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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

여섯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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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1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369쪽 | 482g | 148*210*30mm
ISBN13 9788932022444
ISBN10 893202244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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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에서 깨어난다.[……]
완벽하게 작동하는 몸과 마음을 가진, 잠에서 깨자마자 완전히 각성 상태에 도달하는, 올해 여섯 살의 천재, 아침마다 잠에서 깨면 이 생각을 한다.
내 머리가 세계 속으로 흘러들고, 세계가 내 머릿속으로 흘러든다,
그리고 나는 그 과정 전체를 통제하고 소유한다.[……]
나는 햇살처럼, 전능하고, 우주의 가장 어두운 구석까지 순식간에 흘러든다.
여섯 살에 모든 것을 보고 비추고 이해할 수 있다. ---pp.15~16

엄마는 세면대를 붙잡고 그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더니, 한 번에 한쪽씩 자기 뺨을 아주 세게 때린다. 나는 엄마가 그러는 게 싫어서 정말 애처로운 목소리로 “엄마……”한다. 엄마는 소스라치에 놀라더니 화난 얼굴로 돌아선다. 그래서 나는 더 애처로운 어조로 “엄마…… 저 배 아파요” 한다. [……]
한번은 꿈에 엄마가 일하고 있는 책상 쪽으로 가서 소매를 잡아당겼는데, 엄마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아주 냉랭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안 돼, 저리 가. 내 말 들었지? 나는 너를 낳고 싶지 않았어. 다시는 나 귀찮게 하지 마.” 하지만 엄마가 실제로 그렇게 말한 적은 없다. ---pp.108~109

엄마 아빠는 주말 내내 그렇게 라디오를 듣고 신문을 보면서 걸핏하면 다투고, 소리 지르고, 레바논의 사망자가 점점 많아지면서 심한 무더위에 시체가 부풀고 악취를 풍기다가 결국 불도저로 구덩이에 매장되는 게 누구 탓인지 따지고 있다. 전에는 둘이 이렇게 심하게 싸운 적이 없기 때문에 너무 혼란스럽고 마음이 아프다. 히브리어와 누자를 그토록 사랑하지만 이럴 거면 하이파에 오지 않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 ---p.177

사악함은 내 안에 깊이 숨어 있지만 눈에 보이는 징후도 있다. 내 왼쪽 엉덩이에 있는 못생긴 갈색 반점이 바로 그것이다. [……] 엄마도 왼쪽에 반점이 있지만 팔이 접히는 부분에 있기 때문에 부끄러월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나는 왼쪽 엉덩이에 있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더러운지를 보여주는 증거 같다. 위치 때문에 내 반점은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귀를 닦다가 실수로 변이 묻은 것처럼 보인다. 내가 태어날 때 탄생을 지켜보던 악마가 엄지로 변을 찍어 내 엉덩이에 바르며 사악한 목소리로, “이 애는 내 차지야, 나는 절대로 이 애를 놔주지 않을 거고, 이 애는 언제나 더럽고 특이할 거야”라고 말한 것 같다. ---p.194

나는 네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뜯어본다. 저녁을 먹은 다음 나는 욕실에 들어가 내 얼굴을 찬찬히 살펴본다. 크리스티나…… 내가 가족이 아닌 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나는 금발인데 엄마랑 그레타 언니의 머리는 연갈색이다. 하지만 그건 증거가 안 된다. 로타르 오빠도 금발이었기 때문이다. 아빠의 머리는 어두운 금발이고 눈은 초록색인데 내 눈은 푸른색이고 할머니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눈이나 머리색으로는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우리 집에서 왜 나만 코가 낮을까? 왜 언니는 나보다 이마가 높을까?
나는 몇 시간씩 이런 생각에 잠긴다.
---pp.30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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