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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가락

신의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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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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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1년 11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520쪽 | 488g | 128*188*35mm
ISBN13 9788959136568
ISBN10 8959136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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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훔치는 게 아니다, 그 돈을 써야 했던 계획이 사라지면서 상대방의 인생 일부를 무참히 뺏는 짓이다, 라고 언젠가 어머니가 설교한 적이 있다. ‘도시락’을 훔치려는 의도는 없었다. 모든 게 손자 녀석 잘못이다. 무슨 상관이람. 됐어, 집어치워. 쓰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감상에 빠지는 것은 참으로 한심하고 무엇보다 위험한 짓이다.---p.65 /1부 「어리석은 사람」 중에서

지나간 시간은 왜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 걸까. 지금이란 시간이 쌓이고 쌓이면서 하루하루 새로운 시간이 더해질 때마다 과거는 모래처럼 풍화하여 1년, 2년, 5년 점점 수북이 덮여 모래언덕이 된다. 결국 이 언덕을 망각하고 있다 여기고 걸어가는데, 예상치도 않은 돌풍에 모래언덕의 지형이 확 바뀌어버린다. 묻어둔 옛 풍경이 불쑥 나타나는 것이다.---p.171 /2부 「마술사」 중에서

“점술가로 이렇게 거리에 나와 있을 때 이따금 난 말의 쓰레기통이 아닐까 생각해요. 사람들은 제각기 마음속에 수많은 말들을 담고 지내죠. 그런데 담은 말들이 너무 무거워서 견디기 힘들 때는 조금 버려줘야죠. 하지만 자기 삶과 관련 있는 인물한테는 쉽게 버릴 수가 없어요. 그대로 받고 끝나면 좋겠지만 좋든 싫든 영향을 미치게 되니까요. 반응도 돌아오죠. 간혹 또다른 일이 벌어지기도 해요. 하지만 전 듣기만 해요. 아무것도 못해요. 무력하기 그지없어요. 그치만 누군가에게 짐이 되는 말을 받아 안을 수는 있어요.”---p.241 / 3부 「연인들」 중에서

마치 자신이 판 구멍에 친구가 떨어져서 희희낙락하는 신나고 유쾌해하는 악동의 미소. 그 미소가 천진난만할수록 그 속을 짐작할 수 없어 섬뜩했다. 쓰지는 다케우치 하루키의 웃는 얼굴을 어이없이 바라봤다. 연기력이 뛰어난 걸까. 살의와 죄의식 같은 걸 깊은 데 숨겨놓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고 있는 걸까. 아니다. 연기가 아니다. 녀석은 진짜로 즐거워하고 있다. 삼촌이 전차에 치인 걸. 애당초 살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문제가 아니었다. 상관없는 일인 것이다. 방해자가 다쳐 사라진 사실, 그 결과가 순수하게 즐거운 것이다.
머리를 한 방 얻어맞기라도 한 것처럼 묵직한 충격을 추스른 후 치밀어 오른 감정은 분노가 아니라 통렬한 슬픔이었다. 이 소년은 친어머니를 협박하여 거금을 뺏을 때도 지금처럼 ‘즐겁다’고 느꼈겠지. 고통이나 갈등 같은 것은 없었을 것이다.
---p.402p. / 4부 「운명의 수레바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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