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너무나 많은 신자가 율법에 매여 율법주의의 틀 안에서 죄인을 자유하게 하는 그리스도의 복음의 은혜를 누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아 왔습니다. 이것은 상당 부분 율법과 복음, 복음과 율법을 선명하게 드러냄으로써 복음을 전하지 못하는 강단과 그 강단에서 말씀을 전하는 설교자들의 탓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본성이 율법에 쉽게 반응하고 율법주의의 틀을 더욱 선호할지라도, 신자는 매 주일 교회 강단에서 선포되는 복음을 들을 때 복음 안에서 우리에게 거저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새롭게 맛보게 되고, 그리스도 안에서 주어진 자유함을 새롭게 누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경건을 추구하고, 봉사하고, 섬겨도 하나님의 완전한 요구를 만족시켜 드릴 수 없는 불편한 마음은 복음을 들을 때 선하신 하나님 안에서 참된 안식과 평강을 누리게 됩니다. 이것이 매 주일 강단에서 율법이 아닌 복음이 선명하게 선포되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복음 안에서 참된 자유와 은혜를 누릴 때 비로소 신자는 하나님을 즐거워함으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할 수 있습니다.
--- 서문 중에서
기독교는 전적으로 내가 한 일에 근거하지 않고 그리스도께서 하신 일, 더 정확하게는 그리스도께서 나를 대신해서 하신 일에 근거합니다. 내가 하나님과 더 가까워지고, 내가 하나님께 더 사랑받는 관계 속에 들어가는 것은 내가 열심히 예배드리고, 성경 읽고, 기도하고, 봉사함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그 모든 것은 오직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이루신 일, 즉 복음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선한 행위와 의지의 노력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더 받아 내지 않습니다. 성도는 이미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일 때문에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변함없이 조건 없이 받아 누리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율법주의가 우리의 영혼을 자기만족과 자기 의를 추구하는 종교적 속박으로 인도한다면, 복음은, 믿는 우리를 자유와 평안, 기쁨과 안식으로 인도합니다.
--- 1장 중에서
자원하는 종에 대한 규정은 율법 아래서가 아니라 은혜 아래서 하나님을 섬기는 신자에 대한 그림입니다. 신자는 억지로 또는 의무로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이 아닙니다. 구원받으려는 목적으로 행하지도 않습니다. 그가 하나님과 형제들을 섬기는 동력은 사랑입니다. 신자는 사랑으로 종이 되는 사람입니다. 그는 사랑 때문에 예배하고, 사랑 때문에 말씀을 읽고, 사랑 때문에 기도하고, 사랑 때문에 봉사하고, 사랑 때문에 자기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종노릇하는 사람입니다.
신자는 자유를 위해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는 더 이상 율법 아래 있지 않습니다. 그는 자기가 하고 안 하는 행위에 의해서 하나님의 사랑을 더 받고 덜 받는 법칙에서 풀려난 사람입니다. 변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과 자비를 그리스도 안에서 받았고, 받고 있는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언약적 사랑, ‘헤세드’는 천지가 없어질지라도, 또는 우리가 하고 안 하는 행위에 따라서 변덕스럽게 바뀌지 않습니다.
신자는 이런 복음의 보장 위에서 하나님을 사랑해 평생 순종의 종으로, 의의 종으로, 하나님의 종으로 살고 싶어 합니다. 그가 바로 신자입니다.
--- 3장 중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율법과 복음”이라는 주제를 살펴보았습니다. 그 핵심은 무엇입니까? 우리 자신의 행위와 공로, 의지와 수고 위에 신앙을 세울 것인가, 하나님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위해 완전하게 이루어 놓으신 복음 위에 신앙을 세울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율법 위에 신앙을 세우면 율법주의가 되고, 하나님이 가증하게 여기시는 자기 의를 쌓아 가는 신앙생활을 피할 수 없습니다. 결국 이스라엘 백성이 그러했듯이, 하나님의 의를 모르고 자기 의를 세우려고 힘써 하나님의 의에 복종하지 않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롬 10:3). 그들의 문제는 하나님께 열심이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열심이 있었으나 올바른 지식이 없었던 것이 그들의 문제였습니다.
오늘날 한국 교회의 많은 성도에게는 열심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 열심은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의 교회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합니다. 하지만 이 열심을 하나님의 영광과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위한 열심이 되게 하는 것은 율법과 복음을 바르게 아는 지식이며, 하나님의 의와 자기 의를 구분할 줄 아는 지식입니다. 우리의 열심이 이 바른 지식 위에 설 때 우리의 신앙이 그리스도를 닮아 가고 그분의 성품을 반영하는 성숙하고 경건한 어른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것입니다.
--- 7장 중에서
한국 교회의 일반 성도들의 눈높이에서 ‘율법과 복음’을 설명함으로써 복음의 은혜를 나누려고 했습니다. 이제 더 깊이, 그리고 더 풍성한 복음의 지식과 은혜 가운데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이 책은 한편으로는 성경이 설명하는 율법과 복음을 다루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저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모태신앙으로 교회에서 자라 온 저에게 늘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는 바로 이 책의 주제인 ‘율법과 복음’의 문제였습니다.
중학교 시절 회심한 이후 누구나 그렇듯이 열심을 다해 교회 일에 시간을 드렸고, 개인적으로도 말씀을 읽고 기도하는 일에 게을러지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모든 것이 나의 열심과 결심대로 진행되고 있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가라앉고 침체될 때, 죄에 자신을 내어 주고 하나님과 멀어졌다고 생각될 때는 ‘내가 정말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가 맞나?’ 하는 의심과 불안과 싸워야 했습니다. 저의 신앙생활은 자신의 주관적 느낌, 자신의 공로와 행위에 의존해 있었고 이것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율법과 구별되는 복음을 선명하게 깨닫게 되면서, 하나님이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의 택한 백성을 위해 완전하게 이루어 주신 일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보다 깊이 알게 되면서 제 마음은 비로소 확신과 자유를 경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 하나님의 자녀라는 사실이 얼마나 복되고 영원한 안전이 보장되는 행복인지 그 과분한 은혜 안에서 기뻐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목회자와 설교자로서, 자유하게 하는 은혜의 복음을 누리지 못하는 많은 신자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복음을 설교했습니다. 이제 그 설교의 한 부분이 책으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설교의 현장성은 담보할 수 없을지라도, 이 책을 읽게 될 모든 주 안의 형제와 자매들의 손에서 이 책이 성령의 도구로 쓰임 받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신앙 여정에서 제가 경험했던 은혜가 이 책을 읽는 분들께도 주어지기를 바랍니다.
특별히 율법주의의 덫에 붙잡혀 있는 이들, 번영신학의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이들뿐만 아니라 온갖 이단 사이비의 가짜 복음에 속고 있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통해 무한히 자비하고 선하신 하나님 아버지께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다 이루신 구원의 은혜를 보고, 그 안에 자신을 맡기고, 주께서 주시는 복음의 은혜 안에서 참 안식과 평안을 누리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 후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