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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채광선 게딱지

궤도채광선 게딱지

: 과학 스토리 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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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4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452g | 152*225*20mm
ISBN13 9788997494521
ISBN10 89974945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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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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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가 바둑을 두고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는 세상에서 SF에 무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 인공지능이 생산한 자료의 소유권이나 재사용 가능한 우주 로켓, 외골격 같은 주제는 이제 현실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소문으로만 듣던 특이점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 모르고, 그렇다면 SF가 현재 가장 주목받는 장르 중 하나인 것도 납득이 됩니다.
한국에서 SF를 쓴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이런 고민 과정의 영향을 받는다는 걸 의미합니다. 탐구와 실험의 결과는 후대로 이어지고, 소인은 거인의 어깨에 올라탐으로써 더 넓은 세계를 목격할 수 있으니까요. ---「여는 글」중에서

지구를 등지고 있는 기로는 아주 넓은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오염되고 고갈되었어도 지구는 여전히 파랬다. 인류가 닿을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지구는 아직도 가장 파란 행성이다.
안주는 기로를 향해 손을 들어 수신호를 보냈다. 이만 들어가자는 뜻이었다. 산소도 가스도 절반 이상 소진되었다. 기로는 아낌없이 가스를 분사하며 안주를 향해 날아왔다. 안주는 날아오는 기로의 손을 잡고는 혀를 놀려 통신기의 전원을 내렸다. 그러고는 머리를 움직여 자신의 헬멧을 기로의 것과 맞댔다.
“지구인은 적성이 아닌 것 같아요.” ---「궤도채광선 게딱지」중에서

저건 데이터다. 나는 계속 되뇌었다. 0과 1로 이루어진 데이터, 내가 입력하고 오류를 발생시킨 코드. 증명되지 않은 것은 없는 것이다. 그렇게 세 번쯤 더 말하고 시선을 다시 문으로 돌렸다. 문은 닫혀 있었다. 어깨의 힘이 반쯤 풀려 멍청한 기분이 되려다 다시 소름이 돋았다. 아무 동작도 하지 않았는데 문이 스스로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고? 버그다. 숨어 버리는 버그는 최악의 버그. 나는 콧잔등에 찬 땀을 닦고 다시 문을 열었다.
바닥에서 얼굴이 솟아올랐다. 누가 머리채를 잡고 들어 올리는 것처럼 순식간에 가슴 높이까지 치솟았다. 새까맣게 뻥 뚫린 눈의 얼굴이 소리 없이 절규하고 있었다.
---「디버그와 버그 그리고 유령들」중에서

따분해진 윤이 텔레비전을 끄고 샤워나 하려던 순간, 그의 인생을 바꿔 버린 뉴스가 나왔다. 시간여행을 떠난 여행자 황 모 씨가 타임 패러독스를 일으켰다는 뉴스였다. 경찰은 어떻게 황 씨가 자신이 존재하고 있는 시대로 여행하게 됐는지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유족은 타임 트래블사의 과실을 추궁하기 위해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나른하던 윤의 신경 줄이 팽팽하게 조여졌다. 큰 결단 없이도 악몽을 끝낼 방법을 드디어 찾았기 때문이었다. ---「미래의 여자」중에서

나뿐만이 아니었다. 국방연구소란 기관 자체가 그녀의 생각을 실행시켜 줄 그녀의 육체의 확장이었던 것이다. 국방연구소에는 나와 같은 연구원이 50명 가까이 있었고, 다시 말해 이 연구소에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수준의 프로젝트가 50개 넘게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였다.
---「프로젝트 원기옥」중에서

좀비에 물린 뒤로는 모든 것을 체념한 채 느긋하게 늘어져 있던 노건의 얼굴이 다시금 딱딱하게 굳었다. 병균에 감염되어 좀비가 되기 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동안 그런 사람들을 질리도록 보아 왔다. 그러나 자기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는 일은 맨 정신으로 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소주라도 한 병 남아 있으면 좋으련만, 복권판매소의 물품들은 이미 싹 다 털린 후였다.
---「노건」중에서

그날 우리 집에는 나랑 너밖에 없었는데, 다른 누군가를 어디서 찾아내겠어? 그러다 무릎을 탁 쳤어. 우리 집에는 나랑 너밖에 없었지만 다른 집에는 또 누군가가 있었을 테니까. 널 대신해 죽을 누군가. 세상에 딱 한 사람만 널 대신해 죽인다면 누굴 골라야 할까. 대답은 금세 나왔어. 바로 그놈. 치정에 눈이 멀어 501호에 불을 지르고 달아나 널 죽게 한 그놈. 그놈을 너 대신 죽게 한다면 별다른 죄책감 없이도 제로섬 게임에서 이기리라는 확신이 들더라. 널 살려야 하는 세 번째 이유가 바로 그거야. 인과응보.
하지만 어떻게…?
---「널 살려야 하는 여섯 가지 이유」중에서

“허세는. 좋아, 주걱턱이 올 때까지 이야기를 들려주지. A.I들이 초기에 쓴 소설들은 독창적이면서도 완벽했어. 하지만 곧 벽에 부딪쳤지. 수천만 권의 책을 읽고 학습을 했다고는 하지만 완벽한 이야기의 조합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던 거야. 결국 A.I들은 복제를 시작했어. 표절을 교묘하게 피해서 이 문장과 저 문장, 그리고 이 플롯과 저 플롯을 가져다 쓰게 된 거야. 나중에는 A.I들의 작품들끼리도 베꼈어. 완벽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명령어가 역설적이게도 A.I의 표절을 이끈 거야.”
---「작가의 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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