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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 소년, 수피가 사는 집

로힝야 소년, 수피가 사는 집

라임 청소년 문학-03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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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4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354g | 153*215*20mm
ISBN13 9791185871943
ISBN10 118587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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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다가 전해 준 선물
수피는 난민 수용소에서 나고 자란 로힝야족 소년이다. 바깥세상을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처럼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추억 한 자락 가지고 있지 않다. 매일 똑같은 일이 반복될 뿐 새로울 게 전혀 없는 수용소 생활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불결한 환경과 구역질 나는 음식, 늘 부족한 배급품 때문에 하루하루 버티는 것도 힘겹지만, 수용소 바깥세상을 알지 못하니 큰 불만 없이 지낸다. 게다가 수피는 나름대로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자기만의 방법을 터득했는데, 그중 하나가 한밤중에 찾아와 아빠의 선물을 전해 주는 밤바다를 만나는 거다. 수피의 유일한 꿈은 아빠가 찾아와 가족들과 함께 수용소를 나가는 것이다.

그릇을 싹 비운 뒤, 기다란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릇 위로 쓰러질 듯이 몸을 숙인 채 허겁지겁 먹는 사람도 있었고, 벽에 기대서서 느긋하게 먹는 사람도 있었다. 어쨌든 아무도 밥을 남길 것 같지는 않았다. 어떤 사람이 밥을 먹다 말고 입안에서 플라스틱 조각 같은 걸 손으로 빼냈다. 그걸 보고도 다들 말없이 곤죽이 된 밥을 숟가락으로 살살 저어 가면서 계속 먹었다.
엄마는 음식을 너무 가까이 들여다보지 말라고 했다. 설사 음식에서 파리나 벌레 같은 게 나오더라도 단백질을 먹을 수 있으니까 운이 좋은 거라고 했다. 한번은 밥에서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이가 나온 적이 있었다.
“엄마, 이것도 운이 좋은 거예요?”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묻자, 엄마가 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대답했다.
“수피에게도 이가 하나 필요하다면.”
엄마는 그렇게 말하고선 한참을 웃었다. 지나치게 오래 웃는 것 같았다.
내가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걸 본 엘리 형이 반쯤 먹다 남은 그릇을 내 쪽으로 밀어 주었다.
“어이구, 바보야. 제정신이라면 누가 이런 쓰레기 같은 걸 더 먹냐?” ―11~12쪽에서


위험천만한 배달
아침부터 뜨거운 더위에 사람들의 짜증이 극에 달한 날, 친절한 경비원인 하비 아저씨 덕분에 물놀이를 하고 천막으로 돌아온 수피는 자기 침대 머리맡에 앉은 참새와 맞닥뜨린다. 퀴니 누나는 참새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건 누군가 죽는다는 뜻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수피는 불길한 예감에 마음 졸이던 차에, 엘리 형에게 받은 물건을 다른 천막의 아저씨에게 배달하다가 무시무시한 경비원 비버 아저씨에게 들켜 혼쭐이 난다.

나는 뒤를 돌아보기가 무서웠다. 내 등을 뚫어져라 노려보는 눈길이 느껴졌다. 물건이 뭔지 알아내는 데 정신이 팔려서 누가 뒤따라오는지 살피지 않았다. 완전히 방심했다. 이럴 땐 나 자신이 너무나 싫었다. 나는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정신이 반쯤 나간 채 멍하니 서 있었다.
눈을 내리깔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자, 햇빛에 번쩍이는 까만색 군화와 흙먼지로 누레진 검은색 바짓단이 보였다. 시큼하고 매캐한 냄새를 풍기는 걸 보니 보통 경비원이 아니었다. 비버 아저씨였다.
심장이 죄어들더니 갑자기 기침이 터져 나왔다. 공기를 들이마시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퀴니 누나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무래도 참새가 죽음을 상징한다는 누나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나는 이제 죽을지도 모른다. ―37쪽에서


낯선 아이
비버 아저씨에게 호되게 당한 뒤 의기소침해져 있던 수피는 한밤중에 밤바다를 만나러 천막 밖으로 나갔다가 바깥세상의 여자아이 지미를 만나게 된다. 땅속에서 불쑥 솟아난 것 같은 지미의 등장은 수피의 일상을 마구 뒤흔들어 놓는다. 그날 이후 지미는 철조망과 감시 카메라에도 아랑곳없이 수피를 찾아와 함께 이야기를 읽고, 핫초코를 나눠 마시고, 궁금해했던 바깥세상의 모습을 알려 준다. 수피는 지미가 찾아오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힘겨운 수용소 생활을 가까스로 견딘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천막 밖에 바다가 없었다. 물웅덩이조차 없었다. 그저 흙먼지 회오리를 일으키는 바람뿐이었다. 그런데 우리 천막 바로 앞에 웬 여자아이가 우뚝 서 있었다. 마치 회오리 바람이 여자아이를 땅속에서 불러낸 것 같았다.
여자아이는 가만히 서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손등으로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아도 여자아이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여기에 사는 아이가 아니었다.
수용소에는 저런 머리를 한 아이가 없었다. 여자아이의 머리카락은 흡사 불에 지글지글 타서 하늘을 향해 마구 뻗쳐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신발도 신은 데다 배낭까지 메고 있었다. 심지어 손에는 책도 들고 있었다.
(중략)
“또 봐.”
여자아이를 불러 잠깐 기다리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 아이는 내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이랑은 어딘가 달랐다. 머릿속으로 상상해 본 사람들과도 달랐다. 그러나 어둠 속을 뚫어져라 쳐다봐도 목소리만 들릴 뿐, 여자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내 눈앞에서 투명 인간으로 변신한 것 같았다. -57~60쪽에서


진실을 알리는 카메라
그사이에 엘리 형은 남자 어른들만 모여 사는 알파 천막으로 보내져 자주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수피는 엘리 형과의 사이가 소원해진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크게 내색하지 못한다. 게다가 엘리 형이 퀴니 누나와 함께 수용소 사진을 찍어서 외부에 알리기 위한 일을 한다는 걸 알고는 나쁜 일이 벌어질 것 같아서 불안해한다. 수용소 내부를 들끓게 하던 사람들의 슬픔과 분노는 결국 단식 투쟁으로 이어지고,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최악을 향해 치닫는다.

누나는 주머니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진짜 카메라였다. 예전에 신문 기자들이 와서 사람들을 모두 모아 놓고 사진을 찍을 때 본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맨 앞줄에 서서 활짝 웃었는데, 퀴니 누나가 즐거워 보이면 안 되는 거라며 나더러 멍청하다고 핀잔을 주었다. 정말로 즐거웠다고 대꾸했더니, 누나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혼자서 중얼거렸다.
신문에 실린 사진을 본 사람들이 그 뒤로 한참 동안 수용소에 선물을 엄청나게 보냈다. 종류도 가지가지였다. 보안실에 어떤 물건이 도착했을지 궁금해하며 기다리는 일주일이 내내 즐거웠다.
그런데 카메라를 든 신문 기자들의 발길이 뚝 끊어지고 경비원들이 우리한테 온 편지를 반송하기 시작하자, 수용소는 금방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그런데 지금 퀴니 누나가 손에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한테 진실을 알리려는 거야.”
엘리 형의 말투가 꼭 퀴니 누나 같았다. 내가 없을 때 둘이서 몇 번이나 만난 걸까?
“이 카메라로 수용소 내부의 사진을 찍어서 밖으로 내보낼 거야. 그러면 사람들이 컴퓨터로 바로 볼 수 있어. 우리가 카메라를 컴퓨터실로 가져가기만 하면 돼.”
(중략)
내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자, 퀴니 누나가 고개를 저으며 덧붙였다.
“사람들은 우리를 세상 끄트머리에 쓰레기처럼 처박아 놓고선 다 잊어버렸다고. 아직도 모르겠어? 이렇게 사는 건 살아 있는 게 아니야.”
누나는 이 말을 자주 했다. 그런데 그때마다 내가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며 멍청하다고 욕을 했다.
“이제 달라질 거야.”
누나의 태도가 어딘지 모르게 다른 때랑 달랐다. 조용하고 단호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니 왠지 마음 한쪽이 서늘해졌다.
“세상 사람들이 다시 우리 생각을 하게 할 거야. 이렇게 사는 건 사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 할 거고. 우리가 처한 현실을 보여 주고, 우리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거야. 그러면 다시는 우리를 잊지 않을 거라고.”
퀴니 누나와 엘리 형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둘이 무슨 뜻으로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어른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금세 쏙 들어갔다. 나는 누나와 형 사이에 끼지 못하고 한참을 겉돌았다.
“근데 만약에 들키면……, 형이 말썽을 피웠다고 베타 천막으로 보내 버릴 텐데.”
내 말에 형이 웃으며 철조망 사이로 팔을 뻗어 내 어깨를 툭 쳤다.
“안 걸려. 동생아, 그런 걱정은 꽉 붙들어 매셔.” -117~120쪽에서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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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난민 어린이들이 처한 참담하고 슬픈 현실을 다룬 책 중에 단연 최고의 작품이다. -타임스

작가는 작지만 단단한 주인공의 목소리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가디언

호주의 난민 수용소에 관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이 이야기는, 현재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사는 난민들이 처한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 준다. 매우 충격적이며 가슴 아픈 동시에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난민 수용소의 끔찍한 삶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과 우정을 세심하게 그렸다. 이별과 절망, 부당함을 그리면서도 우리에겐 스스로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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