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는 내 운명의 상대가 아니었어’라며 이별의 이유를 쉽게 단정 짓곤 하지요. 하지만 이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가 운명의 상대가 아니라면, 그와의 관계에서 어떻게 벗어날 건가요? 운명의 상대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두 사람이 계속 소통하면 서 서서히 발견하고, 서로에게 맞춰가는 것이죠. 이는 연인관계에서 매우 복잡한 부분입니다. 연인 관계를 맺고 있는 두 사람은 서로를 대하는 방식을 끊임없이 고쳐가야 합니다. 이 노력을 멈추어서는 안 되지요. 운명의 반쪽일 수도 있고, 또 아닐 수도 있는 두 사람은 그 관계를 함께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1장. 사회학으로 사랑을 말하다」중에서
사실상 사회적 과정으로서의 사랑은 매우 넓은 범위를 포함한다. 사랑은 경쟁, 갈등, 순응, 동화, 협력, 그리고 ‘누가 누구의 말을 들을 것인가’에 관한 권력, 돈, 성과 윤리의 문제 등을 만들어내곤 한다.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일반적인 사회적 관계에서는 이렇게 많은 문제가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당신이 절친한 동성 친구와 성性과 관련된 문제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와 돈거래를 하지도 않을 것이다. 부모와의 관계에서는 ‘효孝’라는 가치에 얽혀 있어서 권력 갈등이 잘 일어나지 않는 편이다. 한편 대부분의 사람은 공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가장 좋은 면을 보이려 하기 때문에 그의 가장 형편없는 면은 보통 사적인 관계에서 드러난다. 하지만 사랑은 이와 다르다. 사랑이라는 특별한 관계 안에서는 당신의 가장 좋은 모습과 가장 나쁜 모습이 모두 드러나기 마련이다. 사랑은 어떤 모습도 숨길 수 없게 만든다.
---「1장. 사회학으로 사랑을 말하다」중에서
당신은 진정 영원한 사랑을 믿는가? 영원한 사랑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은 없다 해도, 대신 우리는 이별로써 그 사랑을 기억 속에 간직할 수 있다. 많은 경우 영원한 사랑은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사랑은 현실의 시공간에서는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연애를 어떻게 끝낼 것인가’는 누구나 풀어야만 하는 과제이다. 어느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이별을 배우고 실행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말이다. 문제는 어느 순간, 누가 이별 노래의 운을 띄우고 있는지를 어떻게 식별하느냐이다.
---「2장. 이별해도 사랑은 계속된다」중에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이기적인, 혹은 더 나아 보이는 미래를 선택하는 것이다. 남겨지는 사람이 이기적일까? 아니면 자신의 마음을 쫓아 떠나는 사람이 이기적일까? 당연히 남겨지는 사람을 이기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더 약한 사람, 혹은 속은 사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상대방의 마음이 떠났기 때문이다. 남겨질 것이냐, 떠날 것이냐의 선택은 매우 복잡한 문제이다. 남겨지는 것이 헌신을 더 많이 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2장. 이별해도 사랑은 계속된다」중에서
이별을 마주하게 되면 먼저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길에서 넘어졌을 때 주변을 둘러보며 넘어진 이유를 살피고, ‘아, 여기 물웅덩이가 있었구나. 다음부터는 피해서 가야지’라고 다짐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원인을 파악한 후에는 이별로 인해 발생한 심신의 상처를 잘 보살펴야 한다. 상처가 말끔해져야만 ‘정말로’ 괜찮은 날이 온다.
---「3장. 지극히 사회적인 이별에 대하여」중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반드시 반전이 일어난다는 특성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가문의 원한으로 인해 끝내 가족의 인정도 축복도 받지 못했다. 결국 두 사람은 갖은 오해를 안은 채 비극적인 이별을 한다. 그런데 만약 가족의 거센 반대가 없었다 해도 그들의 사랑이 그렇게까지 애틋했을까? 그들은 정말 사랑 때문에 목숨까지 내놓을 만큼 서로를 사랑했을까? 10대 커플의 연애는 원래 불안정한 요소를 다분히 안고 있다. 주변에서 마음껏 사귀라고 해도 바로 내일 대판 싸우고 홧김에 헤어질 수도 있다. 그러고서 이담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손자에게 “얘야, 나도 왕년에 불같은 첫사랑을 했단다”라고 말할지도 모를 일이다.
---「3장. 지극히 사회적인 이별에 대하여」중에서
관계에서 역할이 늘어난다는 것은 곧 복잡한 상황도 함께 증가함을 의미한다. 복잡한 관계를 유독 꺼리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무릇 관계란 갈수록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다양해진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그에 걸맞은 처세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때로는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현재 여자친구 혹은 남자친구로 사귀는 것은 좋지만, 앞으로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산 넘어 산처럼 다가올 의무들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지기도 한다. 복잡한 인간관계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여러 배역을 번갈아가며 맡아야 한다는 스트레스로 인해 이별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4장. 사랑에서 이별에 이르기까지」중에서
한쪽이 먼저 세상을 떠나 어쩔 수 없이 헤어질 수도 있고, 누군가 먼저 마음이 식거나 바람이 나서 이혼을 할 수도 있다. 이는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임에도 보통의 연인들은 입 밖에 꺼내지 않으려 한다. 그들은 관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왜 재수 없게 이별을 생각하느냐고 여긴다. 물론 누구나 연애를 시작하자마자 그 사람과 헤어지는 상황을 상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별의 각본을 쓰는 작업은 이벤트를 기획할 때 마무리까지 염두에 두고 준비하는 것, 수업에서 강의 계획안을 미리 작성하는 것과 같다. 누구나 연애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미래의 이별에 대한 생각을 어느 정도 해두어야 한다. 듣기 싫은 말을 먼저 꺼내는 일종의 화술과 같다고 보면 된다.
---「4장. 사랑에서 이별에 이르기까지」중에서
고백하려는 사람에게 가장 큰 장애물은 ‘만일 상대방이 나를 거절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이다. 그러나 막상 “네가 좋은 사람인 건 알지만 너와 사귈 수는 없어”라는 말을 듣고 나면, 이런 문제로 고민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된다. 이미 그 사람은 나를 거절했는데 일주일 더 고민한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질까 고통스러운 시간만 연장할 뿐이다. 만약 당신이 정답을 알고 싶다면, 그리고 다음 주만 되어도 정답을 알 수 있다면 왜 굳이 다음 달까지 기다리겠는가? 나는 상대방의 마음이 한두달 사이에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5장. 어떻게 이별해야 다음 사랑이 오는가」중에서
아이들에게 오늘 싸우고 내일 화해하는 일은 단순한 일상이다. 하지만 어른의 세계에서 관계(애정) 끊기와 지속하
기는 여러 외부 요소, 심리 문제와 얽혀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인간관계와도 이어지는 복잡한 문제다. 연애를 혼자 할 수 없듯이, 이별 역시 혼자 할 수 없다. 이별은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일이다. 이별은 연애 당사자는 물론 관계 바깥에 있는 사람이나 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이별은 둘 중 한 사람이 “이제 너랑 안 만나!”라고 말하고 떠난다 해서 곧바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5장. 어떻게 이별해야 다음 사랑이 오는가」중에서
무덤을 꾸미는 단계는 마지막 과정이자, 연애가 공식적으로 끝난 후 그 사랑을 어떻게 이야기할지 생각하는 시기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이 단계를 등한시한다. 여기서 ‘무덤을 꾸미는 단계’는 바로 파경을 맞은 두 사람이 이별의 맨 마지막 단계에서, 또는 이별한 후에 그 사랑의 탄생과 죽음을 기억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는 마치 죽은 사람의 장례를 치를 때 체면을 챙기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물론 이별한 두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서로 전혀 다른 내용일 수 있다.
---「5장. 어떻게 이별해야 다음 사랑이 오는가」중에서
이별로 인한 상실감과 공허함을 한순간에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별한 후에는 반드시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별은 본래 고통스러운 일이다. 당신은 이별 후 고통스러울 때 어떻게 했는가? 울고, 괴로워하고, 혼자 방 안에 틀어박히지 않았던가! 이런 감정은 누구에게나 있다. 좋든 싫든 우리 모두 가지고 있는 감정이란 말이다. 당신은 즐거울 때 즐겁지 않은 척할 수 없고, 즐겁지 않을 때 즐거운 척할 수 없다. 억지로 그런 척을 계속 하다가는 미쳐버릴 수도 있다. 기분이 나쁘면 나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화가 나면 화가 나는 대로,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느껴야 한다. 이별했다면 괴로워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이별 후 억지로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 않기 바란다.
---「5장. 어떻게 이별해야 다음 사랑이 오는가」중에서
연애가 끝난 후 몇 개월, 또는 몇 년 동안 새로운 상대를 전혀 만나지 않아야만 지난 연애에 대한 진정성이 증명되는 건 아니다. 반면 꼭 연애까지 가지 않아도 의미 있는 관계가 될 때도 있다. 그 관계에서 당신이 무엇을 배웠는지가 중요하다. 우선 그 관계에서 왜 연애에 성공하지 못했는지 생각해본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성격이나 행동, 또는 사람을 사귀는 방식 중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면, 앞으로 좋은 연애를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6장. 이별 후의 상처를 다루는 법」중에서
둘 사이에 데이트 폭력이 있었다면, 폭력을 저지른 사람이 반드시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음을 충분히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상황을 개선할 의지를 가져야 한다. 연애를 자기 뜻대로 하고 싶다고 자해를 하거나 수면제를 한 통씩 먹는 행동은 분명 큰 문제이다. 그런데 심지어 그런 행위를 일삼는 사람이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면,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은 전혀 없다. 어쩌면 그 관계의 당사자는 범죄의 그림자에서 영영 빠져나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들에게 필요한 조치는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 마음을 해소하는 것이다. 또한 문제 있는 연인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마음속에 계속 담아두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6장. 이별 후의 상처를 다루는 법 」중에서
영어에서 중·고등학교 졸업을 말할 때 ‘graduation’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하지만, 사실 졸업이라는 의미로 더 자주 사용되는 단어는 ‘commencement’다. 이 말은 전혀 다른 두 가지 뜻을 가진다. 전자는 졸업이고, 후자는 ‘새로운 시작’이다. 가령 연애를 ‘졸업’했다 하면, 졸업하기까지의 과정이 유쾌하지 않았다거나 연애의 마지막 관문에 통과하지 못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연애 과정에서 쌓인 경험과 지혜는 새로운 시작의 좋은 밑거름이 된다. ‘사랑은 얻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만약 연애가 끝난 후 아무것도 남은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시각을 바꾸어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6장. 이별 후의 상처를 다루는 법」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