜성은 8월 7일 저녁 8시 42분에 닿을 걸세. 그보다 4초 뒤에 닿을 수도 있고.”
스니프가 물었다.
“그럼 어떻게 되나요?”
교수가 말했다.
“어떻게 되느냐고? 그 생각은 못 해 봤군. 하지만 경과는 꼼꼼히 기록해 둠세.”
--- p.86

스노크메이든이 부탁했다.
“무민 골짜기 이야기 좀 해 줘.”
무민이 말했다.
“정말 마음이 놓이는 골짜기야. 잠에서 깰 때면 즐겁고 저녁이면 기분 좋게 잠들어. 내가 타고 오르는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거기에 집을 지을 거고, 아무도 모르는 비밀 장소도 한 군데 있는데 너한테만 보여 줄게. 엄마는 꽃밭 가장자리를 조가비로 꾸며 놓았고, 베란다에는 늘 햇볕이 들어. 좋은 냄새도 나지. 그리고 아빠가 새로 놓은 다리 위로 외바퀴 손수레도 몰 수 있어. 난 바다도 찾아냈는데, 한쪽은 우리 거야…….”
스니프가 말했다.
“전에는 네가 가 본 적 없는 다른 곳들이 얼마나 멋있을지만 얘기하더니.”
무민이 대답했다.
“그땐 그때고.”
--- p.117~118

모래언덕의 높이가 낮아졌다. 이제 땅은 혜성이 내뿜는 빛을 받아 빨갛게 빛나는 바닷말에 뒤덮여 있었다. 그 위로는 조약돌과 조가비가 널려 있었다. 자작나무 껍질과 나뭇가지와 코르크 조각뿐만 아니라 바닷가에 있어야 할 모든 게 잔뜩 널려 있었다. 그러나 바다는 없었다.
무민과 친구들은 나란히 서서 바라보기만 했다. 부드럽게 일렁이는 푸른 파도와 간들거리며 나는 갈매기와 바다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입을 떡하니 벌린 낭떠러지만 남아 있었다. 낭떠러지 옆으로는 증기가 뿜어져 나왔고, 밑바닥은 부글거리고 있었으며, 이상한 악취도 났다. 바닷가는 무민과 친구들의 발 앞에서부터 질퍽질퍽한 초록빛 협곡까지 가파르게 경사져 있었다.
스노크메이든이 가녀린 목소리로 말했다.
“바다가 사라졌어. 왜 바다가 사라졌지?”
--- p.141~142

다른 친구들이 서로 꼭 붙어 웅크린 채 자는 동안 무민은 죽은 바다 밑바닥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바다 밑바닥은 혜성의 빛 때문에 붉게 보였고 그림자는 모두 새까만 우단처럼 보였다.
무민은 황량한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빛나는 불덩어리가 다가오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을 지구가 얼마나 두려워할지 생각했다. 또 무민은 자신이 세상 모두를, 숲과 바다와 비와 바람과 햇빛과 풀과 이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그리고 그 모든 것 없이는 한시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156~157

무민과 스니프가 다시 만났을 때는 인사할 겨를도 없었다. 그저 달렸다. 무민과 스니프의 등 뒤로는 새끼 고양이가 폴짝폴짝 뛰고 있었다. 무민과 스니프와 새끼 고양이의 등 뒤로는 혜성이 잔뜩 겁먹은 무민 골짜기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들고 있었다.
이제 6분이 남았다……. 모래밭은 뛰기에 너무 힘들었고, 속력도 나지 않아서 마치 악몽 속에서 뛰는 듯했다. 뜨거운 공기 때문에 눈이 화끈거렸고, 목은 타는 듯했고 갈증이 심해졌다……. 마침내 저 멀리 바위산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바위산 또한 타는 듯이 붉었고, 바위산 위에서는 무민마마가 뭐라고 소리 지르면서 서서 양팔을 흔들며 신호를 보냈고, 무민과 스니프와 새끼 고양이는 쉴 틈 없이 산을 오르고 또 올랐다……. 이제 3분밖에 남지 않았다!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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