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일주를 할 때 지도에도 없는 길을 숱하게 걸으니까 잘못 들어간 길에서 고생도 많이 했지만, 알려지지 않은 포구가 너무 아름다워서, 괜히 거기서 하루 더 묵고 간 적도 있어요. 잘못 들어간 길에서 좋은 경치를 만나 행복했고 좋은 사람을 만나 잠자리와 먹을 것을 제공받았으니 잘못 들어간 길에서 손해만 본 건 아니더라고요. 인생길에서도 완전한 실패는 없더군요.”-황안나(도보여행가)
“사회적으로 아이들에 대한 것은 학문적으로 정립이 되어 있고 상식적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어요. 아이의 성격이 어떻게 발전하고, 어떤 단계인지 파악할 수 있죠. 그런데 노인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드물어요. 노인이 건망증이 심하고 자꾸 서운함을 느끼는데 그건 그들의 특성이에요. 그걸 극복하는 것은 그 다음 차원이에요. 노인기가 되면 신체적·정신적으로 어떠하다 하는 걸 정리하는 것이 노인들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사회가 더불어 노인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특히 가족들과 잘 화합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 같아요.”-이동원(가족 아카데미아 공동대표)
“노인 문제는 과거에는 그렇게 심각하게 여겨지지 않았어요. 노인이 많지 않았으니까요. 지금은 급작스럽게 노인 인구가 증가하니까 그걸 감당할 매뉴얼이 갖춰지지 않았고 개인적으로도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일 먼저 사회적인 역할에 떠넘겨버리려고 해요. 지금 가족의 역할 가운데 남아 있는 게 뭔가 보세요. 아무것도 없어요. 사회학에서 내놓는 가족기능 몇 개 있잖아요. 그건 옛날 것이고 지금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어디로 갔느냐? 전부 사회기능으로 가버린 거예요. 그러면 가족은 뭘 하는 거냐? 이걸 재정립할 필요가 있어요.”-이근후(가족 아카데미아 공동대표)
“40여 년 내 삶의 절반 남짓은 친정엄마와, 나머지 절반 가까이는 시어머니와 가까이 맞대며 살아왔다. ‘여자’로서의 내 모습은 그 두 분이 만들어온 것이나 다름없다. 긍정적인 의미에서든, 부정적인 의미에서든……. 그런데 흥미롭다. 상반되게만 느껴졌던 두 어머니의 삶이 어느 순간부터인가 자꾸 오버랩되어 보인다. 삶의 주 무대나 삶의 방식, 모두 전혀 달랐던 그녀들이 이제는 비슷한 모습으로 인생을 즐기고 있다. 불교신자인 두 분 모두 아침마다 불경을 읽으며 온 가족의 건강을 빈다. 손자들 앞에선 한없이 약한 할머니들이기도 하다. 지금의 내가 어떤 모습이든, 나도 역시 저 길을 따르게 될까. 나의 두 아들은 잘 자라고 있고, 나도 언젠가 며느리를 맞고 손자를 품에 안아보겠지. 나의 친정엄마와 시어머님은 나를 또 어떤 엄마, 어떤 시어머니, 어떤 할머니의 모습으로 이끌어주실까.”-김정수(가천대학교 세살마을연구원 연구교수)
“네 엄마가 병이 나니까 이제 내 인생은 이걸로 끝이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 오래도록 같이 살기로 약속했는데 어느 순간 그 약속이 깨져버렸으니. 그러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안타깝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약이 오르기도 했어. 그래서 혼자 있을 때는 밤에 울기도 했단다. 그런 마음이 계속되다, 세월이 약이라고 하듯이 그런 안타깝고 약 오르고 하는 마음이 나도 모르게 조금씩 무뎌지더구나. 환경에 순응을 하는 셈이지. 이제 네 엄마가 쓰러진 지 8년, 하지만 네 엄마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됐구나라는 생각은 점점 옅어지고, 지금 하루 하루를 건강하게 살아가는 게 내 삶이라고 의미부여를 했단다.”-고성균(전 한조엔지니어링 전무)
“‘더 잘살기 위해’ 산골로 들어갔어요. 잘사는 삶이란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에게 ‘잘사는 삶’이란 세 가지로 말할 수 있어요. 자존심과 자긍심을 지니고,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며, 사람들과 조화와 화목을 지켜가며 살고자 했어요. 또 옛날 어른들은 어느 기간까지 열심히 일한 다음에는 고향에 내려가서 귀거래사 부르면서 후학을 가르쳤잖아요? 저는 그게 한국적인 선비의 전통이라고 생각되어 그렇게 해보고 싶었어요.”-김종헌(북&베이커리 카페 ‘피스 오브 마인드’ 대표)
“음식을 바꾸기보다는 생활방식을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아주 기본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늘 모험을 좋아하고 움직이고 일하는 사람이 100세를 살지, 보약을 먹어서 100세를 사는 사람은 없어요. 보약은 아주 몸이 쇠했을 때 일시적으로 회복시킬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것은 자기 몸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 자연 속에서 일하는 사람은 그만큼 퇴화속도가 늦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누구든지 물어요. 뭘 먹으면 좋으냐고요. 늘 자기가 먹던 걸 먹어야 좋습니다. 여러 가지를 고루 먹습니다. 특별한 음식은 오히려 해가 될 때가 많습니다.”-구천서(세계식생활문화연구원장)
“사회적 흐름이 너무 이기적이기 때문에, 남을 배려하지 못하고 자기 욕심만 차리려는 경향이 점점 심해지고 있어요. 장애인들을 전혀 배려하지 못하고 있지요. 내가 사는 곳은 무조건 좋아야 하고, 다른 사람은 어떻게 되든지, 나만 일류가 되어야 한다는 이기심. 갈수록 남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가 굉장히 아쉬워집니다.
사회복지 하는 사람들이 그런 면에서 모범을 보여야 되겠지만 이를 위해 우리가 모두가 노력을 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약자를 배려하며 살아야 하는데, 잘살수록 그 담이 더 높아지는 것 같아요. 담을 낮춰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는 태도가 중요합니다.”-윤광석(전 ‘한사랑마을’ 원장)
“그러면서 상당히 흥미로운 것이 친구들끼리 직접적으로 죽음을 얘기하지는 않는데, 그게 두렵다거나 얘기하면 재수없어서가 아니고 이제는 담담해져서 그래요. 거기서 제가 10여 년 전에 죽음준비교육도 했거든요. 그때는 긴장을 하고 들었어요. 그런데 이제 여든 가까운 나이가 되니까 죽음을 이야기해도, 이야기하지 않아도 담담해요. ‘이 친구 갔구나, 이제는 내 차례인데…….’ 그렇게 담담해지는 것이 준비가 완료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죽음교육을 하는 분들에게 이렇게 해야 되겠다, 한 마디로 얘기를 한다면 죽음교육을 자세하게 다 하시고는 마지막에 “이런 건 이제 다 잊어버리세요. 아예 죽는다는 것 까맣게 잊고 사시다가 가세요”라고 얘기하라고 부탁하고 싶어요. 유언장을 어떻게 쓰라고 했든 사전의료의향서를 어떻게 만들라고 했든 그런 것에 집착하게 하지 말고 담담하게 가시라고, 그렇게 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지는 모르겠어요. 담담하다는 말이 참 좋은데.”-정진홍(울산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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