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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영화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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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4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238g | 120*200*20mm
ISBN13 9791187949169
ISBN10 1187949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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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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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꾸며놓는 화려한 작품은 만들기 어려워도, 단 두 사람이 출연하고 오막살이 세트 하나라도, 실력만 있으면 사람의 가슴을 찔러줄 작품은 만들 수 있다. 이런 작품의 감독이 되고 싶다. 출연 말고 감독만 10년을 두고 생각해도 가슴에 꽉 차는 이런 각본을 누가 써줬으면, 각본은 말고라도 이야기만이라도 해주었으면, 한 작품으로 끝이 된대도 이런 작품이 하고 싶다. --- p.15

K군아, 너는 의외로 알았으리라. 내가 이곳에 와서 이러한 편지를 쓰게 될 것을.
세상에서 알아주는 벗이라고는 몇 아닌 중에 하나인 너에게까지도 알리지 아니하고 별안간 이곳으로 뛰어온 것은 일대모험이었고, 또 대용단이었다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K군아, 여기는 별 곳이 아니라 활동사진을 박는 곳이란다. --- p.19

병인病人의 심중은 병인이라야 안다. 이것이 마지막 작품이 아닐까 하는 무서운 결심이, 혈맥을 매일 찌르는 주사의 힘으로 억지로 땅을 밟는 내가, 여윈 몸에 말소리까지 힘없는 그를 마주보고 앉았다. 나는 내가 병인이란 말을 차마 못했다. --- p.24

〈아리랑〉을 촬영할 때에 나 자신은 전신이 열에 끓어오르던 것을 기억합니다. 이 작품이 세상에 나아가 돈이 되거나 말거나, 세상 사람이 좋다거나 말거나 그러한 불순한 생각은 터럭 끝만치라도 없이, 오직 내 정신과 역량을 다하여서 내 자신이 자랑거리될 만한 작품을 만들자는 순정이 가득하였을 뿐이외다.
그래서 이 한 편에는 자랑할 만한 우리의 조선 정서를 가득 담아놓는 동시에 ‘동무들아 결코 결코 실망하지 말자’ 하는 것을 암시로라도 표현하려 애썼고, 또 한 가지는 우리의 고유한 기상은 남성적이었다, 민족성이라 할까 그 집단의 정신은 의협하였고 용맹하였던 것이니, 나는 그 패기를 영화 위에 살리려 하였던 것이외다. --- p.96

무성영화도 아직 수준까지 끌고 가려면 천리 길이나 남았는데, 외국 영화는 발전이 완전히 되었다. 이 커다란 문제 앞에서 조선 영화인들은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러나 우리도 한 개의 조선 영화인으로서 이에 응전할 준비를 구비하게 되었으니, 다만 승패는 기예의 문제다. 외국물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물건을 만들면, 외국 시장도 우리의 시장이다. --- p.103

배우 한 사람에게 출연료를 못 주었기 때문에 중도에 퇴사해 버려서, 한 역을 두 사람이 맡아서 출연하므로 비극이 희극이 되고, 12권이 9권이 되었다는 예는 얼마든지 있다. 여배우 때문에 딸이 아들이 되고, 어머니 대신 아버지를 시키는 것쯤은 문젯거리도 못되는 형편이다. 피눈물을 흘려야 될 장면을 웃음거리로 넘겨버린다. --- p.114

지금까지 우리들이 만들고 있는 영화는 영화가 아니요, 영화 비슷한 장난감이다. 우리는 이 장난감을 영화란 수준으로 끌어가야 된다. 그때에야 조선 영화도 없지 못할 큰 존재일 것이다. --- p.117

전에는 독일로 퍽 가고 싶었는데, 히틀러Adolf Hitler 씨의 나치스 광풍이 떠도는 판에 재주 있는 사람이면 거반 외국으로 가버렸다는 말을 들은 다음에는, 독일 영화계도 쓸쓸할 것 같습니다. 한 시절 제일 좋아하던 콘라트 파이트Conrad Veidt도 지금은 영국에 가 있다니, 독일 갈 마음이 더욱 없어졌습니다.
그래도 할리우드는 그리운 사람이 꽤 많아요. 채플린Charles Chaplin 같은 사람은 꼭 한 번 만나보겠습니다. 제일 먼저 묻고 싶은 이야기가 수십 년 공을 들여 전매특허권을 얻은 수염을 히틀러에게 뺏기고 왜 가만 있느냐고, 그 일이 제일 궁금합니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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